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6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페이스북의 개발자대회 'F8'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페이스북 메신저'라고 매셔블·테크크런치 등 해외 IT 전문 매체들이 24일 일제히 보도했다.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외부 개발자들이 만든 앱(응용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유통하게 만드는 것이 이번 F8의 주요 내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용자 13억명의 페이스북이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플랫폼(platform)으로 성장한 것처럼 모바일 메신저도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한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플랫폼은 모바일로 콘텐츠를 유통하고 결제 등 여러 비즈니스를 하는 기반이 되는 서비스다. 도로·항만을 확보하면 물류의 주도권을 쥐는 것처럼 플랫폼을 확보하면 모바일 콘텐츠·서비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페이스북, 모바일 메신저 사업 키운다
페이스북 메신저가 외부에 개방되면 이용자들은 송금·쇼핑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외부 업체들이 메신저 내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다. 메신저가 다목적 생활 도구가 되는 셈이다. 충분한 이용자를 확보한 뒤 이렇게 각종 서비스·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온라인 플랫폼의 일반적인 발전 경로다.
페이스북도 처음에는 친구 찾기 SNS로 사용자를 모은 뒤 콘텐츠 유통·마케팅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90억달러(약 20조원)에 메신저 회사 왓츠앱(WhatsApp)을 인수했다. 이용자가 6억명에 달하는 인기 서비스다. 하지만 왓츠앱은 "광고도, 게임도, 속임수(gimmicks)도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게임·광고 등 수익 모델을 곁눈질하기보다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대신 자체 개발한 '페이스북 메신저'가 지난 17일 송금(送金) 기능을 추가하며 플랫폼화를 시작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자는 지난해 4월 2억명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5억명이 됐다. 불과 8개월 만에 사용자가 2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이는 페이스북이 모바일 앱에서 회원들 간의 1:1 대화 기능을 없애고 대신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하도록 유도한 결과다. 일부 사용자들은 이런 '강제' 조치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라인·위챗의 성공 모델을 배워라
페이스북의 움직임은 라인·위챗 등 아시아에서 인기를 끄는 모바일 메신저들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는 게 IT업계의 평가다. 네이버의 라인(LINE)은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이모티콘을 직접 만들어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라인은 최근 네이버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다. 라인의 게임·캐릭터 판매가 늘면서 네이버의 작년 4분기 콘텐츠 매출은 전년 대비 51.2% 늘었다.
중국 텐센트의 '위챗'은 은행 계좌와 메신저를 연결해 모바일로 세뱃돈을 주고받는 훙바오(紅包) 서비스로 대박을 냈다. 올해 설 연휴에는 위챗을 이용해 하루에 최대 10억1000만여건의 훙바오가 오갔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도 한국 시장을 장악한 뒤 송금·택시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송인주 전임연구원은 "페이스북 메신저의 주요 시장은 북미 지역이지만 성공 가능성이 보이면 전 세계적으로 같은 전략을 펼 것"이라며 "국내 메신저 서비스들이 치열한 플랫폼화 경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플랫폼(platform)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처럼 온라인·모바일에서 콘텐츠 유통·마케팅 같은 비즈니스의 기반이 되는 서비스. 무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모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고·게임·송금 등 수익 모델을 추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