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700 시대]④ 자리 지키는 시총 상위주

조선비즈
  • 윤성환 기자
    입력 2015.04.17 09:13 | 수정 2015.04.17 09:26

    다음카카오(035720)는 유가증권 시장으로 이전할 계획이 없다”

    지난해 10월 최세훈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합병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당시 증권업계 안팎에서 다음카카오가 네이버의 뒤를 따라 유가증권 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다음카카오는 코스닥 시장에 남았다.

    한때 코스닥 시장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른바 ‘대장주’로 불리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종종 코스닥 시장을 이탈했고, 코스닥지수의 상승을 제한하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지난 2011년 하나투어가 유가증권 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이후에는 코스닥 시장을 벗어난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이는 코스닥지수가 700선을 넘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건전성·투명성이 높아졌고, 시장 자체의 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불량아 꼬리표 뗀 코스닥 시장

    지난 1999년 현대중공업은 코스닥 시장에서 유가증권 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2000년 이후에는 총 33개 기업이 코스닥 시장을 떠났다. 이 중에는 엔씨소프트, 아시아나항공, 네이버 등 유명 기업들도 포함돼있다. 특히 네이버는 시가총액이 22조원을 넘어가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총 순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을 떠나면서 ‘불량아’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이 터지면서 투기적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생겼고, 이후에도 대주주의 횡령·배임이 일어나는 등 불량한 시장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은 유가증권 시장보다 기관투자자, 외국인 투자를 받기 힘들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건설, 중공업 등 일부 종목의 기업들은 IT·벤처 등 신사업 중심의 코스닥 시장에서 저평가 받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

    최근 코스닥 시장은 이전보다 건전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 수는 지난 2012년 48개에서 2013년에는 33개, 지난해에는 15개 회사로 줄어들었다.

    과거 IT 버블 등의 문제를 겪은 이후 코스닥 시장 상장 기업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진 것도 시장 건전성 향상에 일조했다.

    코스닥 시장 관계자는 “IT버블 당시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당국이 기업 상장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후 실패를 통해 아무 기업이나 상장시키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과거보다는 상장시 기업에 대해 깊게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은 “상장폐지제도를 도입한 이후 불량 기업들을 대거 퇴출시키는 등 노력한 결과 대주주의 배임·횡령이나 상장폐지 등 코스닥 시장의 위험 요인이 많이 사라졌다”면서 “코스닥 시장의 건전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 업종 쏠림 현상 줄고 종목도 다양해져

    불과 3~4년 전만 해도 코스닥 시장에는 대기업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납품하는 하청 업체 비중이 50%에 육박했고, 시총 상위 종목들도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회사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게임·IT·바이오 업종이 시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은 올들어 바이오복제약(바이오시밀러)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다음카카오를 제치고 코스닥시장 시총 1위를 기록하고 있다.

    IT기업인 다음카카오가 시총 2위이고, 미디어·콘텐츠 업체인 CJ E&M, 로엔과 게임업체 컴투스, 웹젠 등도 시총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임승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대기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부품주 비중이 최근 40% 밑으로 떨어지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이 주목 받고 있다”면서 “성장가능성이 높은만큼 투자도 많이 들어오고 주가도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올 들어 코스닥 시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코스닥 시장 증권 보유금액은 지난 2013년말 1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말 15조9000억원으로 1년 만에 약 4조원 늘었지만, 올 들어 2월말까지 2개월만에 18조원으로 약 2조원 증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인 증권 보유금액이 이달 말에 20조원을 넘길 수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시총 상위 종목 중에는 바이오·콘텐츠 업종의 외인 비중이 높다. 셀트리온, 메디톡스 등 바이오주의 외인 비중은 28%~35%에 달한다. 특히 로엔의 외인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나스닥에서 헬스케어, 바이오, 콘텐츠 관련주의 주가 상승률이 높았고, 중국 증시에서도 이들 종목이 많이 올랐다”면서 “우리나라도 미국과 중국 증시의 영향을 받아 관련 종목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상무는 “과거 일부 기업들은 주주들이 ‘코스닥 시장에 있으면 저평가 받는다’고 주장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겼다”면서 “지금은 성장 가능성이 큰 바이오, 게임 등의 종목이 시장에서 적정 평가를 받고 있는데 유가증권 시장으로 자리를 옮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