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지난해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줄었지만 사내 유보금은 계속 늘고 있다. 최근 대기업 정보 사이트 재벌닷컴이 국내 10대 그룹의 96개 상장 계열사를 분석한 결과, 이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은 작년 말 503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조6300억원(8.1%) 증가했다.
현금 보유액은 감소하는데, 사내 유보금은 왜 늘어날까?
사내 유보금은 기업의 순이익에서 배당과 상여금을 통해 지출되는 것을 제외하고 사내에 남는 이익 잉여금을 모두 합친 누적(累積) 개념이다. 현금뿐 아니라 금융 상품, 건물, 토지, 설비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반면 광의(廣義)의 현금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 상품만 합친 금액을 뜻한다. 따라서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면 현금 보유액은 줄지만 사내 유보금은 거꾸로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사내 유보금은 2013년 92조800억원에서 지난해 102조1500억원으로 10%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현금 보유액은 28조에서 16조8000억원으로 오히려 40%가 줄었다.
현금 보유액만 따지면 국내 상장 기업(금융회사 제외)의 총자산 대비 현금성 자산 비율은 9.3%로 미국(23.7%), 일본(21.4%), 유럽(14.8%)보다 훨씬 낮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 중 현금 보유 규모는 15% 안팎에 불과하며 나머지 상당 부분은 각종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에 이미 사용한 돈"이라며 "기업들이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투자를 했기 때문에 사내 유보금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