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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제차 끌고 온 환자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니

  • 임솔 기자

  • 입력 : 2015.01.24 06:00

    임솔 기자
    임솔 기자
    “퇴근길에 병원 주차장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환자가 고급 외제차의 주인이더군요.”

    서울 강북에 있는 한 시립병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복지 혜택을 누리는 환자들을 목격하곤 한다. 이들은 진료비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기초생활 급여 수급자들로, 고급 외제차를 타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 계층에 속한다.

    기초생활 급여 수급자란 최저 생계비 166만 8329원(4인 가족 기준) 미만인 가구에 속해,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는 국민이다. 전국적으로 약 134만명이 해당되며 올해 210만명으로 늘어난다.

    공공병원에 따르면 기초생활 급여 수급자 중 일부는 병원에 올 때마다 모든 진료과의 진료를 다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실제 증상이 없어도 이른바 ‘의료쇼핑’을 하고, 심지어 가족이나 지인의 약 처방을 받아 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진료비는 정부가 세금으로 병원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한다. 시립병원 사정에 밝은 취재원은 “외제차를 몰고 와서 의료쇼핑을 하는 환자를 발견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어 부정수급 신고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복지 현장에서는 나라 곳간이 새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올해 또다시 ‘퍼주기식’ 복지 계획을 발표했다. 담뱃값 인상에 연말정산 세금 폭탄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모습이다.

    정부는 올해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약4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 65세 이상에 지급하는 기초연금 수급자는 지난해 433만명에서 올해 464만명으로 늘어나 정부가 돈을 더 투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해 예산 46조 8995억원보다 6조 5730억원(15.0%) 늘린 53조4725억원을 올해 예산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늘어난 복지예산을 깐깐하게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장치는 허약하기 짝이 없다. 중복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원론적인 설명과 함께 부정하게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을 복지포털에서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증세 없는 복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출은 늘어나는데 관리가 부족하면 또다시 누군가의 주머니를 노릴 수밖에 없다. 담뱃값에 이어 싱글세, 주류세 등 각종 세금의 인상안과 신설안이 흘러나오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국민도 기꺼이 세금을 낼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꼭 필요한 곳에 쓰지 않고 엉뚱한 사람이 혜택을 입는다면, 국민은 단 한 푼의 세금조차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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