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2] ①사회적기업은 착하다?…보조금 구멍 있다

입력 2015.03.09 09:00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 쓰고 지원금 부정수급하다 적발
장애인 허위 고용해 인건비 보조금·고용장려금 수령
재정 지원 늘면서 악용사례도 증가…단속인력은 부족


조선비즈는 지난달초 ‘[눈먼 돈]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정부 예산이나 기금 지출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민의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사례를 보도해 정부의 대책을 이끌어내자는 취지였습니다. 당시에 사례가 발굴될 때마다 계속 시리즈를 이어가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지난달이 ‘시즌1’이었고, 이번이 ‘시즌2’입니다. 많은 격려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경기도 남양주시는 이달 유통기한이 2년이나 지난 식재료로 도시락을 만들어온 사회적기업을 적발했다. 이 기업은 예비군 훈련장 등에 납품한 도시락에 유통기한이 2년 지난 동그랑땡 등을 사용했다.

또 이 사회적기업은 등기임원을 새로 고용한 장애인인 것처럼 속여서 정부로부터 인건비 보조금과 장애인 고용장려금까지 받아냈다. 이 기업이 부정수급한 국가보조금만 3억원에 이른다.

장애인을 고용하지도 않고 고용장려금을 타낸 이 기업처럼 정부의 일자리 창출사업 지원금을 불법으로 타내는 사회적기업이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제주도의 한 예비 사회적기업 대표가 이미 일을 하고 있던 근로자를 신규 채용한 것처럼 속여 4000만원의 지원금을 부정수급한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대구에서 고용보조금 1억원을 부정수급한 혐의로 예비사회적기업 대표가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정부가 장애인이나 저소득자 같은 취약 계층 고용을 위해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일자리 창출 고용보조금'이 이처럼 일부 악덕 사업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 간단 서류 조작으로 취약계층 둔갑…줄줄 새는 혈세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은 지난 2008년 208개에서 2014년 1251개로 증가했다. 예비 사회적기업까지 합치면 국내 사회적기업 수는 2700여곳으로 늘어난다.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 역시 같은 기간 4832명에서 2만7923명으로 크게 늘었다. 사회적기업 근로자 2만8000여명 중 56.6%인 1만5815명이 취약계층이다.

사회적기업 근로자 현황. /사회적기업진흥원 제공
문제는 재정 지원 규모가 커지면서 구멍도 커지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목적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은 크게 네가지 측면에서 이뤄진다. 사회적기업의 일자리창출사업에 대한 고용보조금 지원, 전문인력 지원,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개발비 지원 등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말까지 사회적기업이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당국에 적발된 사례는 296건으로, 이들이 부당하게 타낸 보조금 총액은 31억원이었다.

이 중 절반인 15억원 정도만 당국에 회수됐다. 보조금 부정수급 유형으로는 취약계층이 아닌 일반 고용자를 지원대상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타거나, 지원금을 인건비 목적 외로 사용하는 경우, 출근부 기재를 조작하는 경우 등이 있었다.

부정수급 건당 액수가 많지 않아 부정수급 총액 자체는 크지 않은 편이지만,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고 한 번에 억단위 이상의 부정수급이 적발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고 있어 정부가 보다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구멍 뚫린 사회적기업 보조금 부정수급 감시망

지금은 사회적기업이 고용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아도 이를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 정부로부터 정식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은 매년 두차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다. 고용노동부와 사회적기업진흥원은 이 사업보고서를 검토해 사회적기업의 성과와 보조금 사용 실태 등을 점검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 빈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매년 두차례 제출하는 사업보고서는 기업이 직접 작성한다. 주식회사처럼 외부감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이 사업보고서 내용을 조작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 현황. /사회적기업진흥원 제공

더 큰 문제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아직 정부의 정식 인증을 받지 않은 예비사회적기업은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도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회적기업은 1251개, 예비사회적기업은 1466개로 예비사회적기업이 더 많다.

예비사회적기업은 경영투명성을 위한 의무에서 자유롭지만, 고용보조금 등 정부의 재정 지원은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사회적기업의 고용보조금 부정수급 중 상당 건수가 예비사회적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진흥원 관계자는 "좋은 일 하겠다고 만든 사회적기업에 강도높은 검사 잣대를 들이대기 쉽지 않다"며 "규제를 늘린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조금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의 관리 역량도 부족하다. 각 지자체가 지원 대상 사회적기업 선정, 집행과정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몇몇 지자체 공무원의 현장 단속으로 모든 문제를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회적기업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지자체 공무원은 "매일 현장을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장에 나가더라도 사회적기업이 마음먹고 보조금 부정수급 사실을 숨기면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의 보조금 부정수급이 끊이지 않는데는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을 하고 있다. 보조금 부정수급이 적발되더라도 절반 이상이 경고 조치에 그쳤고, 형사고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고용부는 2013년에 자체 조사를 통해 18건의 보조금 부정수급을 적발했지만 이 가운데 형사고발은 단 한건에 그쳤다. 부정수급 보조금의 회수 비율도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처벌 수준이 낮다보니 보조금을 내 돈처럼 마구 쓰다 걸려도 배째라는 식으로 버티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회계·노무관리가 취약한 소규모 사회적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부정수급이나 부실 징후가 발견되면 특별점검을 실시해 부정수급을 막겠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현장조사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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