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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① 비싸도 줄서먹는 中다롄 육칠팔 백정 가보니

  • 다롄=박지환 기자

  • 입력 : 2015.01.29 11:12 | 수정 : 2015.01.29 14:57

    육칠팔 다롄점 외부 전경에는 한국어로 된 간판이 걸려 있다. /다롄=박지환 기자
    육칠팔 다롄점 외부 전경에는 한국어로 된 간판이 걸려 있다. /다롄=박지환 기자
    16일 오후 3시 중국 다롄 (大连) 중심가에 있는 ‘육칠팔 백정’. 매장에 들어서자 20여명의 홀 서빙 직원들이 한국말로 “어서 오십시오. 강호동 육칠팔입니다”라고 외치며 일행을 맞았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곳은 중국어 억양이 섞인 인사말만 빼면 서울 명동 ‘육칠팔 백정’이었다. 실내 장식도 명동 매장을 그대로 옮겨 놓았고 메뉴판 모양도 한국과 같았다. 중국어가 크게 쓰여 있고 그 아래 한글이 조그맣게 쓰여 있는 것만 달랐다.

    매장에 흐르는 음악은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한국 가수들의 히트곡이었다. 숟가락, 젓가락은 물론 식기와 의자, 테이블, 불판 등도 서울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주관석 육칠팔 해외영업부장은 “운송비용이 좀 들지만 제대로 된 한국 음식점이란 것을 홍보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주 부장은 “테이블이나 의자 같은 일부 가구는 한국에서 수입한 중국산 제품도 있는데, 한국에서 육칠팔 로고 등을 새기고 나서 다시 중국으로 가져와 사용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다롄점을 방문한 오후 3시는 한국 같으면 점심때가 훌쩍 지난 시간이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저녁 장사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다롄점은 손님이 꾸준히 들어왔다. 점심때가 지나 가계 밖에 줄을 서진 않았지만 “어서오십시요. 강호동 육칠팔입니다”라는 소리가 잊을 만 하면 이어졌다.

    육칠팔 다렌점은 식사 시간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다. /다롄=박지환 기자
    육칠팔 다렌점은 식사 시간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다. /다롄=박지환 기자
    까오 몽한 다롄점 사장은 “주로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손님이 많고, 문을 닫을 때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육칠팔의 성공전략은 한국 요리를 제값 받고 파는 것이다. 육칠팔은 한국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파는 중간 가격대의 고깃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육칠팔은 중국에서 최고급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메뉴판에서 가장 비싼 메뉴인 미국산 등심 1인분(200g)은 7만원(290위안)이다. 한국 고깃집에서 가장 비싼 미국산 쇠고기가 3만원을 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비싼 것이다.

    국내 최고급 한우 구이 전문점 벽제갈비에서 파는 설화 꽃등심(130g)이 7만5000원이다. 육칠팔 백정 다롄점에서 파는 쇠고기 메뉴와 큰 차이가 없다.

    중국 은행원 평균 월급이 우리 돈으로 100만원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롄 육칠팔 백정에서 두 명이 고기 3인분에 술 등을 마시면 1주일치 월급을 쓰는 셈이다.

    까오 사장은 “미국산 쇠고기는 품질이 좋지만 한우보다 저렴해 수익성이 좋다”고 말했다.

    이 매장의 특징은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강조하는 ‘현지화’와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만날 수 있는 제대로 된 한국 고깃집이라는 콘셉트로 무장했다.

    숯을 사용하는 화로와 계란찜을 직접 해 먹을 수 있는 불판, 쌈을 싸 먹을 수 있는 야채까지 한국 육칠팔에서 나온 그대로였다.

    육칠팔 다렌점은 완벽하게 한국식 음식을 제공하며, 중국 손님들도 자국 음식을 먹듯 식사를 즐겼다. /다롄=박지환 기자
    육칠팔 다렌점은 완벽하게 한국식 음식을 제공하며, 중국 손님들도 자국 음식을 먹듯 식사를 즐겼다. /다롄=박지환 기자

    외국인들이 매운 것을 잘 못 먹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매운 고추가 나왔다. 밑반찬으로는 한국에서 먹던 매운 김치와 양파와 오이장아찌가 제공됐다.

    고기를 먹고 나서 먹는 김치찌개·순두부찌개·된장찌개 등도 한국에서 먹는 그대로다. 해외에서 외국인을 주요 손님으로 파는 음식이었지만 어머니 손맛 찌개라고 홍보하는 한국에 있는 식당과 맛이 비슷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아 한국에서 팔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과 같은 맛은 총 주방장을 맡은 조선족 주화순(57)씨가 한국 강호동 육칠팔에서 5년 이상 요리를 배운 덕분이다.

    주 주방장은 “음식 맛을 현지화할 경우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생각해 한국에서 먹는 맛대로 요리를 만들었다”며 “중국인들이 현지화된 요리보다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까오 사장은 “한국을 관광했던 중국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중국 손님들이 고기와 김치를 모두 잘 먹는다”고 설명했다.

    다롄점 손님 구성 비중은 중국인이 80% 이상이다. 나머지 20% 정도만 한국 사람이다.

    야간에 찍은 육칠팔 백정 다롄점 외관은 한글 간판이 선명하다. /다롄=박지환 기자
    야간에 찍은 육칠팔 백정 다롄점 외관은 한글 간판이 선명하다. /다롄=박지환 기자

    다롄점 월평균 매출은 우리 돈으로 2억5000만원(약 143만위안)으로 한국 점포보다 평균 7000만~8000만원 정도가 많다. 한국 점포의 월평균 매출은 1억7000만~1억8000만원이다.

    매출 차이는 크지 않지만 이익률은 한국보다 낫다. 한국 점포 순이익은 많아야 월 2000만원 수준이지만 다롄점은 1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중국의 인건비·재료비·건물 임대료 등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다롄점에서 파는 식사 값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비싸다. 홀에서 일하는 사람의 인건비는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익률이 한국보다 높다.

    육칠팔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김상곤 총괄이사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해외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현지화 대신 한국식을 고수했는데 이 전략이 들어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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