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코스피에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려는지 아세요? 한국 주식 종목을 아직 분석하지 못했거든요. 증시는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개별 종목 고르느라고 투자 타이밍을 놓칠까 봐 일단 지수에라도 먼저 투자하려는 겁니다(웃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목소리는 살짝 흥분 상태였다. 그는 한국 증시 전망에 대해 시종일관 "매우 밝다(very bright!)"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수십년간 한국 주식에 투자해왔지만 증시가 최고점을 경신할 것이란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며 "중국·일본·러시아와 함께 한국 주식 투자를 대폭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중국·일본 증시 모두 역대 최고점 경신한다"
로저스 회장은 한국 증시가 전망이 밝은 이유에 대해 "한국은 경영 능력이 뛰어난 기업이 많고, 전 세계에서 흉내 내지 못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고, 생산성도 매우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스마트폰 시장 악화로 '시대가 지났다'고 말하곤 하지만, 나와 내 주위의 동료 투자자들은 여전히 삼성이 '위대하다'(great)고 말하고 있다"며 "지금은 한국 주식을 사고 또 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가가 역대 최고점보다 35% 낮은 중국 증시 역시 올해 안에 최고점을 경신할 것이며, 역대 최고점보다 50% 낮은 일본도 현재 주가보다 최대 2배 수준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최소 1년은 한국, 중국, 일본의 주가가 랠리 현상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예로 들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 증시가 폭발 성장하게 된다"는 이색 주장을 내놨다. "중국에서 경기는 둔화하는데 왜 증시는 상승할까요? 실물경기가 좋지 않으면 공장·인프라 등에 흘러가는 투자금이 줄고 그 투자금이 증시에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의 부동산은 거품 상태에 놓였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금이 증시에 투자되고 있죠. 실물경기가 좋지 않은 한국 증시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미국이 기준금리 네 번 올릴 때까지는 주식 팔지 마라"
로저스 회장은 미국이 연내에 첫 번째 금리 인상을 해도 주식을 팔지 말라고 조언하면서 주식투자를 접어야 할 시점으로 미국이 네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할 2016년 어느 시기를 꼽았다.
로저스 회장은 "증시에서는 기준 금리의 절대적 숫자보다도 금리 인상의 횟수를 더 눈여겨봐야 한다. 금리를 네 차례 정도 올리게 되면 투자자들은 앞으로 무조건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믿으면서 미래 증시의 가치를 가차없이 깎아내릴 것"이라며 "미국이 금리를 네 차례 인상하면 나는 주식을 모두 내다 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과 주요국 양적 완화 종료의 부작용으로 2016년 중 글로벌 증시와 원자재 시장이 50% 이상 폭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2008년 금융 위기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 위기를 초래하면서 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은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우 외환 보유액이 많고 부채가 적어 시장이 폭락해도 자산 시장의 회복력은 미국보다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저스 회장은 과거부터 "달러가 휴지조각으로 변할 것이다" "물, 설탕, 곡물 등 원자재 시장이 밝다"는 전망을 내놨지만 예측이 빗나갔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그는 "2년 전에 대량으로 산 달러를 보유하고 있고, 향후 3년 안에 달러 가격이 폭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전엔 모두 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탕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여러 설탕 생산 회사가 생산 비용을 절감하면서 주가는 오르고 있고, 최근 투자한 설탕 회사의 주가도 역대 최고점을 돌파했다. 전망 좋은 원자재 투자처는 많다"고 반박했다. 로저스 회장은 "원유의 경우 국제 유가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기 때문에 살 타이밍이 아니다"고 말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1969년 투자자 조지 소로스와 퀀텀 펀드를 굴려 12년간 3365%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린 투자자이다. 로저스 회장이 옥수수·밀 등 20개 곡물 상품 원자재에 연동해 운용하는 로저스 국제원자재지수(RICI)는 1998년 설립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수익률이 174.9%를 기록했다.
"통일이 되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던 그는 5월 19~20일 열리는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의 통일 세션에 참석해 북한의 국제사회 참여 가능성과 아시아·태평양의 발전 전략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