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스코 계열사 순손실 4600억원
-"포스코플랜텍 추가 지원 거부, 계열사發 재무악화 방치 못한다는 의미"
-채권단 "포스코 자금 지원 없이는 워크아웃 개시 힘들어"

포스코가 부실계열사 포스코플랜텍 정리 수순에 나섰다. 26일 채권단의 지원 거부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그룹 차원의 추가 출자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포스코플랜텍 워크아웃에 동의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포스코가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채무상환을 유예해주는 워크아웃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희생이 담보돼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워크아웃 신청을 거절할 경우, 포스코플렌텍은 법정관리를 통한 기업회생절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포스코 본사 사옥 건물

◆포스코, 왜 포스코플랜텍 지원 거부했나

포스코는 2010년 포스코플랜텍의 전신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이후 2013년(700억원), 2014년(2900억원) 두 차례에 걸쳐 36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에 힘입어 한때 700% 이상으로 치솟았던 포스코플랜텍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말 246%까지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플랜텍의 경영난은 계속됐다. 2012년 290억원, 2013년 980억원 수준이었던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28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룹차원의 자금지원을 받은 이후에도 포스코플랜텍은 지난 1분기 매출 1150억원, 영업손실 195억원, 당기순손실 729억원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상태다. 본사로부터의 자금 수혈로 낮아진 부채비율도 다시 400%대로 올라섰다.

포스코플랜텍 같은 부실계열사는 포스코 전체 재무구조 악화 원인이다. 포스코 국내외 계열사는 지난해 총 46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 포스코가 지난해 그룹 전체적으로 3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50% 이상 감소한 5000억원대로 내려앉은 것도 계열사 관련 손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 창출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창출)흐름은 2012년 7조3000억원, 2013년 4조8500억원, 지난해 3조4000억원으로 매년 1조5000억원 가량 급감하고 있다. 이는 그룹의 수익 창출력이 급속도로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수익구조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것은 정준양 전 회장 재임시 늘어났던 계열사들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포스코 이사회가 포스코플렌텍 지원을 거부한 것은 계열사 부실을 메우기 위해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것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채권단 “포스코 출자 없이는 워크아웃 힘들어”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 신청을 받은 채권단은 다음주 중 회의를 열어 정상화 조치를 취할 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의 동의가 있어야 추진할 수 있다.

일단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인 후 경영 실사를 거쳐 회사 측의 경영정상화 방안 등을 검토한 뒤에 최종적으로 판단하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시간을 두고 포스코 본사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포스코플랜텍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본사 차원의 추가 자금지원은 포스코 주주의 이해에 반할 수 있다”고 못 박은 것이 변수가 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플렌텍은 신용등급이 사실상 부도 수준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채권은행 입장에서는 일정기간 채무상환을 유예해주는 워크아웃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본사 차원의 자금지원이 어렵다’는 포스코의 입장 표명은 채권단 희생을 강요하는 듯한 의미로 읽히기 때문에 워크아웃 개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플랜텍의 여신 규모는 총 5000억원 가량이다. 추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1670억원 상당으로 가장 많고, 하나,우리,신한,부산은행 등은 총 3360억원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