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파워 이코노미스트]⑥ 장용성 연세대 교수, 거시경제 대표주자

입력 2015.05.27 14:30 | 수정 2015.05.27 17:42

정부는 산타가 아니다...사람들이 정부지출에 환상 갖고 있어
미국 연방은행은 40대 총재 나왔다 우리도 연공서열 탈피해야
계층간 이동 막혀 젊은이들 좌절...상속세 과감하게 올려야
미국 금리인상은 한국에 좋은 소식일 수 있다

장용성 연세대 교수(49)는 "하버드의 전통이 현실 참여라면 로체스터의 전통은 학문 연구"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축제가 한창 진행중인 5월의 대학 캠퍼스였지만 장 교수의 연구실은 고요했다. 이따금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들리는 함성소리만이 정적을 깨웠다.

학문 연구가 자신의 본업이라고 말하는 장 교수였지만 소득불평등, 정부의 재정지출, 낙하산 관행 등 현실 세계 문제들에 대한 비판의 칼은 날카로웠다. 현실 참여와 학문 연구는 결국 떨어질 수 없는 동전의 양면 같았다.

장 교수는 인간의 비동질성을 거시경제모형에 도입한 연구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거시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동질성에 기반한 모형이 대부분이었지만, 장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장 교수는 “사람이 모두 다르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연구를 하다보니 결국 소득불평등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제학부 장용성 교수. /이덕훈기자
◆ 정부는 산타가 아니다

- 정부의 재정지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정부지출에 환상을 가지고 있다. 케인즈 전통이나 경제학에서 보면 정부가 돈을 풀면 시중에 돈이 돌아서 소득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정부가 개인에게 돈을 준다면 개개인마다 쓰고 싶은 데가 다 다르다. 그런데 정부가 이 돈을 집행하면 보도블럭을 깔아주고 가로등을 바꿔주고 한다. 과연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개인이 원하는 서비스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효용을 생각하지 않고 숫자만 생각하는 것이다."

- 정부지출승수가 예상보다 작다는 것인가?

"일본의 정부지출승수(정부지출이 추가로 1원 늘어날 경우 유발되는 국내총생산(GDP) 증가분)를 예로 들어보자. 재작년에 국제통화기금(IMF)의 회의에 참석했는데 거기에서 발표된 어느 자료를 보니까 일본의 재정지출승수가 2~3이라고 써놨다. 그런데 만약 일본이 지난 몇십년동안 정부지출이 없었다고 가정하고 이 정부지출승수를 역산해보면 일본이 지금 필리핀보다 GDP가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게 안 될 것이다. 정부지출을 늘린다고 소득이 올라가는 것은 환상이다."

- 한국에서도 경기 부양 위해 재정지출 늘리라는 목소리가 많다.

"사업의 우선순위가 있는데 옛날부터 계획한 사업이면 하는 게 좋다. 근데 갑자기 새로운 사업 들고 나오면 비효율적인데도 돈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 재정지출 늘리는 것은 결국 국민 세금 늘리거나 돈을 찍거나 다음 세대에서 빌려온다는 것이다. 정부 사업한다고 하면 내가 추가로 세금을 내도 좋은지, 돈 찍어서 인플레이션이 와도 괜찮은지, 우리 자식 돈 써도 되는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는 산타가 아니다. 결국은 어디선가 재원이 나와야 한다."

- 재정적자 이월에도 부정적일 것 같다.

"맞다. 우리나라 재정 그래도 괜찮은 편인데, 이것마저 무너지면 안 된다. 다음 세대로 빚을 넘기는 건데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앞으로 안 그래도 연금 재정도 어려워지고 늘어날 부분이 많다. 인구구조 때문이다. 지금 모아놔도 시원찮은데 여기서 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인구구조 늘어나는 것 예측해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장 교수는 과거에 쓴 칼럼에서 정부지출의 승리로 평가받는 뉴딜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적이 있다. 장 교수는 대공황을 극복하는 데 있어 적극적인 재정지출보다는 미시적인 산업정책이 더 유효했다는 최근 연구결과들이 많다며 "뉴딜정책이 대공황 극복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의 경제불황이 정부의 몸집을 불리는 계기가 돼서는 곤란하다며 '기업의 체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만이 더 많은 그리고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말한다.

