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눈덩이' 가계부채, 딜레마에 빠진 정부…다섯차례 대책 종합 정리

  • 이민우 기자

  • 입력 : 2015.02.28 07:00

    총량 억제·구조 개선 '투트랙'‥LTV·DTI 완화 이후 급증세
    작년말 1089조원 넘어 1100조원 근접‥한국 경제의 뇌관
    정부, 경기 부양과 가계부채 대책 사이서 오락가락


    조선비즈 금융부 이민우 기자입니다. 지난해말 가계부채가 1089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부터 노인까지 포함한 모든 국민이 약 2150만원씩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올해 상반기중 가계부채 1100조원 돌파는 기정사실화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가계부채의 시한폭탄을 지니고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경제가 성장하고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불가피합니다. 온전히 자기 돈만으로 자동차도 사고 내집도 마련하기는 힘드니까요. 하지만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원리금 상환 부담에 소비가 위축돼 경제 활력이 떨어집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내외 경제환경 악화로 가계부채 부실이 급격히 늘면서 돈을 꿔준 금융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아 대혼란이 발생하는 겁니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속도 조절과 구조 개선을 위해 다섯 차례 종합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가계부채 규모는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부동산 금융규제인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이후 가계부채 증가폭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정부의 정책 목표는 무엇이었고, 왜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하는 것일까요. 가계부채의 현황을 정리해 봤습니다.

    '눈덩이' 가계부채, 딜레마에 빠진 정부…다섯차례 대책 종합 정리

    ◆ '뇌관' 가계부채의 위험성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고, 메릴린치는 BOA(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헐값으로 매각됐습니다.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는 부도 직전 미국 정부가 고심 끝에 850억달러를 투입해 가까스로 살려냈습니다. 전 세계는 돈이 돌지 않아 신용경색에 몸살을 앓았고, 우리나라는 제2의 외환위기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미국과 달러 통합스와프를 하지 않았다면 큰 일 날뻔 했었습니다.

    리먼 사태의 진원지는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이었습니다. 90년대 IT 호황으로 경제적 성장을 이룬 미국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대폭 낮췄고 신용도가 가장 낮은 '서브 프라임' 계층에게도 과도한 대출이 이뤄졌습니다. 집 값이 계속 오를 때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2006년 금리 인상 등으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손을 들어버리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집값은 곤두박질 쳤고 개인파산이 잇따랐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채권담보부증권(CDO)이라는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금융권이 폭탄돌리기를 하는 바람에 리먼 등 내로라하는 금융회사가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등 그 피해가 전세계로 일파만파 퍼졌습니다.

    2012년 8월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초기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3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가계부채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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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차례 정부대책…총량 억제·구조 개선에 초점

    정부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최근 5년간 다섯 차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습니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두 가지 목표로 전개됐습니다. 하나는 가계부채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측면이었고, 다른 하나는 변동금리·일시상환 위주의 고위험 가계대출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었습니다.

    2011년 첫 대책에서는 상환능력을 확인하도록 유도하고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정도였습니다. 2012년에는 제2금융권의 가계부채 억제에, 2013년에는 제2금융권 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지난해 2월에 구체화됐습니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핵심관리지표로 설정하고 임기 말까지 이를 155%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고정·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2015년말 30%, 2016년말 35%, 2017년말 45%까지 늘리겠다는 이행목표를 설정했구요.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를 통해 읽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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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부양과 가계부채의 딜레마

    정부는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가계대출의 증가폭이 다소 줄었을 뿐 2013년 말에는 급기야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엔 가계대출이 무려 68조원이 증가하면서 1089조원으로 불어났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수장에 오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 8월 LTV와 DTI를 완화한 게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사실상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유도했던 셈입니다. 그 결과 상당부분 억제되던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며 하반기에만 50조원이나 급증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총 50bp 내린 것도 한몫했구요.

    정부는 지난 26일 다섯번째 대책을 발표하면서 "현재의 가계부채가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말이나 "지난해 10월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커져 금융안정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이 총재의 발언이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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