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미국 에모리 대학교에 입학한 두 한국인 청년이 룸메이트로 만났다. 두 사람이 살던 월세 90만원짜리 ‘허름한’ 집엔 에어컨과 히터도 나오지 않았고, 바퀴벌레와 쥐까지 나왔다. 그들은 건너편에 있던 좋은 집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저런 집을 사려면 취직해서 월급 받아선 절대 못 살 것”이라고.
결국 두 사람은 졸업을 앞두고 한국에 들어와 사업을 시작했다.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거의 망할 뻔한 적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친구는 각각 11개, 5개의 ‘대표이사’ 명함을 가진 청년 사업가로 성장했다. 모든 것이 서른 두 살이 채 안 돼서 이룬 일들이다.
단짝 친구인 황희승·윤신근 대표는 지난해 4월 ‘잡플래닛’이라는 서비스를 세상에 내놨다. 취업 정보 공유 플랫폼인 잡플래닛은 사람들이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 대한 평가를 올리고 다른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국내 2만개 기업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두 단짝 친구가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최근 잡플래닛에 50억원을 투자한 퀄컴벤처스코리아의 권일환 총괄이다.
윤신근= 저랑 황 대표는 십몇 년 동안 거의 모든 주말을 같이 보냈을 거에요. 사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황 대표 친동생과 다른 친구 한 명이 합류해 네 명이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사업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에요. 한 번은 웹 에이전시에 외주를 줬는데, 그 회사가 망한 거에요. 회사에선 저희에게 망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잔금 처리만 빨리 해달라는데 뭔가 이상했죠.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봤더니 직원들이 월급을 못 받아서 컴퓨터를 빼 갖고 챙겨서 나가고 있더군요.
그들이 처음 시작했던 사업은 역경매(판매자끼리 가격 흥정을 붙여 소비자가 가장 낮은 가격에 물품을 구입하는 전자상거래 방식) 서비스였다. 첫번째 사업을 시작할 당시 그들의 통장엔 30만원이 들어있었다. 서비스 개시 후엔 ‘대박’이 터졌다. 첫날 매출이 400만원을 기록한 것이었다.
윤= 그렇게 사업전선에 뛰어들었고, 두번째로는 소셜커머스를 시작했습니다. 티켓몬스터가 나오기 전부터 준비했는데, 티몬이 출시된 뒤 너무 빨리 크자 저흰 고급 레스토랑과 스파 등 럭셔리한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주력했어요. ‘베스트플레이스’라는 서비스였는데, 한남동과 청담동 레스토랑과의 계약까지 땄죠. 당시 세 명이서 그 사업을 했으니 너무 바빠 사무실 밖으로 나오지도 못할 정도였어요.
이후로 두 청년 기업가는 탄탄한 성장 가도를 달렸다.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정말 보기 드문 사례”라고들 말한다. 베스트플레이스를 위메프에 매각한 뒤 로켓인터넷 한국 지사장을 맡게 됐고, 그 곳에서 프라이빗라운지를 만들어 또 다시 위메프에 매각했다. 윤 대표는 로켓인터넷에 남아 글로시박스와 윔두·이지택시 등을 출시했고 동남아시아로 건너가 로켓인터넷 미얀마·캄보디아 지사의 대표를 맡았다. 황 대표는 윤 대표보다 먼저 로켓인터넷을 나와 그루폰 한국 론칭을 준비했다. 윤 대표도 따라 나와 함께 그루폰코리아 CEO를 맡기로 했다.
권일환= 두 친구를 처음 만난 게 그 때 쯤이었어요. 2011년 겨울이었죠. 두 사람과 함께 로켓인터넷 코리아 CEO를 맡고 있던 칼 요셉이라는 오스트리아 친구를 통해서 황 대표를 소개 받았어요. 그 때 한창 소셜커머스가 뜨던 시기였는데, 시장이 어떤지 궁금하더군요. 황 대표를 통해서 윤 대표도 소개받았고, 형 동생 하는 사이까지 됐죠. 제 아이 돌 잔치도 와줬어요.
황희승= 형님(권 총괄)과는 저희가 그루폰을 나오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아이템을 같이 논의했어요. 브레인스토밍을 했죠. 어떤 서비스가 좋을지…. 출시 후엔 잡플래닛에 투자도 좀 해달라고 제가 부탁드렸어요.
권= 사실 서비스 론칭 전 초기 투자 단계에선 저희는 빠졌어요. 서비스라도 좀 나오고 난 뒤에 투자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알토스벤처스 한킴 대표님을 소개해줘서 알토스벤처스와 본엔젤스가 초기 투자를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회사가 너무 빠르게 성장하더군요. 더 기다리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후기 투자엔 저희도 들어갔던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