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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출자구조 단순화로 오너 지배력 강화

  • 조귀동 기자

  • 입력 : 2015.05.26 10:37 | 수정 : 2015.05.26 16:10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은 삼성물산(합병 후)을 정점으로 준(準)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그래픽=박종규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은 삼성물산(합병 후)을 정점으로 준(準)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그래픽=박종규 기자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시키면서,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수다.

    삼성 그룹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 관계를 핵심 줄기로 하면서 나머지 계열사를 각각 제일모직과 삼성생명이 관할하는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 금융계열사는 삼성생명이, 비(非)금융 계열사의 핵심 지분을 제일모직이 보유하는 구조였다. 다만 삼성물산의 경우 삼성SDI(7.8%), 삼성화재(4.8%)가 대주주로 일종의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전후 대주주 일가와 계열사 지분 변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전후 대주주 일가와 계열사 지분 변화

    ◆오너 일가·계열사 지분 합하면 40% 육박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전자(4.1%), 삼성엔지니어링(7.8%), 제일기획(12.6%), 삼성SDS(17.1%), 삼성바이오로직스(4.9%)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편 삼성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23.2%)과 이부진 사장(7.8%), 이서현 사장(7.8%) 등 오너 3세들이 대주주다. 이건희 회장은 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서 오너 3세들의 합병 법인 지분은 이재용 부회장 16.5%, 이부진 사장 5.5%, 이서현 사장 5.5% 등 27.5%가 된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2.9%. 이를 모두 더한 오너 일가의 지분은 30.4%가 된다.

    제일모직, 삼성물산에 대한 계열사 지분을 계산하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더욱 높아진다. 삼성SDI는 기존 제일모직(3.7%), 삼성물산(7.4%) 지분이 4.8%로 바뀐다. 삼성전기는 2.6%, 삼성화재는 1.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들 계열사들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8.8%로 40%에 육박하는 안정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단순해지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물산을 한 축으로 해서 이뤄지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 제일모직이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보다 단순한 구조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4.1%를 제일모직이 확보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구조가 단순해졌다는 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한다. 이번 합병으로 제일모직은 삼성생명(7.2%)에 이은 2대 주주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향후 삼성생명 지분을 둘러싼 계열사 재편에서 제일모직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물산은 여러 비(非)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여러 비(非)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 앞으로의 행보는

    재계는 삼성이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우선 한 회사에 ‘동거’하게 된 패션, 상사, 건설, 리조트 운영 등의 사업부 재편이 시급하다. 한 회사로 운영하기에는 ‘업(業)’의 본질이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건설의 경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의 재편과 맞물려서 ‘헤쳐 모여’ 식 재편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오너 일가의 삼성SDS 지분 매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증권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등이 5조~6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제일모직이나 삼성SDS 주식을 매각 또는 물납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가 IB관계자는 “삼성SDS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40%에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너 일가가 지분을 팔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며 “오너 관련 지분이 매도 물량으로 나오면 삼성전자는 SDS 지분율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합병 법인을 투자회사(일종의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높아졌다. 각 계열사 지분이 집중되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이 제일모직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고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오너 일가가 투자회사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단 그 전에 삼성전자, 삼성생명의 지분정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 경우 ‘삼성전자 인적분할→삼성SDS 등 오너 일가 지분을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제일모직의 주식교환 또는 합병→삼성생명 지분 주식교환’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유력한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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