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와 정치권에 공 넘긴 이주열 한은 총재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15.04.10 04:0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9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 총재는 정부에 “추경 집행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고 재정 건전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경기 회복세와 성장 잠재력을 높이려면 재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는 “정부의 구조개혁 노력이 결실을 맺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재는 그동안 여러번 정부의 구조개혁과 확장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이번처럼 정부와 정치권에 대고 강하게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은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 놓은 상태였다.

    이 총재는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정부의 경기 부양 기조에 발 맞추며 무난하게 정책 공조를 이뤄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시장과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도 무릅쓰며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한 금통위원은 전달 금리 동결을 주장하며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가 이 조언을 흘려 들었을 리 만무하다.

    그랬던 이 총재가 한 달 만에 돌연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날 선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당장 정부 재정 집행이나 정치권 행태를 보면 이 총재의 발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난해 예산 집행 결과를 보면, 경기 회복을 위해 추경에 버금가는 수준의 확장적인 재정을 펼치겠다고 한 정부의 발언이 무색하다.

    정부는 지난해 세수가 부족하다며 17조5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불용액으로 남겼다. 기재부는 최근 확장적 재정 정책과 반대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재정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복지재정 구조조정 규모만 3조원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정치인들이 한은에 금리인하를 요구했지만 경기 활성화 법안 대부분은 국회에서 긴 잠을 자고 있다.

    한은은 작년에 두 차례, 올해 한 차례 이미 금리를 내렸다. 이제 공은 정부와 정치권에 넘어갔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 총재의 발언에 귀 기울여야 할 차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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