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니다가 창업하나 바로 창업하나 최소 2년은 고생길인데 일찍 경험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교육 스타트업 '뤼이드'를 운영하는 장영준(29) 대표는 작년 5월에 창업했다. 그의 아이템은 '오답노트 애플리케이션'이다. 틀린 문제를 가위로 오려 풀로 붙여 다시 푸는 오답노트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이 앱은 사용자가 틀린 문제를 자동으로 불러와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직원 수가 7명인데 이 중 20대가 4명"이라며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와 팀원들만 있다면 도전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젊어서 창업" 20대 창업 늘었다

20대 젊은이 사이에서 창업 열풍이 거세다. 회사라는 기득권에 안주하기도 싫고, 자신의 아이디어로 자신이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20대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5만6000명 늘었다. 2002년 이후 계속 감소만 하다가 12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기존 직장에 취직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신이 직장을 직접 만들거나 신생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만화 '미생'의 장그래.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 수는 1000명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30대(-2000명), 40대(-3만3000명), 50대(-8000명)에서는 자영업자가 줄었는데, 유독 20대(4000명)와 60대 이상(4만명)에서 늘어났다. 젊은 창업 아니면 실버 창업인 셈이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버 창업은 커피숍·치킨집 등으로 아이템이 뻔하지만, 젊은 창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업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새롬빌딩에 있는 창업지원센터 'D캠프' 4층에 있는 협업 공간은 예비 창업자로 가득했다. 약 80석 규모의 이곳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찾아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것처럼 보이는 앳된 얼굴도 있었다. D캠프 김윤진 매니저는 "이곳에서 만난 20대 젊은 친구들이 팀을 짜 창업을 하거나, 이미 창업한 스타트업에 새로운 직원으로 채용되는 등 선(善)순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우 IDG벤처스코리아 대표는 "최근 대기업을 보면 어렵게 들어가도 금방 잘리고, 고용 안정도 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 대학생들이 '차라리 이럴 거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창업을 하자'고 생각하는 케이스가 많다"며 "대학, 외부 기관 등에서 이런 학생들을 대거 지원해주면서 점점 창업 열풍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직자가 많아 청년 실업률은 상승

창업 열풍이 불고 있지만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를 기록했다. 전년(8%)보다 1%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1999년 통계 작성 방법이 변경된 뒤 최대 수치다. 이는 직장을 찾는 구직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계상 구직 활동을 해야 실업자로 분류된다. 지난해 청년층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는 전년보다 13만900명 늘었다. 지난 2001년 관련 통계가 나온 뒤 줄곧 감소세였다가 처음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가 다소 나아진 것도 일정 부분 반영됐고, 청년인턴 같은 정부 일자리 사업이 늘었기 때문에 직장을 구하는 젊은이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구직자가 많아 실업자로 분류되는 젊은이도 함께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에 성공했다고 해도 모두 번듯한 일자리를 잡는 것은 아니다. 기존 직장에 들어가는 청년 취업자 10명 중 3명은 1년 이하의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드라마 '미생(未生)' 주인공 장그래는 2년 계약직인데, 그보다 못한 처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하고 처음 가진 일자리가 1년 이하 계약직이었던 만 15~29세 청년은 76만1000명이었다. 전체 청년 취업자의 19.5%를 차지했다. 아르바이트 등 일시적 일자리로 사회 첫발을 내딛는 청년 또한 47만7000명(12.3%)이었다.

유경준 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은 "창업도 바람직하지만 이것만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완화하는 유연한 시스템을 도입해 젊은 인적 자원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