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짝꿍] 채널브리즈·스톤브릿지 "아버지께 단칼에 거절당했던 사업계획서, 오늘날 '직방'으로"

조선비즈
  • 노자운 기자
    입력 2015.03.22 06:48

    “꼭 구하길 바라⋯.”

    남자의 품에 안겨 쓰러져가는 여자가 눈물을 글썽인다. 남자는 입에서 침을 튀기며 절규한다. “구해주세요, 방 구하게 해주세요!”

    여자를 안고 울부짖는 남자 옆엔 이삿짐을 연상케 하는 상자들이 쌓여있다. ‘초대형’ 곰인형도 놓여있다. 이쯤 되면 짐작이 가능하다. 이 커플이 이사 갈 집을 찾지 못해 길에 나앉은 상태라는 것을.

    부동산 정보 제공 앱 ‘직방’의 텔레비전 광고(CF) 중 한 장면이다. 이 광고엔 드라마 ‘굿닥터’,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주원씨가 출연했는데, 벤처 기업이 지금 한창 인기있는 배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직방 앱을 만든 채널브리즈의 안성우 대표이사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창업하기 전 미국계 벤처캐피털(VC) 블루런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한 이력을 가졌다. 그 외에도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엔씨소프트에서 게임 개발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채널브리즈에 총 30억원을 투자한 스톤브릿지캐피탈의 손호준 팀장은 안 대표와 반대로 벤처 창업가에서 투자 심사역으로 전직했다. 대학교에 다니던 중 프린터를 이용하기 위해 오랜 시간 대기하는 학생들을 보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운영했다. 그 후 시티은행을 거쳐 스톤브릿지에 입사해 채널브리즈와 옐로모바일·VCNC·우아한형제들 등 IT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서울대 선·후배 관계인 두 사람은 상당히 친하다. 일주일에 한번은 만난다(‘사후 관리’ 차원에서라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은 분명히 잦다). 그렇게 자주 만나는데도 얘깃거리는 늘 넘쳐난다고 한다. 투자자와 피투자자 관계를 넘어 “형, 동생” 한다는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안성우 채널브리즈 대표이사, 손호준 스톤브릿지캐피탈 심사역 /노자운 기자

    손호준= 안 대표님과 처음 만난 건 2013년 초였어요. 친구가 저희 학교 나온 선배 중에 벤처 투자심사역 출신 사업가가 있다면서 소개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저는 새내기 심사역이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좀 배우고 도움도 받으려고 찾아갔어요. 자주 만나면서 많이 배웠죠.

    당시 안 대표는 창업 후 처음 출시했던 서비스(포스트딜·온라인 커뮤니티 기반 거래 서비스)를 실패해 접고 부동산 정보 서비스를 막 시작한 상태였다. 서울 신림동에 자리를 잡고 관악구 내의 오피스텔·원룸만 중개하며 부동산 시장을 탐색하고 있었다.

    손=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투자 검토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땐 정말 관악구에서만 서비스하던 초기 단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당시 안 대표님이 하셨던 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제 투자 철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나는 이 문제를 정말 풀고싶다"는 문제의식이 상당히 강했고 그걸 풀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했어요.

    안 대표가 말한 ‘문제’란 인터넷상에서 부동산 매물을 찾는 데 따르는 불편이었다. 방을 보러 다니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드는 게 불편했고, 인터넷상에 올라온 매물 중 허위매물이 다수 포함돼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느꼈다.

    안성우= 10년 전 신림동 고시원을 찾아다니다 겪었던 불편을 토대로 사업계획서를 만든 적이 있어요. 아버지께 보여드렸는데 단칼에 거절당했죠. 그 때 만들었던 사업계획서를 얼마 전 다시 봤는데, 직방의 비즈니스 모델과 별 차이가 없더군요. 다시 말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동산 정보 서비스의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이 안 되고 있었다는 거죠.

    이후 채널브리즈는 숙명여대 인근으로 회사를 옮기고 서울 전 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안 대표와 직원들이 직접 원룸 건물주들을 찾아다니며 매물 사진을 찍어 올렸다. 지하철역 인근의 오피스텔과 원룸을 모두 엑셀에 입력해놓고 일일이 매물을 관리했다.

    안= 포스트딜 실패 이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어요. 다 내려놓고 현장에 나가 뛰어다녔습니다.
    포스트딜이 실패했던 건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서였어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사업이 어느 정도 갖춰져있는 상태에서 시장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사업가는 회사가 세팅도 안 돼있는 단계에서부터 모든걸 새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니 고민보다는 몸이 더 앞서야 했는데, 발로 뛰기보다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데 더 치중했던 거죠.

