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인듯 아닌듯…삼성 고난도 에세이에 취준생 '헉'

입력 2015.03.16 13:34 | 수정 2015.03.16 16:25

지난해 하반기 삼성그룹 대졸 공채 지원자들이 1차 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을 치루고 돌아가고 있다. /조선일보DB

“삼성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판매를 늘리기 위해 기존의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사용자에게 SSD로 교체하도록 하는 마케팅 포인트를 본인의 생각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IT 회사들의 재무 구조적 특징을 설명하고, 현재 글로벌 경영환경에 적합한 재무 관리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시기 바랍니다.”

삼성 공채를 준비하던 한양대 경영학과 재학생 유진혁씨(26ㆍ가명)는 지난 주말 삼성전자 입사 지원서를 작성하다 다소 난처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에는 필기시험 합격자에 한해 작성토록 했던 자기소개서를 지원시점에 적도록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난이도가 예상을 뛰어 넘는 아주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점. 입사 지원서에 에세이 형태의 자기소개서를 적는다는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어려울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지난해의 경우, 직무 선택 이유와 노력 정도, 본인의 목표, 포부 등 주로 개인적인 경험과 지원동기 등을 물었다. 하지만 올해는 구체적인 실무 내용들이 들어가 있어 전문적인 지식과 탄탄한 논리가 없으면 소화하기 힘든 내용들이었다.

유씨는 “주말 내내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만 했다”면서 “면접 과정에서 핵심 자료로 쓰일 거 같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 서류전형 없다던 삼성…논술 시험 수준 에세이 요구

삼성그룹이 올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입사 희망자들에게 작성할 것을 요구한 자기소개서로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핵심 계열사들이 자사의 핵심 사업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는 항목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에 해당하는 CE·IM·전사 부문 등은 영업 마케팅 직군 지원자들에게 ‘웨어러블 내 헬스케어 기능의 미래 모습을 제시하고, 가장 중요한 고객층을 선정한 뒤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기술하라’는 내용의 과제를 부여했다.

재무 분야의 지원자들에게는 ‘글로벌 IT 회사들의 재무 구조적 특징과 현재 삼성전자가 취해야 하는 재무관리 전략을 구체적으로 논술할 것’을 요구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재무 분야 지원자들이 써야 하는 주제는 ‘최근 미국 달러화 환율 변동과 관련해서 전자 DS부문의 손익 영향과 이를 헷지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여 기술하라’는 내용이 주어졌다. 영업 마케팅 직군에서는 ‘HDD에서 SSD로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물었다.

삼성생명은 ‘보험 컨설턴트를 관리하는 보험영업 마케팅 관리직에 대한 장점 및 예상되는 어려움, 이에 대한 극복방법에 대해 기술’하는 것이 주제였다. 여기에는 ‘직간접경험을 통하여 알고 있거나 본인이 생각하는 보험영업관리 직무의 구체적 내용, 장단점을 서술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들 주제는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도 난이도가 높다. 주요 기업들은 “입사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으며, 이를 위해 본인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왔는지”(SK), “본인의 10년 후 계획”(LG전자) 등을 물었다. 포스코 정도가 “철강제품이 사용되고 있는 분야외 앞으로 새롭게 활용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기술하라”는 주제를 포함시켰을 뿐이다.


삼성전자 완제품 분야 사업부 영업마케팅 직군 지원자들은 헬스케어 시장에서 웨어러블 기기 수요 확대 방안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

◆ “심층면접용 에세이”…취준생 “서류전형이나 다름없어”

이러한 변화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충격일 수 밖에 없다. 삼성은 “지원자격 요건에 부합하면 SSAT(삼성직무적성검사)를 볼 수 있다”고 했지만, 취업준비생들이 보기엔 사실상 상반기 공채부터 서류 전형이 부활한 것이나 다름없다.

고려대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 이영훈씨(27ㆍ가명)는 “방식 자체에 문제는 없지만, 지원자 입장에서 필기 전형(SSAT) 통과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오랜 시간을 투자해 에세이를 써야 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서류 제출과 함께 쓰도록 한 항목들을 접한 취업 전문가들은 상반기 공채 면접에서 심층 면접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 대기업 부장급 인사 담당자는 “자기소개서 질문들은 면접 등에서 실제로 사용되기 위해 구성된다”며 “해당 질문들도 별도의 활용방안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사 지원자들과 각 대학교 취업지원센터 등은 이러한 변화에 적잖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한 서울 시내 사립대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사실상 서류 전형 방식이 갑자기 도입된 것이라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몰라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삼성은 올 하반기부터 ‘직무적합성’을 기준으로 각 직군에 따라 심층 전형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핵심은 에세이다. 하반기 공채 지원자들은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이전에 본인의 경험과 본인이 왜 직무에 적합한지를 서술한 에세이를 제출하고,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2차 시험 대상자를 거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원자가 사전에 작성한 글을 1차 자료로 삼아 두 차례 직무적성 면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은 종합적인 학습 능력과 현재 보유한 직무능력을 바탕으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등 16개 삼성그룹 계열사는 11일부터 상반기 3급(대졸) 신입사원 지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마감은 20일 오후 5시다. 별다른 부적격 사유만 없으면 대부분 응시자가 다음달 12일 SSAT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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