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논란]④ 유시민은 왜 40%로 소득대체율 낮췄을까

조선비즈
  • 이신영 기자
    입력 2015.05.21 08:42

    유시민 “국민연금, 적게 내고 많이 받아…부도덕한 제도”
    “보험료 9% 못 올리게 국회 반대…급여 40%로 낮출 수밖에”


    “장관직을 사퇴해서라도 연금개혁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7년 4월 8일, 한-중-일 보건장관회의를 마치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개혁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유 전 장관은 개혁안을 들고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의원들을 직접 만나 일일이 설득할 정도로 개혁 의지가 강했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7년 4월 2일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부결된다. 다만 연금으로 받는 돈(소득대체율)이 급격히 떨어져 노후 소득보장 기능이 약화한 점을 고려해 빈곤노인을 위한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의 전신)을 도입했다. 그러자 유 전 장관은 “약사발(보험료율 인상)은 엎어 버리고 사탕(기초노령연금)만 먹었다”며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얼마 후엔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접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이 국민연금 개혁에 장관직까지 건 이유는 무엇일까. 유 전 장관은 ‘실록 국민의 연금’에서 당시 국민연금 개혁에 앞장설 수밖에 없던 이유를 밝혔다.

    ◆ “국민연금은 부도덕한 제도”

    유 전 장관은 국민연금 제도를 ‘부도덕한 제도’라고 말한다. 그는 “진보, 보수 이전에 직관적 도덕관념이 있다고 본다”며 “행정을 할 때도 ‘그 행위가 도덕적으로 정당한가’ 느낌이 바로 온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연금 구조는 진보, 보수를 떠나 ‘나쁜’ 제도다. 후세대를 착취하는 연금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998년 1차 개혁 때 보험료로 내는 돈(보험료율)을 3%에서 9%로 높였지만, 2008년 2차 개혁에서는 이를 15.9%로 높이려는 정부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보험료율은 지금도 9%다.

    국민연금이 도입될 때 당시 노인세대를 챙기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유 전 장관이 국민연금이 ‘불효연금’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1988년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될 당시 가입 범위가 좁았다.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인 사업장의 근로자와 사업주만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었다. 이후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1992년), 농어촌 지역(1995년)으로 연금 가입 범위가 확대됐지만 당시 노인층은 연금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남아있었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후한 인심’도 문제였다. 1998년 국민연금 1차개혁 전에는 소득대체율이 70%에 달해 평균 임금이 100만원이면 연금으로 70만원을 받았다. 연금 기금 고갈은 뻔한 일이었다. 1차 개혁에서 소득대체율을 60%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2003년 추정한 결과, 2050년부터 연금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에는 적립금이 없기 때문에 자식 세대, 손자 세대 등 청장년층이 내는 보험료를 바로 노년층 연금으로 줘야 한다. 2차 개혁으로 연금 고갈 시기는 2060년으로 늦춰진 상태다.

    유 전 장관은 현재의 연금 제도가 자식 세대에게 부담을 지게 하는 제도라고 본다. 그는 반문한다. “부모 세대에겐 아무것도 안 해 주고, 자식 세대에겐 내가 낸 것보다 훨씬 많이 받아가고, 그렇게 하면서 지금 의사 결정하는 나이에 있으면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나중에 부담해야 할 그 법을 지금 만든다고요?”

    ◆ “소득대체율 40%로 깎을 때 도덕적인 거리낌 없었다”

    유 전 장관은 2008년 2차 연금개혁으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60%에서 40%로 내렸다. 반발은 당연했다. 2007년 2월 시민단체들은 유 전 장관이 국민연금을 개악(改惡)으로 이끌었다며 ‘최악의 복지부장관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당당했다. 그는 “이런 게(최악의 복지부장관상) 올 때, 해라 해! 나는 하나도 꿇리지 않는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당하다. 그렇게 생각을 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유 전 장관이 밀어부친 결과 소득대체율은 60%에서 40%까지 내려갔다. 2008년 50%로 낮춘 뒤 매년 0.5%포인트씩 떨어트려 2028년에는 40%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보험료율(내는 돈)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대신 보험료율은 9% 현행대로 유지했다. 당시 개혁이 ‘반쪽 개혁’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는 “보험료를 9%에서 더 이상 올리지 못하게 국회에서 반대하니까 재정 안정 효과가 나려면 급여를 40%로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금 비용을 후세대에 미루면 안 된다는 믿음에서다.

    유 전 장관은 “우리 아버지 엄마는 팽개치고 가고, 우리 새끼들한테서 보험료 뜯어내서 내가 연금 받는다? 이건 굉장히 부도덕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건(국민연금은) 불효연금이라 생각했다. 자식들을 사랑하지 않는 이기적인 연금제도라고 본다”고 말한다.

    그는 보험료율(내는 돈)을 올리든지 세금에서 국고지원금을 빼서 연금 적립금을 쌓자고 하는 주장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건(국민연금은) 진짜 싸가지 없는, 불효막심하고 싸가지 없는 법입니다. 너무 과격했나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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