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의 모바일 결제 업체 '루프페이'(LoopPay)를 인수, 애플과 또 한 번 전면전에 나섰다. 애플은 작년 10월 '아이폰6'와 함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ApplePay)'를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19일 인수를 발표한 루프페이는 2012년 창업한 미국의 벤처기업이다. 이들은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이란 특허 기술을 갖고 있다. 마그네틱 띠가 있는 신용카드를 결제 단말기에 긁으면 자기장(磁氣場)이 발생해 정보가 전달된다. MST는 이 자기장을 스마트폰으로 단말기에 대신 쏴주는 기술이다. 덕분에 신용카드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단말기 근처에 갖다대기만 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신용카드·체크카드뿐 아니라 각종 기프트카드·회원카드 등도 이런 방식으로 스마트폰에 저장해 이용할 수 있다.
루프페이의 강점은 범용성(汎用性)이다. 기존 상점들이 보유한 '긁는 방식'의 카드 결제기에 스마트폰을 갖다대기만 하면 된다. 반면 지문(指紋) 인식과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을 쓰는 '애플페이'는 상점이 별도로 결제 단말기를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아직 미국 내에서도 결제 단말기 보급률이 10% 수준에 불과할 만큼 확산 속도가 더디다.
삼성은 이미 작년부터 비자(Visa) 등과 함께 루프페이에 공동 투자하는 등 이 기술에 주목해왔다. 업계에서는 후발 주자인 삼성이 또 한 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본다. 루프페이 창업자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도 이번 인수와 함께 삼성에 합류한다.
삼성은 다음 달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개하는 스마트폰 '갤럭시S6'에 '삼성페이(가칭)'란 이름으로 루프페이의 기술을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루프페이를 쓰려면 지금은 60달러 안팎의 전용 장비를 스마트폰에 장착해야 하지만, 삼성은 이를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이 카드사·은행 등과 제휴를 맺으면 곧바로 루프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역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전 세계 모바일 전자상거래 분야의 혁신을 선도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