저예산 영화를 주로 투자·배급하는 NEW는 지난 2013년 ‘7번방의 선물’, ‘신세계’ 등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높은 수익을 거뒀다. 사진은 ‘7번방의 선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영화 투자·배급업은 개인 또는 영세업체가 진입하기에 매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유망주의 발굴에서 육성, 작품이나 공연 활동 등에서 경영자의 안목이나 기획력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매니지먼트 사업과 달리 영화배급업은 상영관 확보와 마케팅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이 큰 자본집약적 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해외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흥행 성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영관을 확보하기 쉽지만, 국내 영화나 흥행보다 작품성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극장을 제대로 잡기 힘들다. 영화관을 확보해도 흥행 성공을 위한 마케팅과 홍보에 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일쑤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국내 영화배급 업계는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대기업 계열의 ‘3강 체제’로 굳어져 왔다.

그러나 2010년 후반부터 대기업 3사가 주도하던 영화배급 업계에서 새롭게 나타난 후발주자가 꾸준히 흥행 성공작들을 내놓으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2008년 설립돼 지난해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바로 국내 영화배급업계의 대기업 3강 구도를 흔들고 있는 주인공이다.

지난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피에타’ 등 화제작들을 내놓으며 시동을 건 NEW는 이듬해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 ‘신세계’ 등으로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며 영화배급업계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그리고 증시 입성과 함께 다양한 신사업 진출과 해외 합작 등을 통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 MBA 출신 금융 전문가, 7년 연속 흑자 달성한 영화배급사 오너로

NEW를 이끄는 김우택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거쳐 미국 에모리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금융맨’ 출신이다.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삼성물산과 이후 자리를 옮긴 오리온그룹에서도 초반에 맡은 일은 주로 인수합병(M&A)과 관련된 업무였다.

김우택 NEW 대표.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영화배급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오리온그룹 계열의 배급사인 쇼박스 미디어플렉스의 대표로 취임한 이후부터다. 취임 전인 2002년 흥행에 성공한 ‘가문의 영광’의 후속 시리즈에 이어 2005년 ‘웰컴 투 동막골’, 2006년 ‘괴물’까지 연이어 배급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하며 점차 업계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져갔다.

1996년 메가박스 상무로 취임한 뒤 약 10년간 영화판을 경험하고 독립했지만, 창업 초기 NEW를 바라보는 주위의 우려도 많았다.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자금력이 부족한 독립 배급사들이 많이 문을 닫은 상태였고, 소니픽쳐스와 워너브러더스, 이십세기폭스 등 해외 배급사들과의 경쟁에서도 힘에 부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NEW는 설립 이후 7년 연속으로 흑자 달성에 성공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비용 부담이 덜한 저예산 영화 중심의 사업 구조와 리스크 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면서 시가총액 규모 3500억원에 이르는 대형 엔터주 가운데 한 곳이 됐다.

◆ 저예산 영화로 쓴 성공 신화, 종합엔터테인먼트社로 진화

지난해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당시 NEW의 상황은 썩 좋지 못했다. 잇따른 흥행 성공작들을 연이어 선보였던 2013년에 비해 2014년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2013년 191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 규모도 이듬해에는 61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상장 이후 주가는 꾸준히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공모가 1만6300원이었던 NEW의 주가는 5일 현재 2만5700원까지 올랐다. 올해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대형 해외 블록버스터의 공세 속에서 한국 영화는 상대적으로 크게 움츠러들고 있는 가운데서도 NEW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철저한 ‘실리 추구형’ 영화 투자·배급사로 최근 해외 시장 진출과 드라마, 공연 등으로 발길을 넓히면서 안정적인 성장 구조를 갖춰가고 있는 NEW의 투자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① ‘500억 大作’ 1편보다 ‘50억 小作’ 10편이 낫다

2013년 개봉한 ‘변호인’은 약 70억원이 투입된 저예산 영화지만, 1137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8년 설립 후 NEW가 대기업과 해외 배급사들이 주도해 온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은 ‘올인’ 대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전략이었다. 500억원이 투입되는 대작 영화 한 편에 집중하기 보다 50억원 내외의 소규모 영화를 10편 이상 투자, 배급해 이 가운데 ‘중박’ 이상의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저예산 영화를 여러 편 투자, 배급하는 전략에는 작은 회사 규모도 오히려 약이 됐다.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 계열 영화배급사들이 매년 20~30여편의 영화를 배급하는 동안 NEW는 10여편을 개봉시키는 대신 30명 남짓한 직원들이 흥행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와 작품을 선별하는데 집중했다.

여러 편의 저예산 영화를 골고루 분산 투자해 수익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가장 확실하게 성공한 시기는 2013년이다.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총 59억원의 적은 제작비가 투입된 ‘7번방의 선물’은 128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같은 해 12월 개봉해 1137만명의 관객을 모은 ‘변호인’도 총 비용은 약 70억원 남짓한 수준에 불과했다.

