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최초로 복원한 공룡 이구아노돈… 엉뚱한 '뿔도마뱀'이었다

조선일보
  •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관장
    입력 2015.03.28 03:03 | 수정 2015.03.28 03:58

    if(into the future·미래 속으로)
    이융남의 '숨은 공룡史' [1]
    공룡 이름 起源 이구아노돈
    엄지손톱을 뿔로 착각, 두번째 복원도 실수… 한반도에도 친척뻘 살아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관장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관장

    공룡이 새로 발견될 때마다 전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된다. 공룡이 과학계의 공식 연구대상이 된 것은 1842년부터다. 그때부터 지난 2세기 동안 공룡 과학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세상을 놀라게 한 공룡 발견의 현장으로 돌아가 공룡 연구사의 큰 맥을 짚어본다.

    인간은 공룡뼈를 오래전부터 발견하였지만 공룡이라는 존재를 인식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중국 기록에는 서기 300년쯤 거대한 공룡뼈를 발견한 것으로 돼 있다. 사람들은 이 뼈를 전설의 동물인 용(龍)의 뼈로 생각했다. 까마득한 과거에 거대한 파충류가 존재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처음 인식한 사람은 영국의 의사 맨텔(Mantell)이었다. 기록은 이렇다.

    '1822년 어느 봄날 맨텔은 그의 아내 메리와 함께 환자의 집으로 왕진을 나갔다. 그가 집 안에 있는 동안 메리는 집 주위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공사장에서 파헤쳐진 돌무더기에서 무엇인가 반짝 빛나는 것이 있었다. 그녀는 그 돌을 살펴보고 이상하게 생긴 이빨 화석이 박혀 있는 것을 알았다. 메리는 이것을 남편에게 보여주기 위해 호주머니에 넣었다.'

    과학사에서는 언제나 우연이 인기를 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내가 아니라 맨텔이 이빨을 발견했다는 논문도 나왔다. 아무튼 이 이빨의 발견은 공룡 연구 역사상 매우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된다. 맨텔은 그 이빨이 매우 중요한 화석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1825년 현생 이구아나의 이빨과 비슷하지만 20배나 더 큰 이 이빨 화석에 이구아노돈(Iguanodon·이구아나의 이빨)이란 학명을 지어주었다.

    그 후 1834년 영국에서 이구아노돈 골격이 또 발견됐다. 이 화석은 1842년 영국 자연사박물관의 초대 관장이었던 오언(Owen)이 그리스어로 '무서운' 혹은 '거대하다'는 뜻의 'deinos'와 도마뱀이란 뜻의 'sauros'를 합성해 'Dinosauria', 즉 우리말로 '공룡(恐龍)'이라는 이름을 제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구아노돈 복원 변천사
    /자료:이용남 박사, 그래픽=김현국 기자

    이구아노돈의 복원은 우여곡절 그 자체였다. 처음 맨텔이 복원한 이구아노돈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이구아노돈의 실제 모양과 전혀 다르다. 당시 이구아노돈은 코에 뿔이 나고 네 발을 땅에 짚고 서 있는 거대한 도마뱀으로 묘사됐다 〈그림①〉. 이 이미지가 바뀐 것은 1878년 4월 벨기에의 한 탄광에서 38개체의 이구아노돈 골격들이 거의 흩어지지 않은 채 무더기로 발견되면서부터다.

    화석을 연구한 돌로(Dollo)는 이구아노돈이 뒷발로만 걸었으며 맨텔과 오언이 코에다 붙였던 뿔이 사실은 엄지손톱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돌로도 이구아노돈을 캥거루처럼 꼬리를 지면에 대고 뒷발로 선 자세로 복원하는 실수를 했다〈그림②〉. 당시 학자들은 공룡이 파충류이기 때문에 느리고 굼뜰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연구자들은 이구아노돈이 뒷발로 걸을 때 꼬리를 전혀 땅에 끌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사실 어떤 종류의 공룡이든 특별한 환경이 아니고서는 꼬리를 지면에 늘어뜨리고 이동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공룡 발자국에서 꼬리를 끈 자국을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과학자들은 새처럼 뒷발로 서서 걷는 이족보행(二足步行) 공룡은 수평으로 뻗은 긴 꼬리가 골반을 중심으로 전신의 무게와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역설적이게도 맨텔이 발견한 역사적인 이구아노돈 이빨은 현재 영국이 아니라 뉴질랜드에 있다. 맨텔의 사후 이빨을 물려받은 아들이 뉴질랜드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화석은 현재 뉴질랜드 테파파국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길이 10m, 무게 3t이나 나가는 이구아노돈은 초식성 공룡인 조각류(鳥脚類·Ornithopoda)에 속한 공룡으로 1억 2500만년 전 유럽에서만 살았다. 이구아노돈이 속해있는 이구아노돈류(Iguanodontia)는 후기 쥐라기의 작은 공룡 드리오사우루스(Dryosaurus)부터 후기 백악기에 가장 번성한 오리주둥이공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조각류 공룡을 포함한다. 이들은 전 대륙에 퍼져 매우 번성했다.

    국내에서도 경남 하동군 하산동층에서 필자가 이구아노돈의 이빨과 닮은 화석 한 개를 발견했다. 하산동층은 이구아노돈이 발견된 시대와 거의 같은 시대의 지층이다. 현재 이 이빨은 한반도에도 이구아노돈과 가까운 친척 공룡이 살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일한 뼈 증거다.

    경남 고성군 진동층에서 발견된 4000여족(足)에 이르는 공룡 발자국 중에서 약 60%가 조각류 공룡 발자국이다. 맨텔의 발견처럼 단 한 개의 이빨이라도 발견되기 전까지는 이 발자국들의 주인이 이구아노돈에 가까운 조각류인지, 아니면 더 진화한 오리주둥이공룡에 가까운 조각류인지는 미해결로 남아있을 것이다.

    >IFpedia → 쥐라기·백악기

    약 1억8000만년 전부터 약 1억3500만년 전까지를 쥐라기라고 한다. 프랑스·스위스·독일에 걸쳐 있는 쥐라산맥에서 유래했다. 이후 6500만년 전까지를 백악기라고 한다. 지층이 석회질 암석(백악)으로 구성돼 있어 백악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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