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3년 만에 거래량이 80% 넘게 줄었다.

한국 파생상품 시장이 쪼그라드는 것과 달리 전 세계 파생상품 거래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때 거래량으로 '세계 1위'였던 한국 파생상품 시장은 9위로 추락했다.

위축된 파생상품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도박판을 방불케 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 문제가 어느 정도 바로잡혔다는 시각과 파생상품 시장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지 않도록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량 3년 만에 82.7% 감소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파생상품 전체 거래량은 지난 2011년 39억2795만 계약을 기록한 이후 해마다 줄고 있다. 2012년 18억3561만 계약으로 반 토막이 난 이후 2013년 8억2066만 계약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6억7778만 계약으로 2011년과 비교하면 82.7% 감소했다.

파생상품 거래대금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2011년 25.6%에서 2012년 21.1%, 2013년 19.2%, 지난해 18.2%로 줄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2011년 25.7%에서 지난해 38.7%로 늘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늘었지만 거래대금은 2011년 4221조237억원에서 지난해 3502조4348억원으로 줄었다. 그만큼 파생상품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이탈이 컸던 셈이다.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파생상품 거래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3년 전 세계 파생상품 거래량은 216억4300만 계약으로 한국을 제외할 경우 전년보다 7.6% 증가했다. 거래량 기준으로 한국거래소의 세계 파생상품 거래 순위는 2011년 1위에서 2012년 5위로, 2013년에는 9위로 떨어졌다.

박스권 증시·투기 오명이 원인

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은 파생상품 거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수선물과 지수옵션 기초자산인 코스피지수가 3년 넘게 좁은 박스권(지수가 일정 범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지수선물과 지수옵션은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출렁임)이 클수록 고수익을 낼 가능성이 큰 상품인데,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면서 거래가 크게 줄었다.

파생상품을 둘러싼 각종 사고로 파생상품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서 금융 당국의 규제도 강화됐다. 지난 2010년 11월 11일 발생한 일명 '옵션 쇼크'는 규제 강화의 계기가 됐다. 이날 장 마감 10분 전 한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2조4000억원 상당의 대량 주식매도 주문이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코스피지수가 53포인트 급락했다. 이 사태로 수많은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후 금융당국은 코스피200옵션 계약 단위를 5배 높이는 등 개인 투자자가 파생상품 시장에 참가하기 어렵도록 여러 가지 규제조치를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파생상품은 투자할 때 위험을 줄이기 위한 '헤지(hedge)' 기능과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노리는 투기적 기능이 있다"며 "2011년 국내 현물시장 시가총액이 세계 17위에 불과했는데, 파생시장이 세계 1위였던 것은 두 가지 기능 중 투기적 기능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으로, 파생상품 시장의 덩치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변동성·섹터지수선물 시장 개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1월 변동성지수선물과 섹터지수선물을 내놓았다. 정체된 파생상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다. 변동성지수선물은 'V-코스피200'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선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 자체를 직접 거래한다. 섹터(업종)지수선물은 코스피200 종목으로 구성된 섹터지수를 선물거래에 활용하는 것이다. 김도연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는 "개별 주식을 기초로 한 선물·옵션을 코스닥 종목으로 확대하고 코스닥시장의 스타지수, 코스닥프리미어지수 등을 대신해 올해 하반기까지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수를 내놓고 관련 파생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