리스크 관리도 치밀했다. NEW는 회사 고유계정의 투자비율을 20%대로 맞추면서, 추가 투입비용은 외부에서 결성한 투자조합을 이용해 재무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폈다.

김민정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입 제작비용과 상관없이 영화표의 가격은 동일하기 때문에 제작원가가 저렴할수록 흥행 수익에 대한 레버리지 효과는 커지는 반면 흥행에 실패해도 손실 위험은 줄어든다”며 “NEW는 최근 4년 연속으로 경쟁사들보다 높은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② 뮤직앤뉴·쇼앤뉴로 음반·공연시장 영역 확대

NEW는 최근 음반 기획과 매니지먼트, 공연 등으로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투자와 배급을 맡은 영화들이 계속해서 흥행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수익원을 다양하게 확보해 손실을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2년 설립한 뮤직앤뉴는 음반 제작과 콘서트 기획, 가수 매니지먼트 사업에 주력하는 계열사다. 여성가수 린을 비롯해 남성그룹 MC 더 맥스와 스윗소로우 등이 소속돼 있다.

뮤직앤뉴 소속 4인조 남성그룹 ‘스윗소로우’.

쇼앤뉴는 뮤지컬과 연극 등을 주로 하는 공연 전문업체다. 지난 2013년 고(故) 김광석 탄생 50주년 기념 창작뮤지컬인 ‘디셈버 : 끝나지 않은 노래’에 대한 제작과 투자를 진행했고, 이어 연극 ‘월남스키부대’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현재 금융시장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NEW의 신사업은 드라마 제작이다. ‘기황후’, ‘쩐의전쟁’ 등을 만들었던 드라마 제작사인 이김프로덕션의 지분 11%를 지난 4월 취득해 본격적으로 드라마 제작업계에 뛰어들었다.

NEW는 ‘시크릿가든’, ‘상속자들’ 등의 인기 드라마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 ‘태양의 후예’를 공동 제작해 올 하반기 방영한다. 특히 이 드라마는 지난달 군 복무를 마친 송중기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송혜교가 출연해 해외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는 국내 드라마 가운데 최고 수준의 가격을 받고 중국 방송사에 판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사 설립 통해 中 공략도 시동

최근 NEW는 합작을 통한 중국 영화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중국 영화시장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섰고, 올 1분기에는 총 매출액 1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41.7%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NEW는 중국의 드라마제작·유통업체인 화처미디어로부터 540억원의 투자유치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화처미디어는 NEW의 지분 13%를 보유, 37%를 가진 김우택 대표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화처미디어는 현재 중국 드라마시장 점유율 18.5%를 차지하는 업체로 2008년부터 영화 제작과 배급에도 뛰어들었다. NEW와 화처미디어는 올해 안에 중국 현지에 50대50의 지분 비중으로 합작사를 설립하고 중국에서의 사업모델 구축 등을 위한 시장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 최근 영화 잇따른 흥행 부진은 고민…매니지먼트 사업 강화 필요성도

회사 설립 후 지금껏 이렇다 할 위기를 겪지 않고 순항하고 있지만, 최근 주력사업인 영화 투자·배급에서 잇따라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점은 NEW가 가진 고민거리다.

올 초 개봉한 하정우, 하지원 주연의 ‘허삼관’은 손익분기점 관객 수 300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9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머물렀다.

2013년 내놓은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은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신세계’도 46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뒀지만, 2014년의 성적은 크게 미치지 못했다.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던 ‘해무’는 고작 147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쳤고, 송승헌 주연의 ‘인간중독’도 144만명이 드는 수준에 머물렀다. 웹툰을 영화화 한 ‘패션왕’은 60만명을 밑도는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올들어서도 기대 이상의 성공작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스물’이 3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고 체면치레를 하긴 했지만, 하정우 주연의 ‘허삼관’은 100만 관객 돌파에 실패했고, ‘헬머니’도 고작 52만명이 드는데 머물렀다.

올해 주요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NEW 투자·배급 영화 ‘연평해전’.

금융시장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아직 음반과 공연사업에서의 성과가 눈에 띄지 않고, 중국 시장 진출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한 상황에서 본업인 영화 투자·배급에서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NEW의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늘고 있다. 주요 기대작 중 하나인 ‘연평해전’도 최근 메르스 확산 여파로 개봉일이 10일에서 24일로 연기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어 NEW의 고민이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NEW가 연기자 중심의 매니지먼트 사업 투자를 통해 주력인 영화 투자·배급, 중국 시장 진출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더 강화하는 것이 향후 성장에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코스닥시장 상장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영화산업의 경우 매년 흥행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국내 영화시장도 저성장 국면”이라며 “매니지먼트 사업은 소속 배우를 투자한 영화에 출연시키고, 해외에서의 인지도 역시 높일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