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히든챔피언] UV램프로 살균한 뒤 흡입… 이불 진드기도 제거

조선일보
  • 김진 기자
    입력 2015.03.31 03:05

    [3] 의사 출신 대표가 개발한 '레이캅코리아'의 침구 청소기

    미세 먼지·황사 영향으로 집 바깥에 이불 널지 못해 아토피 환자 느는 데 착안
    신모델 테스트하기 위해 각국서 이불 年900채 구매… 매출 70%는 中·日서 올려

    2012년 매출 540억원, 2013년 1316억원, 2014년 1800억원. 침구 전용 청소기 전문업체 레이캅코리아의 눈부신 매출 성장세다. 중국·일본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70%에 달할 정도로 해외 수출 비중이 높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침대 매트리스나 이불 같은 침구류에 붙어 있는 먼지와 진드기 등을 빨아들이는 20만~30만원대의 진공청소기다. 원래는 자동차 부품과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부강샘스'라는 회사였다. 하지만 2007년 처음으로 내놓은 침구 청소기 '레이캅'이 대히트를 치면서 작년 말 아예 회사명도 레이캅코리아로 바꿨다.

    레이캅코리아 이성진 대표가 서울 여의도동 서울지점에서 제품 앞에 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레이캅코리아 이성진 대표가 서울 여의도동 서울지점에서 제품 앞에 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매출이 늘어나니 많은 분이‘다음 제품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며“이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더 좋은 침구 전용 청소기를 더 많은 국가에 소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레이캅의 변신은 창업자인 이하우 회장의 장남 이성진(45) 대표가 경영을 맡고서 주도했다. 이 대표는 한림대 의대를 나와 대학병원에서 인턴 과정까지 마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가업을 승계하기 위해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현지 제약사에 들어가 영업을 하며 경험을 쌓기도 했다. 2004년 귀국한 그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안정적인 부품 업체에 만족하지 않고 독자 브랜드를 가진 가전제품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기계나 부품을 잘 모르니 내가 잘 아는 분야를 선택해 즐겁게 일하고 싶었다"며 "의사 경력을 살려서 건강 가전 사업부를 신설하고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시 아토피 피부염, 천식, 폐질환 등을 앓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에 주목했다. 그 원인은 집 안에서 항상 사용하는 침구류에서 찾았다. 미세 먼지와 황사 등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진드기와 각종 먼지가 증가하고 집 안에 있는 침구류에 달라붙어 질병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이불을 빤 뒤 먼지를 털고 햇볕에 말려서 침구를 깨끗하게 유지했지만 황사와 미세 먼지가 심해지고 난 뒤부터는 그도 어려워졌다"면서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을 응용해 살균 기능이 있는 UV(자외선) 램프를 설치한 침구 전용 청소기를 최초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사 매출의 7~8%를 연구개발에 투입하며 진드기와 세균 등 생물학적 연구에도 정성을 쏟았다. 실험용 진드기를 파는 곳이 없어서 진드기를 배양하는 기계를 사고 생물학 전공자를 채용해 자체적으로 키워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불을 꽉 붙잡고 있는 진드기는 힘이 세서 아무리 청소기 흡입력을 세게 해도 딸려오지 않는다"며 "청소기 바닥에 '진동 펀치'를 달아 진드기를 가격해 정신을 잃게 한 뒤 빨아들이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각국마다 다른 이불 특성에 맞는 청소기를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다. 레이캅코리아는 매년 각국의 이불 800~900채를 구매한다. 신모델을 개발할 때마다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일본은 오리털 이불을 많이 쓰는데 흡입력이 너무 세면 깃털이 들어가서 청소기가 막힌다. 반대로 중국·러시아 같은 추운 나라에서 쓰는 솜이불은 두꺼워서 흡입력을 더 세게 조정해야 한다. 이 대표는 "수만 번의 실험을 통해 진동 펀치·솔·흡입 펌프 등 각 부품의 속도와 세기, 강도 등 최적의 조합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중국에서 유사 상품이 50종이 넘게 나왔지만 이 같은 조합을 맞추기 어려워 아직 우리 제품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캅코리아는 중국과 일본에는 현지 법인을 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청소가 제대로 되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먼지통을 투명하게 만들어 흡입한 먼지를 눈으로 확인하도록 해 신뢰를 얻었다. 중국에서는 "먼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면 집 안 공기로 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서 먼지통을 물에 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꾸준한 연구개발 결과 레이캅청소기는 2009년 영국의 '10대 청소기'(인디펜던트지 선정), '2013년 히트 상품 베스트 30'(일본 닛케이 트렌디) 등에 뽑혔다. 국내에서도 2010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됐고 작년에는 제51회 무역의 날에 '1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이성진 대표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만든다는 사명감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침구 전용 청소기의 선두주자로서 더 좋은 제품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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