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열풍이 식을 줄을 모릅니다. 지난 한 해동안 약 8만2000개의 신설 법인이 생겼습니다. 이런 제2의 벤처 붐 뒤에는 미래가 아직 불투명한 벤처기업가에게 초기 자금을 대주고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벤처캐피털'(VC)이 있습니다.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벤처캐피털과 그 자금으로 새로운 경제를 개척하고 열어가는 벤처기업들은 마치 2인 3각과 같습니다. 새로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환상의 짝꿍'인 셈이죠.
이런 벤처 업계의 짝꿍들, 창업가와 투자자를 한 자리에서 만나봤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만나고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투자하게 되는 걸까요.[편집자 주]
22일 오후,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알토스벤처스 사무실을 찾았다. 책상에 둘러 앉아 얘길 나누던 김한준(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이사와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알토스벤처스의 박희은 수석심사역이 일어나 반갑게 맞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요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금융과 기술의 만남, 핀테크 기업으로 유명해진 회사다. 그리고 알토스벤처스는 비바리퍼블리카에 10억1000만원을 투자한 주요 주주다. 알토스벤처스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서비스가 정식 출시되기도 전인 지난해 6월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핀테크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 ‘토스’를 개발해 현재 300명을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토스는 다음달 농협은행 등 3개 시중 은행과 손잡고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노자운=오늘 기사 컷을 정했는데, ‘환상의 짝꿍’입니다. 두 분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된 건지 궁금한데요.
김한준=지난해 5월 퀄컴에서 개최한 스타트업 경진대회 ‘큐프라이즈’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했어요. 당시 참가했던 8개 회사 중에서 비바리퍼블리카가 제일 마음에 들더군요. 대회가 끝나고 바로 다음날 아침에 이승건 대표님에게 “만나자”고 러브콜을 보냈죠.
당시 큐프라이즈에서 우승했던 팀은 자가용을 소유한 사람과 차 정비소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는데, 사업 자체는 좋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이해하긴 어렵더라고요. 한국에선 자가용을 안 갖고 있고 미국에선 차 ‘소유’가 아닌 ‘리스’ 개념이 보편적이거든요. (김한준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반면 송금은 하도 많이 하다보니 간편한 송금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데는 굉장히 많이 공감하고 있었죠.
노=개인적인 경험과 필요가 투자 계기가 됐다는 얘기네요?
김=그렇죠. 개인적인 필요 때문에 투자하는 사례가 꽤 있어요. 제가 공감할 수 있어야만 다른 심사역들에게도 “이건 정말 필요한 서비스”라고 설득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 이유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해 3~4월 베타서비스를 하는 걸 지켜보니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고 충분히 상용화 가능한 서비스 같더군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낼 수 있는 회사라고 믿었어요.
노=이승건 대표님은 치과 의사셨는데, 핀테크 사업을 시작하기가 어렵진 않으셨나요?
이=IT 기반 회사로서 금융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카카오에서 ‘뱅크월렛’을 출시할 계획이란 걸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도 많이 됐어요. 카카오에서 핀테크 서비스를 개발하는 다섯명의 ‘특공대’ 중 한 명을 잘 알거든요. 하지만 팀원들 모두 불편한 송금 서비스를 간편하게 해보고 싶다는 꿈이 워낙 컸습니다.
사실 국내에서 핀테크 사업이 어려운 이유는 시장이 작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몇 개 없어요. 북미에는 은행이 5000개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은행이 딱 20개 있어요. 그럼 담합이 가능해지는 구조에요. 과점이 될 수가 있죠.
노=토스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뭔가요.
이=서비스를 단순화하기 위해 화면에서 버튼을 무조건 하나씩 뺐어요. 작년 3~4월 오픈베타 서비스를 하기 전 100명을 대상으로 클로즈베타 서비스를 했는데, 버튼을 하나씩 뺄 때마다 이탈하던 사용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거에요. 결국 클로즈베타 서비스가 끝나갈 무렵엔 재사용률이 거의 70~80%에 달했습니다. 서비스를 단순화하기 위해 3~4개월간 노력한 보람이 있었던 거죠.
노=대기업의 핀테크 산업 진출이 큰 장벽이 되지는 않을까요? 카카오도 이미 진출했고, 네이버도 진출한다고 하고.
김=사람들은 큰 기업이 경쟁에 뛰어들면 사업이 어려워지지 않겠냐고 하는데, 아무리 큰 회사라도 특정 사업에 인력과 자본을 무제한으로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작은 회사도 돈이나 인적 자원 면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투자했던 회사들이 아직 대기업에 처참히 패배한 사례가 거의 없어서 더 용감한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아, 판도라TV는 유튜브에 완전히 깨졌지만, 그게 돈 때문은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