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열전] 최운식 전 저축은행합동수사단 단장

조선비즈
  • 최순웅 기자
    입력 2015.03.21 07:00

    “검사로서 137명을 법정에 넘긴 것보다 억울한 사람 1명을 구제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2011년 9월부터 525일 동안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을 지휘했던 최운식(사법연수원 22기) 전 합수단장을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대륙아주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검사 때처럼 변호사로도 억울한 사람을 돕는 일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 전 단장은 22년 간 검사 생활을 접고 변호사로 변신했다. 최 변호사는 오는 30일 개업 소연을 시작으로 금융·증권·조세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다.

    합수단은 지난 2011년 9월 출범해 저축은행 부실에 책임 있는 대주주·경영진, 정관계 인사 등 137명을 구속·불구속 기소하고 2013년 2월 27일 해단했다. 이후 최 변호사는 춘천지검 차장검사, 대구지검 김천지청 지청장을 역임했다.

    ◆ 말은 썰렁, 마음은 따뜻


    ▲ 최운식 대륙아주 변호사/ 사진=이진한 기자

    1.5m 가량 되는 책상과 손님용 의자 2개, 책장 2개 불필요한 장식품 없는 소박한 집무실에서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상의를 벗고 포즈를 취해 달라고 요청하자 “상의(相議)하지 않고 상의(上衣) 벗으면 안 되는데”라는 농(弄)을 던진다.

    기자는 합수단 시절부터 듣던 농이라 웃고 지나갔지만 사진 기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애처가로 소문난 최 변호사에게 아내에 대해 소개를 부탁하자 “미스코리아 출신”이라고 자랑했다. 최 변호사가 말한 미스코리아의 미스는 미혼 여성을 뜻하는 ‘miss’가 아닌 놓치다는 뜻의 동사였다. 미스코리아 놓쳐서 미스(miss) 코리아란다. 깜박 속았다. 그래도 아내에 대한 마음이 전해졌다.

    저축은행 비리 경영진과 정치인을 덜덜 떨게 했던 검사 최운식은 썰렁 개그로 더 유명했다. 어려운 자리나 갈등이 고조에 다다를 땐 썰렁 개그로 분위기를 눈 녹듯 녹였다.

    2012년 가을 어느날 40명 넘는 기자와 최 전 단장은 수사에 대한 브리핑을 가졌다. 언론사 보도는 검찰 수사보다 한발 앞섰다. 최 전 단장은 사실인 것과 아닌 것을 구별하면서 한 신문사 보도가 오보라고 말했다. 기사를 썼던 당사자는 ‘오보’라는 말에 단숨에 합수단장 방으로 달려왔다.

    분위기는 한 순간 험악해졌다. 사실 관계를 따지는 과정에서 양 측 목소리는 높아졌다.

    “당신”이라는 호칭이 최 전 단장 입에서 튀어나왔다. 해당 기자가 “당신이라고 했습니까”라고 따졌다. 그때 최 전 단장 입에서 나온 말에 험악해진 분위기는 허탈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그는 “그럼 여보라고 할까요”라는 썰렁한 개그를 던졌다.

    ◆ 농부의 아들, 사법고시 찍어 3등


    ▲ 최운식 대륙아주 변호사/ 사진=이진한 기자

    최 변호사는 충남 금산의 가난한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났다. 굶진 않았지만 배고픔을 달고 살았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학생 10명을 합숙시켜 대전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합숙할 때 돈이 없어 친구 자취 방에 더부살이 해야 했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최 변호사는 불문과를 지원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는 장학금을 주는 대학을 선택했다. 한양대학교 법학과에서 등록금, 생활비, 기숙사비를 지원 받았다.

    대학 시절 법에 관심 없어 술과 농구에 심취했다. 1988년 2월 제대하고 취직하려 대기업에 원서를 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는 고시에 뛰어들었다. 최 변호사는 2년 만에 법조인이 됐다.

    그는 활발한 성격 탓에 혼자 공부하지 않았다. 최 변호사는 후배들을 몰고 다니면서 세미나팀을 만들었다. 고시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문제를 모았다.

    최 변호사는 “24문제 중 11문제를 찍었다. 민법 시험 전날 느낌이 왔다. ‘무효행위의 전환’이 시험에 나올 거라고 확신하고 후배들에게 자료를 배포했다”며 “당시 한양대만 29명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합격자가 300명이었던 시절이다”고 말했다.

    29명 중 2등과 3등이 나란히 나왔다. 최 변호사는 3등이다. 2등은 최 변호사가 시험 전날 찍은 문제를 꼼꼼히 봐서 2등이 됐다. 정작 최 변호사는 본인이 찍은 문제를 보지 않아 3등 했다며 웃음지었다.

    ◆ 검사 최운식=변호사 최운식


    ▲ 최운식 대륙아주 변호사/ 사진=이진한 기자

    최 변호사는 아픈 사람 보듬고 나쁜 사람 처벌하고 싶어 검사를 선택했다.

    그는 합수단 업적보다 여직원에게 사기 치고 도망간 중소기업 사장을 기소한 것을 더 큰 보람이라고 밝혔다. 2003년 수원지검에서 평검사로 있었을 때다. 중소기업 사장이 오랫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한 여직원에게 8000만원을 사기 쳤다.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넘어온 사건을 그가 수사하고 3일 만에 사장을 구속했다. 8000만원도 여직원에게 돌려줬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억울한 사람, 아픈 사람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2년 검사 생활 내내 행복했다고 연거푸 강조했다. 그가 행복하게 검사 생활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은 가족 덕이다.

    그는 “검사란 직업이 너무 좋아서 하다 보니 22년 됐다. 나만 행복했더라. 퇴직금 받아 빚을 청산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 변호사는 “아내는 지방으로 내려가도, 빚만 늘어도 불만하나 하지 않았다. 친형이 개인 택시하는데 돈을 보태주고 싶었는데 그것도 못했다”며 “그동안 가족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목표 수익이 얼마냐는 짓궃은 질문에 그는 “떼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다. 소신껏 일할거다. 빚지지 않고 살 정도면 충분하다”고 받아쳤다.

    최 변호사가 사의를 표명하자 대형 법무법인으로부터 영입 제안이 쇄도했다. 그는 모든 제의를 고사하고 대륙아주를 선택했다. 최 변호사는 “규모가 크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대형 법무법인보다 실속 있는 곳에서 소신껏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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