    ▲안성우 채널브리즈 대표이사, 손호준 스톤브릿지캐피탈 심사역 /노자운 기자

    손= 그 무렵 저도 투자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제가 (스톤브릿지에) 대여섯번 투자 계획안을 올려도 번번이 거절당했는데, 안 대표님께 너무 죄송해서 캡스톤파트너스 심사역에게 “나 대신 투자좀 해달라”며 부탁하기도 했어요.

    지난해 3월, 채널브리즈는 매물과 소비자 간 거래를 직접 중개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인중개사들이 매물을 올리는 플랫폼 형태로 전환했다. 초반엔 공인중개사들의 가입을 늘리기 위해 무료로 진행했다. 가입자가 어느 정도 증가하자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했다. 공인중개사가 10개 매물을 직방에 노출할 때마다 12만원씩 지불하게 한다(현재 직방에 올라와있는 매물은 약 8만~9만개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채널브리즈에 10억원을 투자한 것도 그 무렵의 일이다.

    최근에는 21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도 받았다. 총 8개 벤처캐피털이 참여했으며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이 중 20억원을 투자했다. 기존 투자자들이 대부분 후속 투자에 참여했다. 신규 투자사도 몰리는 바람에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안 대표는 말했다.

    매출도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투자 유치로 여유 자금도 많은 상황. 안 대표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손= 안 대표님은 항상 “지금이 위기”라고 하세요. 매일 그렇게 얘기하시는데 빈말은 아닌 것 같아요.

    안= 가입자 간 불균형이 문제에요. 방을 찾으려는 사람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비해 공인중개사 증가율은 훨씬 낮아요. 수요자보다 공급자가 훨씬 적으니 대부분 공인중개사가 너무 많은 수익을 내고 있죠. 텔레비전·신문 광고도 그래서 하는 거에요. 신문은 특히 공인중개사에서 많이들 보시니, 신문 광고를 보고 가입하시는 분들도 생길 것 같아서요.

    안 대표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이른바 ‘갑질 논란’이다. 채널브리즈가 직방 외의 다른 부동산 정보 제공 서비스에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에 대해 역차별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부동산의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손호준 스톤브릿지캐피탈 심사역, 안성우 채널브리즈 대표이사 /노자운 기자

    안=(공인중개사 역차별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문제 같아요. 직방 하나만 쓰고 있는 공인중개사의 매물을 상단에 올려줘서 문제가 됐던 건데, 사실 허위 매물을 관리하겠다는 목적으로 마련한 조치였거든요.
    최근 부동산 정보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일부 업체에서 ‘5만원을 내면 매물을 수백개까지, 혹은 무제한으로 올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많은 공인중개사가 직방과 그런 업체에 동시에 매물을 올리고 있죠. 그런 서비스에는 매물을 수없이 많이 올려야만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허위 매물도 일부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직방에 올리는 매물들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게 되는 거죠.

    채널브리즈는 갑질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해당 규정을 없애고 대신 다른 방식으로 허위 매물을 관리하기로 했다. 가입 후 3개월 동안 한 번도 허위 매물 신고를 당한 적이 없거나 3개월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여러 정황상 믿을 만한 공인중개사라고 판단되면, ‘클린회원’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채널브리즈와 직방의 향후 계획은 무엇일까.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로 나눠서 물어봤다.

    안= 직방은 이사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적에서 시작된 서비스잖아요. 향후 이삿짐 운반·새집 청소 관련 서비스도 직방 앱에 같이 넣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손= 엑시트 방법으로는 IPO와 M&A 둘 다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부동산 정보 제공 서비스는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해외 부동산 업자들도 관심 가질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허황된 숫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항상 적어도 기업가치 1조원짜리가 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자는 원칙을 갖고 있어요. 채널브리즈는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안= 저희는 IPO가 목표에요. 아무래도 해외보다는 국내 증시겠고, 투자자들이 원하는 시기에 해야겠죠. 해외에선 이미 많은 부동산 정보 업체들이 상장을 했어요. 미국의 ‘트루리아’, 일본 ‘진타이’가 대표적인 사례죠.
    해외 진출 계획은 아직 없어요. 진출보다는 방어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글로벌 부동산 정보 업체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어요. 글로벌 업체들에 맞서 시장을 선점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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