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의 맛을 사과와 비교하면 난센스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기업 경영 평가는 바나나와 사과를 비교하는 식이다. 관광공사와 조폐공사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대 교수직에서 퇴임한 뒤 중국에서 활동 중인 조동성(65·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12일 "앞으로 중국 국유기업들은 선진적인 평가 모델을 통해 경영 성과를 평가받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도 공공 기관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퇴임 후 곧바로 중국 북경의 경영대학원인 '장강(長江)상학원'과 5년 계약을 맺고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 교수는 "중국에서 인생 2막이라고 할 수 있는 교수 생활을 하던 중에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서 '중국 국유기업 경영 평가 모델을 개편하는 작업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차이나텔레콤, 중국석유화학 등 113개에 달하는 중국의 국유기업들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중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조 교수는 CEO의 역할, 기업이 처한 환경, 기술력과 자본 등이 역동적인 매커니즘(결합 원리)을 갖춰서 기업을 이룬다는 본인의 경영 이론을 접목한 방식으로 올 초 중국 국유기업 평가 모델을 만들었고, 현재 2단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 교수는 "중국 국유기업의 새 평가 모델은 올림픽 방식에서 아카데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면서 "올림픽은 성적 순으로 선수들에게 금·은·동메달을 주지만, 아카데미상은 단순히 흥행 성적만으로 평가하지도 않고, 배우나 감독은 물론이고 각본·촬영·분장까지도 상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기업 평가 모델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한 걸음 앞에 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한국도 공기업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감독과 평가 기준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