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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북한이라는 수수께끼

  • 김명지 기자

  • 입력 : 2015.01.31 08:00

    [북리뷰] 북한이라는 수수께끼
    장쉰 지음|구성철 옮김|에쎄 |400쪽|1만8000원

    지난해 통일부가 국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북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뭐냐고 묻자 ‘전쟁, 군사’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독재, 가난, 민족통일 순이었다. 90년대 학번 이후 젊은 세대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불쌍하다’ ‘재미없다’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차에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북한은 대박”이라고 했다. 당시 20~30대는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럴 수밖에. 북한은 우리에게 여전히 많은 것이 미스터리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북한 관련 사진 하나가 화제였다. 가죽 부츠에 세련된 패딩을 입은 평양의 부유층 여성 두 명이 눈길을 걷는 사진이었다. “북한 여자가 입은 옷이 내가 지금 입은 옷보다 좋아 보인다” “북한 주민들은 굶고 있다는데 이 사진이 사실이냐” 댓글이 쏟아졌다.

    이 책은 그런 북한의 실상을 한자락 들쳐보게 하는 이방인의 방문기다. 홍콩의 북한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1996년 이후 15년간 여섯 차례 오가며 보고 들은 것을 적었다.

    제목에도 수수께끼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수수께끼’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복잡하고 이상하게 얽혀 그 내막을 쉽게 알 수 없는 것을 뜻한다. 외신이 북한을 수식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책을 보면 사진 속 고급 패딩 차림의 북한 여성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의 중간쯤 등장하는 ‘북한의 상업광고’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2009년 7월 2일 저녁 8시 뉴스 직후 조선중앙TV가 송출한 대동강맥주 TV 광고라고 소개돼 있다.

    저자는 이 광고가 기존의 이데올로기적 광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력 넘쳤다고 했다. 우리가 접하는 북한 관련 영상은 광장에서 군인들이 행진을 한다거나, 흰색 가운 차림의 연구원들이 핵시설을 돌아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동안 접한 북한 영상을 토대로 북한의 거리를 상상하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구호의 플래카드로 도배가 돼 있을 것 같다.

    북한 TV에서 ‘평양의 자랑, 대동강 맥주’와 같은 자막과 함께 시민들이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떠들썩한 장면이 방영된다는 사실.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원인을 분석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국내에는 그가 마카오의 카지노와 일본 디즈니랜드를 드나들며 도박과 주색잡기에 집중하는 방탕한 인물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저자는 김정남이 해외 유학을 다녀온 후 북한 경제의 병폐를 타파하고자 아버지 김정일에게 개혁개방을 제안했고, 체제 붕괴를 우려한 보수 세력이 김정남을 밀어냈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이 책에는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 생일에 맞춰 공개하려고 엄동설한에 재배를 시작하는 이른바 ‘김정일화’라고 불리는 꽃, 북한 건축의 자랑거리에서 세계 최대의 흉물로 전락한 유경호텔에 관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북한의 실상을 들여다 본 또 하나의 창이다. 이마저 가려진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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