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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여론과 거꾸로 간 대기업 위기관리…결과는

  • 손희동 기자

  • 입력 : 2015.02.13 04:00

    [팀장칼럼] 여론과 거꾸로 간 대기업 위기관리…결과는
    조선비즈 산업부 재계팀장을 맡고 있는 손희동기자입니다.

    오늘은 대기업 오너 경영인의 잘못된 처신이 어떤 결말로 이어졌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여론과 달리 자신의 잘못을 완강하게 부인했던 배경, 그리고 이것이 오판으로 이어진 과정을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바로 땅콩 회항 사건의 주인공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야기입니다. 조 전 부사장은 12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항로 변경은 아니라고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법원은 “항공기의 예정항로가 변경된 것”이라며 조 전 부사장을 유죄라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은 여론의 비난은 물론, 법적인 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은 셈입니다.

    법원에 의해 시시비비(是是非非)가 가려지기까지 지난 두 달간을 곱씹어 보면 상식에 반하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우선 조 전 부사장은 사고 초기, 매뉴얼을 지킨 것이라며 기내 서비스 책임자로서 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해당 직책에서 사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회사 주요 직책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비난이 들끓자 마지못해 나머지 자리에서 물러났지요. 이 과정에서 회사는 사과 같지 않은 사과문을 내놓아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재판 전까지도 회사는 사과와 별개로 오너 일가 감싸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녀와 대한항공은 왜 이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던 것일까요. 법조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면 궁금증은 의외로 쉽게 풀립니다.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기 전까지 조 전 부사장은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헌법 27조 4항은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직후 태도는 이러한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별문제 없을 것이라는 나름의 논리가 깔려 있었던 터라 여론 대응이 후순위로 밀린 것입니다. 만약 당시 조 전 부사장이 잘못했다고 스스로 인정하게 되면 법적으로 죄를 시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죠.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위기가 발생한 기업의 경우, 대응책을 세울 때 세 가지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법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법무팀과 여론에 대응하는 홍보팀,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해당 부서 삼자가 모여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부서 간 힘의 균형이 깨질 때입니다.

    김호 대표는 “문제는 상당수 기업의 오너나 CEO가 홍보팀을 그저 부정적인 기사를 막는 조직쯤으로만 생각할 뿐, 위기 대응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래서는 위기가 닥쳤을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여론은 이미 사건 발생과 동시에 ‘유죄’라 판단했는데, 기업의 최고경영진은 법적인 해석에만 매달리다 일을 키웠다는 것이죠.

    여기에는 오너 기업 특유의 기업문화도 작용합니다. 오너가 사실상 황제 같은 지위에 있다 보니, 여론 대응이 전문인 홍보실이라 해도 감히 “회장님이 직접 사과하셔야 한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그런 이야기를 했다간 옆에 있는 다른 파트 임원들로부터 “회장님께 그런 말을 하다니 불경스럽다”는 호통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회장님은 가만히 계십시오”라는 말만 하다가 일을 키우는 게 다반사입니다.

    물론 여론 대응을 잘한다고 해서 매출이 확 늘어난다거나,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경쟁기업을 이길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라고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같은 논리에 대해 미국의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 램 차란은 그의 저서 ‘노우하우(Know-how)’에서, “여론에 신경 쓴다고 해서 주가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무너지거나 당신 자리가 날아갈 수 있다”고 충고합니다.

    이 공식대로라면 조 전 부사장은 여론 대응을 소홀히 하다가 자리를 날리고, 법적 대응 실패로까지 이어진 셈이 됐습니다. 최근 들어 대한항공의 경영환경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대로 이제 모든 것이 공개되는 세상이 됐습니다. 치부라 해서 숨길 수도, 잘못이라 해서 무조건 가릴 수도 없습니다. 경영인들은 이제 물건만 많이 판다고 회사 가치가 올라가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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