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사고에 민감한 입장은 이해하지만, 금융 당국의 과도한 제재로 인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워요. 은행의 태도도 너무나도 보수적입니다. 핀테크의 성공을 위해선 핀테크 IT기업과 금융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아쉽습니다."

15일 정부 부처 업무보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동석한 자리에서 비공개로 열린 핀테크 토론회. 간편 송금 앱 '토스'를 개발한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렇게 건의하자, 조용하던 토론회장은 술렁거렸다. 그는 "지금처럼 모든 보안 사고를 일일이 제재하지 말고, 영국·미국 등 선진국처럼 보안 사고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 통제하는 데 집중하는(보안의 원칙을 크게 설정하고 그 틀만 벗어나지 않으면 규제하지 않는 방식) 리스크 매니지먼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불만은 금융 당국이 이중 삼중의 규제 틀로 핀테크 업체들을 옥죄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었다.

예컨대 핀테크 업체들은 '백신과 보안 키보드를 반드시 사용할 것', '공인인증서로 본인 확인할 것' '부정거래 탐지 시스템을 갖출 것' 등 100개가 넘는 금융 당국의 '보안성 심의' 규정에서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작은 벤처기업인 핀테크 업체들은 수천만 명의 고객을 보유한 은행들과 제휴해 서비스를 확장하고 싶어 하지만, 은행들은 핀테크 업체들에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은 금융 당국의 눈치를 봐가며 제휴를 꺼려왔다.

이 대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박 대통령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핀테크 기업과 금융기관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풀어야 하는 규제는 다 풀도록 노력해달라"며 "IT기업이 요청하는 것을 푸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어려워하는 규제를 찾아 풀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핀테크 기업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금융권이 힘을 모아 브레인스토밍과 세미나 등을 통해 지원하고 선도해 나가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핀테크 기업에 대한 사전 보안심사와 본인 인증을 공인인증서 등에 한정해온 인증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4월부터 핀테크 기업들과 제휴한 금융회사들은 자체적으로 보안 평가를 시행하고, 금감원의 사후 모니터링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