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서 길을 찾는다"...토종 패스트푸드점 '맘스터치' 이야기

조선비즈
  • 전효진 기자
    입력 2015.05.02 08:00 | 수정 2015.05.02 21:57

    국내 토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를 키운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대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운영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 레드오션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살아남았습니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어쨌든 수요가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자신의 특징을 살린다면 승산이 있다고 봤습니다.”

    은회색 머리와 거칠게 기른 수염, 갈색 구제 가죽 재킷과 청바지 차림의 정현식(55) 해마로푸드서비스 대표는 1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다. 한국 토종 프랜차이즈를 표방하는 ‘맘스터치’의 성장사(史)가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엄마의 손길’이라는 의미인 맘스터치는 전국 650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중견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다. 정 대표를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근처 한 공연장에서 만났다.

    그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업주들이 ‘어떻게 하면 먹고 살 만 할까’가 지금도 가장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프랜차이즈라고 하면 떠오르는 ‘목 좋은 대형 매장’, ‘세련된 인테리어’는 영세한 업주를 적자의 늪에 빠지게 하는 거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맘스터치 브랜드의 로고는 ‘앞치마’다. 정현식 대표는 “요리를 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아 신선한 패스트푸드를 만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맘스터치 제공

    정 대표는 2004년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다. 당시 미국 패스트푸드 가맹업체인 파파이스를 한국에서 운영하던 대한제당 자회사 ‘TS해마로’의 식자재 구매 당당 상무이던 그는 빚 3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적자 브랜드인 맘스터치를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맘스터치는 햄버거와 치킨을 팔던 그저 그런 조그만 패스트푸드 브랜드 중 하나였다. 유명 브랜드인 롯데리아, KFC, 버거킹과는 상대가 안 됐다.

    “맘스터치는 원래 파파이스의 자회사 개념인 브랜드였습니다. 1997년에 만들었는데 자회사 개념 브랜드이다 보니 관리가 잘 안됐어요. 당연히 적자 투성이었습니다. 부실 구조조정 차원에서 분사가 추진됐는데, 당시 내가 관리 책임자였습니다. ‘니가 가지고 나가봐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40대 중반에 짤리는 거나, 임원을 마치고 50대 말에 나오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 일하던 직원10여명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의욕만 가지고 시작했던 맘스터치 사업은 예상대로 고전했다. 버거킹, KFC 등 글로벌 패스트푸드 업체들과 국내 대기업 계열인 롯데리아가 장악한 햄버거, 치킨 시장에서 맘스터치가 낄 자리가 없었다. 창업한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겨우 적자에서 벗어난 맘스터치는 2013년부터 반전의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2013년 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014년에는 1년 만에 3배 가량 증가한 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2013년 497억원에서 2014년 794억원으로 급증했다. 매장은 2013년 380여개에서 올해 4월 현재 전국 650개로 늘었다.

    “입소문을 탔습니다. 우리만의 특징으로 손님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 통한 겁니다. 주문 받은 즉시 수제로 음식을 만드는 식으로 단골을 모았습니다. ‘엄마가 정성스레 만든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생과 동네 뒷골목 상권 손님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겁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도 ‘먹고 살만 하다’라고 말하는 업주들이 늘면서 사업이 급격하게 확장됐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맘스터치의 버거 메뉴를 두고 일명 ‘입찢버거’(입이 찢어질 정도로 두껍다는 의미의 줄임말)라는 별명이 붙으며 급속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배우 최다니엘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를 선보이면서 ‘개념버거’(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의미의 신조어)로 화제가 됐다.


    정 대표는 맘스터치 설립 후 10년 동안 TV광고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가 크면서 마케팅 전략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최근 서울 등 수도권에 추가로 알릴 필요가 있어 TV광고, 야구장 광고 등을 조금씩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맘스터치 제공

    “사업을 할 때 블루오션에 뛰어들라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블루오션에 경쟁이 없는 이유는 수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혼자 생뚱맞게 가게를 차리면 장사가 안됩니다. 술집은 술집끼리, 옷 집은 옷 집끼리, 음식점은 음식점끼리 수요 시장 상권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공생의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정 대표는 “이미 패스트푸드를 먹고자 하는 수요가 있는 시장에서 손님들을 하나둘씩 끌어 모았다”고 했다. ‘레드오션’에서 경쟁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만큼 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철학은 ‘적은 돈을 투자해서 실리(實利)를 추구하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에 폼 잡고 사업하려 하면 임대료, 인건비, 광고비 등 부대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 거품을 줄이기로 했다.

    실제로 매장 위치를 보면 번화가보다 동네 골목길에 위치해 임대료를 낮췄다. 가맹점주들이 골목 상권을 활용해 단골 손님을 늘리고, 어느 정도 이익을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뒷골목’ 전략을 택했다.

    대학생을 타깃으로 해 대학교 상권 안에 입점한 것도 그렇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싸이(thigh)버거' 같은 대표 메뉴가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가격 대비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정 대표는 가맹점 계약을 맺을 때 점주들의 성실성을 확인하는 인성 면접을 본다. /이진한 기자

    “우리는 가맹 파트너를 정할 때 직접 매장에 나와 요리를 할 수 있는 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동네 손님이 한 분이라도 왔을 때 수제로 요리를 해 신선한 상태로 패스트푸드를 제공할 수 있는 지가 관건입니다. 손님을 너무 많이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게 원칙입니다.”

    맘스터치의 사업 전략은 단순하다. 정 대표는 “한번 온 손님이 ‘여기 맛 괜찮다’고 하면 또 다른 손님을 데리고 온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단골을 만들어 골목 상권을 장악하는 구조를 만들어지면 가맹 업주가 자연스럽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전국 650개 맘스터치 매장 규모는 평균 20~25평에 불과하다. 가맹점주들이 대형 매장을 열려고 해도 사업본부에서 만류한다. ‘능력에 넘칠 정도로 손님을 많이 받으면 단골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초창기 창업비용은 1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가맹비(500만원), 인테리어(3000만원), 장비 및 간판 비용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전국 매장당 평균 연 매출액이 2억~3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맘스터치의 성장에 가장 큰 공로자는 역설적으로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버거킹입니다. 이들 업체들이 패스트푸드 시장을 키워 놨기 때문에 우리가 소비자들에게 맘스터치를 알릴 수 있었습니다. 수요 시장이 커져야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이 기회를 찾고 살 수 있어요. 경쟁이 공생하는 관계로 흘러가야 서로가 사는 겁니다. “

    정 대표는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조직원들의 성장이나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도 해외 진출은 불가피한 것이다. 정 대표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평균적으로 전국에 1000개라면 포화 상태라고 본다”며 “해외 진출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값 싸고, 양 많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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