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북클럽의 일곱 번째 책은 '합리적인 의례: 문화, 조화, 그리고 공유지식'으로 선정됐다. 원제는 'Rational Ritual: Culture, Coordination, and Common Knowledge'.
게임이론으로 다양한 사회현상을 풀이한 책이다.
2001년 5월 프린스턴대학교 출판부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 책은 2013년 저자 후기를 새로 덧붙인 개정판이 나왔다. 국내에는 2014년 7월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새로 읽기 시작한 책과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저커버그는 이 글에서 “‘공유지식’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이 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 미디어는 개인에게 특화된 경험을 서로 교환하며 넓은 경험을 만들어가는데, 이를 디자인하는 데에 ‘공유지식’은 매우 중요한 발상”이라며 “앞으로 발전에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썼다.
한국계 미국인인 저자 마이클 최(Michael Chwe)는 게임이론 전문가다. 노스웨스턴 대와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뉴욕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쳤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정치학과 교수로 있다.
게임이론으로 사회적 관계, 통화 이론, 집단 행동, 소수자 권리, 물리적 폭력 등의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연구를 해 왔다.
게임이론은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상태에 있는 집단의 행위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이론이다. 다른 참여자의 행위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게임 참가자’들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리는 의사 결정 과정과 결과를 분석한다.
책에는 현실 속 여러 상황들이 사례로 등장한다. 인터넷 기업, 금융 회사, 맥주 회사는 왜 그렇게 수퍼볼(Super Bowl) 경기 광고에 목을 매는 것인지, 사람들은 어떤 상황일 때 독재 체제에 순응하고, 또 어떨 때 저항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저자는 이런 여러 상황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공유지식(common knowledge)’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설명하는 공유 지식이란, ‘내가 안다는 사실을 너도 알고, 네가 안다는 사실을 나도 아는 상태’다. 예를 들어 수퍼볼 광고주가 기꺼이 비싼 광고비를 감수하는 것은 순식간에 상품을 ‘공유지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수퍼볼 중계방송에 시선이 꽂힌 시청자들에게 강제로 상품을 선보여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독재 체제에 대한 유지와 저항 양상도 ‘공유지식’의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집단 행동에 성공하기가 어렵다. 반대로 내가 참여할 것이란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고, 다른 사람이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걸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연쇄적으로 꼬리를 물며 퍼지면 집단 행동의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 ‘재스민 혁명’ 역시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공유지식 덕분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공유지식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의례(ritual)’다. 예를 들어 왕정에서 왕실 행차는 모든 사람에게 ‘이 사람이 왕’이라는 공유 지식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또 고대 아테네 원형 극장, 근대 국가의 원형 스타디움은 대중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몰리도록 해 손쉽게 공유지식을 형성할 수 있었다.
출간된 뒤 게임이론이 얼마나 폭넓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 받은 책이다.
저자는 지난해 5월 새 책 ‘게임이론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 Game Theorist)’을 출간했다.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 속 내용들을 게임이론으로 풀어내 대중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아직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았다.
저커버그는 올해를 '책 읽는 해'로 선언하고 2주에 한 권씩 새로운 책을 선정해 읽고 있다. 선정한 책은 자신의 북클럽 페이지 'A Year of Books'에 공지하고, 북클럽 회원들과 함께 토론한다. 지금까지 저커버그 북클럽은 '권력의 종말'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괴짜 사회학' '면역에 대하여' '창의성을 지휘하라' '과학혁명의 구조' 등 여섯 권의 책을 함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