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실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경쟁력 아닌가요? 카카오도 그랬잖아요. 대기업인 네이버보다 먼저 국내에 모바일 메신저를 출시했죠.
이=핀테크와 메신저는 그런 면에 있어서 차이가 있습니다. 무료 문자 메신저는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많아야 밸류(가치)가 커지죠. 반면 송금을 편하게 한다는 건 편의성의 문제입니다. 은행 앱과 토스, 카카오 뱅크월렛 중에서 가장 편하고 싼 서비스를 이용자가 선택하는 거에요. 메신저 앱과 같이 시장 선점 논리로 본다면, 이미 은행 앱이 있는데 토스가 이길 방법이 없겠죠.
노=향후 국내를 넘어 해외에 진출한다든지 상장할 계획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 대표님이 앞서 투자하신 쿠팡과 배달의민족의 사례처럼요.
이=너무 먼 얘기네요(웃음). 우선 국내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는게 먼저입니다. 그 후엔 금융 서비스가 불편한 아시아 국가들에 진출할 수도 있겠죠. 얼마 전 일주일 동안 인도네시아에 다녀왔는데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GDP는 이커머스가 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증가했고 모바일 이용자도 많지만 핀테크 서비스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 없거든요.
김=상장이나 M&A 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은 아직 없어요. 저흰 초기 투자를 할 때 구체적인 상장 목표라든지 엑시트 계획을 아예 언급하지도 않아요.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지 여부와 회사의 비전 정도를 보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지켜보자는 것입니다.
이=김 대표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언을 많이 해 주세요. 회사일 뿐 아니라 개인적인 연애 상담도 할정도에요(이 대표는 아직 미혼이다). 지난주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한 걸음씩 꾸준히 나가라”고 하시더군요. 돈 더 필요하면 얘기하란 말씀도 하셨어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좀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주시는데, 그게 참 좋아요.
노=피투자사에 많은 권한을 주고 위임하겠다는 거네요. 이런 방식이 부작용을 낳은 적은 없었나요?
김=저흰 피투자사를 못 믿고 ‘계속해서 간섭하고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애초에 투자를 하지 않는 타입이에요. 그런 식의 관계를 유지하다 만약 회사가 망하면, 주위에서 추궁당할 수도 있겠죠. “회사와 친하게 지내고 돈 대주다가 망했다”면서요. 그래도 후회는 안 해요.
노=‘투자했다 망한 사례’ 얘기가 나오니 말인데, 반대로 투자를 안 했는데 아주 잘 된 회사도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김=대표적인 사례로 카카오가 있죠.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창업할 때부터 투자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 후로 증자할 때마다 알토스도 투자하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안 했어요. 아마 김범수 의장이 속으로는 무척 서운해할 거에요. 그래도 카카오를 많이 응원했어요. “기업 가치가 1조원이 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다음과 합병해 10조원짜리 회사가 됐으니…. 가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요.
노=비바리퍼블리카가 매각 제안을 받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우리 회사의 설립 목표가 금융 서비스를 안전하고 편하게 하자는 거에요. 경영권을 매각하는 게 그런 비전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면 고민해볼 것 같아요. 다만 아직은 밸류에이션이 계속 오를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매각 생각이 없습니다.
김=(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한) 매각 제안이 가끔 들어오는데, 아직 그런 얘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매각을 제안하는 방식이에요. 가끔 보면 인수 의향이 있는 회사측에서 “경영권 인수를 검토 중인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냐”며 매각 제안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떻게 회사를 살 수 있다고 확신하고 일방적으로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 회사에는 경영권을 팔라고 권유하기 어려워요. 한 곳에서 회사 인수를 원한다면, 분명히 두세 곳은 더 원할 거에요. 밸류에이션을 더 낮게 평가 받더라도 훨씬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곳에 회사를 파는 게 낫다고 조언하는 편이에요.
김=비바리퍼블리카는 저희에게 ‘펀드 리터너(fund returner)’에요. 비바에 투자한 펀드가 총 660억원짜리 펀드에요. 즉, 비바를 통해 660억원을 엑시트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는 얘깁니다.
이=알토스는 비바에게 ‘또하나의 팀원’이에요. 투자사와 피투자사의 관계가 재무 상황을 보고하고 승인을 구하는 데 그치기 쉬운데, 우리 사이에는 다양한 얘기와 연결 고리가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