◆ 미국 연방은행은 30대 조사국장, 40대 총재...한국은 연공서열이 생산성 저해

- 정부지출이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면, 무엇이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가.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이다.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생산성 낮은 사람은 말단에 남고 높은 사람은 승진시키는 것이다.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능력에 따라 사람을 배치하면 된다. 나이가 젊어도 능력이 있으면 일찍 승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혈연, 지연, 학연 이런 것에 얽매여 인재를 배치하다보니 생산성에 큰 손실이 온다. 이런 것이 쌓이고 쌓이면 엄청난 생산성 손실이 생긴다. 유수의 연구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양의 노동, 자본, 원자재를 투입해도 한국의 최종 생산량이 미국의 50% 정도라고 한다. 자원배분만 잘 해도 이걸 80%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다."

- 이런 문제를 체감한 사례가 있다면?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외국에 나가보면 편의점이나 마트, 은행 이런데서 일하는 말단 직원들이 한국보다 굉장히 답답하다. 무뚝뚝하고 느리고 일도 제대로 못 한다. 서울은 편의점 직원이 나보다 암산이 빠르고, 은행 창구 여직원은 너무나 똑똑하고 상냥하다.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의 서비스수준이 왜 이럴까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미국은 생산성이 높은 사람은 말단 직원에 남겨두지 않고 다 승진시킨 것이다. 미국 리치몬드 연방은행에서 근무할 때 당시 총재는 조사국장 겸 연구담당 부총재로 근무하다가 49세에 총재로 발탁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62세) 최근에도 연방은행 리서치디렉터라는 직위가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 조사국장이다. 이 자리에 30대가 두명 임명됐다. (장민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50세) 미국은 딱 봐서 능력있다 싶으면 기용하는 것이다."

- 연방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한 이력도 평범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는 경제학 교수가 한국은행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미국이 우리와 다른 부분이다. 우리는 중앙은행과 대학의 교류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대학에 있다 한국은행 이코노미스트로 가는 경우 거의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시카고대 교수 하다가도 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로 간다. 교수하다가 연방은행에서 오퍼 받아서 거기로 갔다가 논문 많이 써서 스탠포드로 가고 한다. 이게 아주 흔한 트랙이다. 나라야마 총재도 사실 그렇다. 대학에 있다가 연방은행 갔다가 다시 미네소타 대학으로 갔다. 이게 아주 흔한 트랙이다. 그럼 연방은행이 왜 이런 교수들을 뽑는지 봐야 한다. 뽑아서 은행 업무를 맡기지 않고 그냥 각자 연구만 시킨다. 이 사람들이 필요한 이유가 이런 교수들의 맨파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연구 영향 받아서 정책 나오면 훨씬 무게감이 실린다. 미국 연방은행 리서치 부서가 막강한 이유다. 미국 연방은행들은 리서치 이코노미스트들은 양성하는데 자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과 다른 점이다."

- 한국은행과는 정말 다른 분위기인 것 같다.

"한국은행도 소통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조심하는 것 같다. 다만 한국은행이 교수들을 영입하려면 교수 자리를 버리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조건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쉽지 않다. 미국은 연방은행 2년 있다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갈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은 대학 간 이동도 쉽지 않으니 중앙은행에서 대학으로 가는 이동은 더 어려울 것이다.".

◆ 소득불평등 숫자로는 괜찮지만...계층간 이동 막힌 점이 문제

- 지난해 피케티 열풍이 화두였다. 소득불평등 문제는 연구한 적이 있나?

"소득불평등에 관련해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우리나라가 숫자상 지니계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낮진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소득불평등이 심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모빌리티의 차이 때문이다. 사회간 계층이동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은 제일 돈 많은 사람 열명 고르면 그중에 8명이 1세대다. 빌게이츠나 워렌버핏이 그런 경우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는 10명 고르면 2명이 1세대고, 8명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인구 분포나 자산 분포만 보면 우리가 나쁜 편은 아닌데, 사람들이 불만이 많고 피부로 (소득불평등을) 느끼는 것은 계층 이동이 적기 때문이다. 요즘 데이터를 보면 계층이동 적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희망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 한국의 사회간 계층이동이 얼마나 막혀 있나.

