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프로그램의 다시 보기(VOD) 요금을 50% 인상한 지상파 방송 3사가 이번엔 모바일 IPTV(인터넷 TV) 시청 가격을 2배로 올리겠다고 나섰다. 가격이 오르면 지상파 3사는 연간 1200억원 추가 수익을 올리지만, 그 부담은 이용자에게 고스란히 넘어갈 수밖에 없다.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이 운영하는 모바일 IPTV는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TV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시청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각 방송사가 운영하는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보다 화질이 좋아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 490만명의 지갑 터는 지상파 - 모바일IPTV 서비스를 통해 MBC의 가요 프로그램‘복면가왕’을 시청하는 모습.

한국IPTV방송협회의 고위 관계자는 17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최근 모바일 IPTV에 채널을 공급하는 가격을 가입자 1인당 월 1900원에서 월 3900원으로 갑절로 인상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지상파와 계약을 맺고 해당 방송 채널을 모바일 IPTV로 내보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유료 서비스지만 우수 고객에게는 무료로 서비스하기도 한다. 현재 올레tv모바일(KT)·btv모바일(SK브로드밴드)·U+HDTV(LG유플러스) 등 세 모바일 IPTV 서비스로 지상파 채널을 시청하는 유료 서비스는 총 49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지상파는 IPTV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달 말에 채널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는 방침이다.

한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가격 인상 폭에 대한 협상 여지는 없다"며 "재계약이 안 되면 6개월간만 기존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12월 1일부터는 공급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업체 관계자는 "현재 모바일 IPTV 사업 자체가 적자인 상황에서, 이런 과도한 가격 인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수입 챙기기가 도를 넘어서 이용자들의 시청권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가 자산인 수조원대 주파수를 무료로 쓰는 지상파는 그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많은 국민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지난 11일 인기 프로그램의 다시 보기 요금도 한 편당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렸다.

서울과학기술대 최성진 교수는 "지상파는 국민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라며 "방송사들이 기본 책무를 제대로 못 하면서 과도한 요금 인상 요구로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가로막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