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금호고속과 함께 그룹을 이끌어가는 주력 건설 업체. 2009년 유동성 위기를 맞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에 돌입했지만 5년여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 졸업 요건을 충족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경영권 확보는 그룹 재건의 최우선 핵심 과제"라며 고삐를 당기는 가운데 건설사와 대형 유통업체 등의 인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引受 예상가 최소 6000억 넘을 것"

금호산업 주식의 57.48%(1955만주)를 보유한 채권단은 최근 지분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산업은행크레디트스위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고, 이달 15일 국내 주요 대기업과 사모(私募)펀드를 대상으로 투자안내서를 배포했다. 29~30일쯤에는 채권단 지분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입찰에 들어간다.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가치는 21일 종가(終價) 기준으로 약 4200억원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과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보유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引受) 예상가가 최소 6000억원대를 넘을 것이라 보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에 대해 박삼구 회장이 우선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異見)이 없다. 박 회장이 채권단 보유 지분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부자(父子)가 이미 금호산업 지분을 10.16%가량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단으로부터 40%만 추가 인수하면 완전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광주광역시를 기반으로 하는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을 비롯해 신세계·롯데·CJ 등 대형 유통그룹과 삼성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호반건설은 작년 11월 금호산업 주식 171만여주(5.16%)를 매입해 주요 주주로 급부상하면서 인수전의 변수로 떠올랐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세 차익을 겨냥한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보군(群)으로 거론되는 다른 대기업 그룹들도 "추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박삼구 회장의 자금 동원 능력이 관건

금호산업 인수전이 달아오르면서 애가 타는 쪽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인수전이 과열될수록 인수 금액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인수 금액이 1조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는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을 졸업한 주력 계열사에 대해 채권단 지분을 줄줄이 인수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그룹의 모태(母胎)인 금호고속에 대해서도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 있지만 지분 100%를 보유한 사모펀드가 인수 대금을 당초 예상보다 2000억원 넘게 올려 잡고 있다. 향후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입할 자금(7000억원대)도 마련해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변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대상그룹 등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고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상그룹이 박 회장의 도움 요청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밝힐 수 없지만, 금호산업 인수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