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뜬다하면 우후죽순… 낯 뜨거운 '앱 베끼기'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5.04.28 03:04

    - 100개 넘는 부동산 중개 앱
    앱택시·간편 결제… 스타트업·대기업까지 가세
    유사한 앱 잇따라 서비스

    - 베끼기 앱 출혈경쟁
    시장 키우는 측면도 있지만 차별성 없는 카피캣 범람
    "소비자 혼란 가중" 비판도

    모바일 게임업체 A사는 작년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핀란드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이 인기를 끌자 이 게임에 나오는 공성전(攻城戰·성을 공격하는 전투) 스타일을 그대로 베껴넣었다. 몇 달 후 중국 게임 '도탑전기'가 한국에서 뜨자 이와 비슷한 전투 방식도 넣었다. 최근엔 넷마블이 만든 인기 1위 게임 '레이븐'까지 모방하다가 끝내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원칙 없이 이것저것 집어넣다가 게임 자체가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요즘 모바일 게임의 주요 트렌드는 한마디로 '베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잘된다' 싶은 게임이 있으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비슷한 캐릭터, 진행 방식을 가진 게임들이 출시된다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모바일 게임만이 아니다. 부동산 중개, 앱택시, 간편결제 등 최근 각광받는 시장에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뛰어든다. 시장을 키우는 측면도 있지만 서로 베낀 앱(응용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면서 출혈 경쟁을 하게 되고 소비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앱 하나 뜨면 너도 나도 베끼기

    대표적인 분야가 부동산 중개 앱이다. 이 시장은 2012년 채널브리즈란 회사가 '직방'이라는 앱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스마트폰으로 전국에 등록된 원룸·투룸·오피스텔의 사진과 정보, 보증금·월세 수준 등을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 앱이 인기를 끌자 2013년 스테이션3가 선보인 '다방'에 이어 교차로, 부동산114 등도 각각 '다락방' '방콜' 등의 앱을 선보였다. 현재 구글의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는 100여개가 넘는 부동산 중개 앱이 등록돼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유사 앱·서비스
    핀테크(Fin-tech·자본과 기술의 합성어)의 대표 서비스인 간편결제나 앱택시(앱으로 부르는 택시) 시장도 마찬가지다. 간편결제는 공인인증서나 보안 프로그램인 '액티브엑스' 없이도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모바일 쇼핑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출시된 간편결제 서비스는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 SK플래닛의 시럽페이,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 등이 있다. 엔씨소프트·네이버 등도 곧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름만 다를 뿐 서비스 내용은 별 차이가 없다는 평이다.

    앱택시 역시 다음카카오·SK플래닛·한국스마트카드·쓰리라인테크놀로지 등이 대거 진출해 있다. 전화 대신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이 서비스는 경쟁이 치열해서 주요 업체들이 택시 호출 수수료를 받지 않고 공짜로 서비스를 진행할 정도다.

    경쟁사 헐뜯거나 인기 순위 조작하기도

    비슷비슷한 앱이 대거 출시되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시장에 각 업체가 앞다투어 뛰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여러 업체가 시장을 키우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다. 하지만 서비스의 차별성 없이 복제된 카피캣(copycat·복제물)만 범람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베끼기 앱은 별다른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단시간에 내놓을 수 있다. 게다가 모바일 앱· 게임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매일 매출·다운로드(내려받기) 인기 순위가 공개된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날마다 순위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인기 있는 타사 게임의 줄거리나 진행 방식을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쟁 서비스를 헐뜯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최근 부동산 앱 분야의 1·2위인 직방과 다방을 앱장터에서 제외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허위 이용자를 동원해 자사 앱에 대해서는 평점을 높게 주고, 경쟁 앱은 낮은 평점을 매기는 식으로 인기 순위를 조작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경영학)는 "앱 서비스는 결국 주요 분야별로 1~2개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 다른 서비스와 차별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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