"사람들을 재산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제일 아래 그룹에 있던 사람이 1년 뒤에 한 단계 올라갈 확률이 2000년대 초반에는 30%였다. 그대로 있을 확률은 70%였다. 원래 과거에는 이 숫자가 40대 60이었다. 올라갈 확률이 40%에서 30%로 낮아진 것이다. 최근에는 올라갈 확률이 훨씬 낮아졌을 것이다."

- 과거에는 교육이 개천에서 용을 만드는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역할이 없어졌다고 봐야 할까.

"교육이 모빌리티를 강화하기 보다는 고착화시키는데 활용된다는 데 동의한다. 예전에는 개천에 용이 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어렵다."

- 피케티 열풍은 어떻게 봤나?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피케티가 이야기하는 소득불평등이 전세계적인 현상이기는 하다. 전체 GDP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내려간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우리도 하나의 화두로서 보고 있다. 현 체제인 자본주의를 되돌아보는데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는 것은 확실하다."

- 소득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법은?

"개인적으로 상속세는 많이 올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불평등 문제는 사실 부의 대물림과 연관된 문제다. 나는 좀 잘 안 됐지만 우리 다음 세대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잘 살 수 있다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다음 세대가 평등하게 잘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상속세는 과감하게 올려도 된다. 그 대신 근로소득세는 줄여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자본세에 대해서도 더 극단적인 주장을 한다면 사실 우리가 자본축적을 해야 한다. 기업가들이 열심히 돈 벌게 해줘야 일자리도 나온다. 다만 다음 세대로 부를 넘기는 데에는 세금을 많이 매겨야 한다. 빌게이츠나 워런 버핏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는다. 그들은 자발적인거고. 우리는 제도적으로 상속세를 더 과감하게 올려야 한다."

◆ 미국 금리인상은 우리에게 'Good news'

- 연방은행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니 통화정책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금리인상이 오히려 좋은 소식일 수도 있다. 미국 연방은행이 금리 올린다는 것은 이제 불황이 끝나서 수익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수익률 오르고 투자수익률 오를 수 있으니 따라가는 것이다. 이자율 오른 것은 미국 경제 회복의 청신호라 할 수 있다. 연방은행이 미국 경제 회복의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의미로 금리를 올린다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낮은 이자율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한국으로서는 큰 수출시장의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니 좋은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 연방은행이 시장을 따라간다고 보는 것인가?

"우리는 중앙은행이 시장을 이끌어간다고 많이 생각한다. 경기가 좋으면 금리를 올려서 경기를 진정시키고, 반대로 경기가 나쁘면 금리를 내려서 회복시키고 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역할이라고 본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역할이 생각보다 작다. 연방은행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은 중앙은행이 시장을 따라간다는 점이다. 연방은행의 높은 사람들도 사석에서 이야기하는 점들이다.

생각해보자. 경기가 좋아지면서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연방은행은 이런 흐름과 동떨어지게 금리를 내리면 모든 사람이 다 돈 빌리려고 할 것이다. 그럼 연방은행이 이런 수요를 버틸 수가 없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마냥 다 공급할 수는 없다. 그러니 중앙은행은 시장 근처에 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방은행은 시장을 많이 따라가고 있다. 물론 많은 부분에서 미묘하게 시그널을 주면서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시장과 동떨어진 이자율을 장기간 유지할 수는 없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중앙은행의 이자율에 경제 주체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채권투자자들이야 큰 돈이 움직이니 어쩔 수 없지만, 일반적인 경제 주체들은 중앙은행 이자율에 민감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중앙은행은 시장에서 떨어질 수 없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들이 금리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실 기업들은 투자할 돈은 있다. 결국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불황의 끝이 어디인지 몰라서 신규 사업이나 투자를 못 하는 것이다. 금리가 높아서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금리 높다고 기업들이 얘기하는 거야 기업의 생리이고 지금은 불확실성이 큰 것이 문제다. 케인즈도 대공황 때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 시장상황만 불확실한 건 아니다.

