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700 시대]① 2000년 닷컴버블과는 다르다

조선비즈
  • 연지연 기자
    입력 2015.04.17 09:11 | 수정 2015.04.17 09:25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2800선을 넘나들었다가 2008년 경제위기엔 26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닥 시장이 드디어 기나긴 잠에서 깨어났다. 17일 코스닥지수가 700선을 돌파했다. 2008년 1월 이후 7년3개월만이다.

    코스닥 시장을 보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지수가 더 오르면서 투자 자금이 불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설레는 한편,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처럼 지수가 급락할까 걱정이다. 실제로 증시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코스닥지수가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코스닥 시장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과거와는 달리 튼튼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증시에 상장된 종목들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건실해졌고, 투자자들의 투자 기법도 발전해 예전 같은 거품 장세는 만들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의 주가 상승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거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어떤 점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일까?

    ◆ 전문가도, 투자자도 과거의 실패에서 배웠다

    2000년을 뜨겁게 달궜던 종목, 새롬기술. 1999년 8월 1491원에 상장된 새롬기술은 6개월 만에 20만원대 주식으로 거듭났다.

    무료 국제 전화 ‘다이얼 패드’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폭등했는데, 당시 종업원이 45명에 불과했던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은 포스코보다 높아졌다. ‘새롬 재벌’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자고 나면 뛰는 주가 덕에 평생 만져보지 못할 목돈을 만졌다는 사례도 종종 들려왔다.

    하지만 그 뒤로 새롬기술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탄다.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다 2001년 11월에는 새롬기술의 주가가 1만4000원까지 내려갔다. 당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마저도 “투자 비중을 축소하라”고 보고서에 썼다. 얼른 매도하라는 뜻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새롬기술의 주력 사업이었던 다이얼 패드가 수익 모델이 없어 재정난에 빠지면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새롬기술은 다이얼 패드 사업을 포기하게 된다.

    유진투자증권 변준호 센터장은 “그때는 ‘닷컴’이란 이름만 붙으면 개인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 인터넷 혁명이라는 굉장한 변화가 생겼던 때기도 하지만, 그 변화에 도취되서 증시와 투자자들이 모두 미쳤던 때”라고 말했다.

    변 센터장은 “그 때는 당장 수익모델이 없어도 주가수익배율(PER)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았다”며 “주가수익배율이 100배 가는 기업도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도 애널리스트들은 12개월 후에 얻을 실적을 근간으로 주가수익배율을 붙여 목표주가를 산정하지만, 기본적으로 적용하는 숫자 자체가 낮은 편이다.

    한 투자자문사 사장은 “바이오주에 주가수익배율이 좀 많이 붙는다고 하더라도 높아봐야 50배 정도고, 그 이상으로 주가수익배율이 높아지면 들고 갈지 심사숙고해서 투자한다”고 말했다.

    유인철 마젤란기술투자 상무는 “닷컴버블 당시엔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하고, 돌아서면 바로 상장을 시켰다”며 “하지만 지금은 질적인 면을 중시해 투자 집행부터 투자 회수 기간이 짧지 않은 편이고, 증시 상장 뿐 아니라 대기업 인수합병(M&A) 등 여러 형태로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기법도 상당히 전문화 됐다. 학생 시절 투자 동아리에서 활동했다는 류효정(30)씨는 “최근 3년간 영업이익과 순이익, 기업의 순자산 가치를 꼼꼼히 살피고 주가수익배율이 낮은 종목에 주로 투자를 한다”며 “올해 실적이 얼마나 늘어날 지 회사 IR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정보를 체크하고 투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 이중삼중으로 기업 실사…튼튼한 종목 늘었다

    코스닥 종목들도 기본적으로 튼튼해졌다. 2009년부터 함량 미달인 종목은 상장폐지 시키고 이중, 삼중으로 꼼꼼히 살핀 종목들을 시장에 등판 시킨 덕분이다.

    한국거래소는 2009년부터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과거보다 쉽게 만들고, 실질 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형식적으로만 요건을 맞추는 상장회사를 퇴출하기 위해서다.

    이후 코스닥시장엔 한 차례 쓰나미가 몰아닥쳤다. 2009년엔 65개 회사가 증시에서 내쫓겼다. 2010년에도 74곳, 2011년에도 58곳의 회사가 상장폐지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닷컴버블 당시 상장됐던 기업들이 이 시기에 많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퇴출 종목이 빠져나간 자리는 신규 종목들로 채웠다. 과거보다 꼼꼼하게 평가해서 증시에 입성시켰다. 이를 위해 도입한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지정감사인 제도다. 이 제도로 증권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은 금융 당국이 지정한 회계 법인에게 감리를 받게 됐다. 예전에는 기업이 임의로 회계법인을 선택할 수 있어서 ‘서로 좋은 게 좋은 것’이란 태도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경우도 빈번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한 재무 담당 임원(CFO)은 “기존에 회계감사를 받던 곳에서 그대로 회계를 받았으면 수수료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을텐데, 방침이 그렇다니 수수료도 더 많이 주고 지정된 회계법인에서 감리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계 기업인 중국고섬이 회계 부정 문제로 2011년 증시에 퇴출된 이후로 상장주관사도 번 더 자체적으로 회사 회계를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IPO팀 관계자는 “중국 고섬 사건 이후 중국계 기업의 상장 작업을 피해왔다. 수수료도 많지 않은데 상장 폐지되고 소송에 걸리면 골치만 아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아직도 대형 회계법인 4곳은 중국계 기업 회계 감리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그 외 국내 상장 준비 기업에 대한 회계 심사도 이전보다 훨씬 꼼꼼하게 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 눈길 안 주던 보험·연기금도 코스닥 기웃

    코스닥 시장 상황이 바뀌자 코스닥 장의 수급 주체에도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개미들의 놀이터가 아닌 기관과 외국인이 관심을 갖는 증시가 됐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중소형주 펀드 규모가 2조원 가까이 커졌다는 점이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중소형주 펀드의 설정액은 5000억원이 안 됐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코스닥 증시에 중소형주 펀드 자금이 일부 들어오면서 지수가 많이 오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험과 연기금도 자금을 넣고 있다. 지난 한해 1570억원의 자금을 넣었던 보험사는, 올해 넉달 만에 1572억원의 돈을 코스닥 시장에 넣었다. 연기금도 올 들어서 2000억원의 자금을 넣었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 매니저는 “코스닥 종목에 펀드 자금이 갑자기 들어가면 주가 왜곡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코스닥 종목을 일부 넣지 않으면 수익률 관리가 힘들어져서 신경써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연기금 출신의 자산운용사 대표는 “아직도 코스닥시장 종목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편이지만, 과거보다는 상당히 상황이 좋아져서 실제 투자 종목이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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