"정책당국이 일관성 있게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MB정부때 녹색성장보고서 쓰던 친구들이 지금은 창조경제보고서 쓰고 있다. 수백페이지 보고서를 며칠 만에 써야 되는데 단어만 바꿔넣는 경우도 있다. 정권이 바뀌면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잘 되는 정책은 계속 해주고 장기적인 정책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전 정권 정책에서도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은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결국은 일관성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

-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물가상승률이 낮기는 한데 벌써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것은 아니다. 조금 오르면 또 물가 오른다고 뭐라고 할 것이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저물가가 누구에게는 좋을 수 있고, 누구에게는 나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흉년과 풍년 중 농부 입장에서는 무엇이 좋은 일인가. 가격탄력성만 생각하면 둘 중 하나는 좋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고 그렇다. 주체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인플레이션이 되면 인플레이션이 문제라고 할 것이고, 저물가는 저물가라서 문제라고 할 것이다."

◆ 노트라이터가 되지 말라

- 로체스터대학교의 전통이 학문 연구라고 했는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스탠포드대학의 폴 로머 교수가 로체스터대학 조교수로 있을 때였다. 임용 후 3년이 지나도록 논문을 한 편도 쓰지 못했다. 교수회의에서 재임용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문제가 나왔다. 교수회의에서는 재임용은 하되 분발하라는 의미로 경고를 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당시 학과장이었던 라이오넬 맥킨지 교수가 "나는 폴이 노트라이터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으니 좀 더 지켜보자"고 만류했다. 마침내 폴 로머는 임용된 지 5년 만에 지식의 상품화와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경제성장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규명하는 내생적 경제성장 모형을 발표했다. 지난 20~30년간 거시경제학계에서 가장 손에 꼽을 만한 연구 결과였다. 로체스터대는 이렇게 독립적인 연구가 가능하고 이런 것을 장려하는 곳이다."

- 지금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교수 생활을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생활일텐데 어떤 계기로 결정하게 됐나?

"미국 연방은행에서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를 하고 한국에 들어와 서울대 교수로 갔다. 서울대에 들어온 후에 쓴 논문 두편이 사람들에게 인용도 되고 회자도 되면서 미국 대학에서 교수 제안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안 나가려고 했는데 나라야마 총재 등 여러분이 큰 무대에 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운동선수들 메이저리그 나가는 것처럼 한국에서의 연구는 한계가 있다. 한국 연구자가 미국에 많이 진출해야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들었다. 그래서 나가야 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한국에 개인 사정도 있어서 1년에 절반은 미국에 있고 절반은 한국에 있기로 했다. 연세대에서 이런 사정을 알고 좋은 제안을 해줘서 연세대 교수로 오게 됐다. 1년에 절반씩 한국과 미국을 오가다 보니 미국에서 나오는 최신 경제학 조류를 한국 학생들에게 빨리 소개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한국과 미국에서 여러 경제학자들을 만났을텐데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꼽자면?

"지도 교수였던 마크 빌즈 교수다. 항상 연구에 몰두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 그분은 남들과는 다른 식으로 접근하려고 한 것이 좋았다. 남들은 보지 않는 데이터를 찾아서 하려고 하더라. 사실 경제학자들은 남들이 앞서 한 것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는데 마크 빌즈 교수는 남들과 다르게 반대로 갔다. 그런 부분이 재밌고 특이했던 것 같다."

- 가장 인상 깊게 본 책은?

"마틴 루터 킹의 자선전이 가장 감명 깊었다. 미국에서 경제학 공부하다 지쳤을 때 우연히 도서관에서 읽게 됐는데 밤을 새서 읽었다. 경제학 서적 중에는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를 재밌게 읽었다."

밀턴 프리드먼은 미국 시카고학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모든 이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와 자유는 밀턴 프리드먼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정부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학생들에게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유행을 너무 따라가지 말라는 점이다. 전공을 선택하거나 할때 보면 유행을 쫓는 경향이 있다. 산업은 계속 바뀐다. 과거에 전자공학과가 인기 없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예전에 우리나라 섬유 수출할 때 똑똑한 학생들은 다 섬유 관련 학과로 갔는데 지금은 산업이 달라졌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생산성이 높은데, 이걸 무시하고 유행을 쫓다보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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