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몽구·의선 父子, 글로비스 지분 매각 왜? 일감 몰아주기 논란 없애고 승계 資金도 마련

  • 이인열 기자

  • 선정민 기자

  • 입력 : 2015.01.13 03:03

    總帥일가 지분 30%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처벌 대상, 매각 후엔 지분 29.99% 돼
    시세 차익 1조3000억원… 현대모비스 주식 사거나 상속세에 쓸 것으로 추정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1조3000억원대의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13%를 매각하는 것은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고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지배 구조 개선과 경영권 승계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관측된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30% 아래로 떨어뜨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정부 방침에 호응하는 한편 1조3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이날 전격적으로 발표된 정 회장 부자의 대규모 지분 매각에 놀라는 눈치였다. 증권가 A 임원은 "글로비스의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 통보는 이날 오후 3시 반에서 4시 사이에 해당 매각 담당 증권사에서 운용사 트레이더들 쪽으로 통보가 왔다"면서 "1조원대가 넘는 규모의 거래가 갑자기 들어와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처벌 기준(지분 30%)에서 9주 모자라는 지분 매각

    이번 블록딜을 통해 정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 지분 13%를 매각하면 정 회장 지분은 251만7000주(6.71%), 정 부회장은 873만2290주(23.28%)가 남는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쳐도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처벌 기준(30%)에서 딱 9주가 모자라는 29.99%가 된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지배구조도
    두 부자가 지분 29.99%만 남기고 나머지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이유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그룹의 총수 일가가 상장 계열사 지분을 30% 넘게 보유한 상태에서 200억원 이상의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 이를 제재한다. 작년 2월 관련 법이 시행됐지만 일부 경우에 대해 시행을 1년간 유보했기 때문에 현대글로비스는 다음 달부터 해당된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일감 몰아주기를 하더라도 일감을 준 기업에 매출액의 5% 이내의 과징금, CEO(최고경영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리는 처벌을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에는 일감을 주는 기업과 받는 기업 모두 처벌할 수 있는 데다 CEO뿐 아니라 대주주도 처벌을 받는다. 다시 말해 글로비스의 오너인 정 회장이나 정의선 부회장도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강화된 처벌 규정으로 인해 지분 매각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며 "다른 그룹도 오너 지분이 많은 상장 계열사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각 대금 1조3000억원은 승계용 실탄?

    정 회장 부자의 이번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정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한 실탄으로 쓰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3일 아침까지 매각이 이뤄지면 정 회장 부자는 1조3000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얻게 된다. 이 자금으로 현대차그룹 순환 출자 구조의 정점(頂點)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사들일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지난해 초 21만원대에 불과했으나 이날 30만원으로 마감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4월 32만원대까지 올랐다가 한전 부지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여파로 최근 23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모비스 주식을 사들일 적기(適期)인 셈이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정 부회장이 매각 후 세금 등 비용을 내고 나면 주당 23만원대인 모비스 지분을 대량 인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적은 규모라도 이참에 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이번 지분 매각 대금의 일부를 사회 공헌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 회장은 그동안 6차례에 걸쳐 현대글로비스 주식 6500억원어치와 이노션 주식 2000억원어치를 팔아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 출연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정 부회장이 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다수설이다. 송성엽 KB 자산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지분을 팔아서 자금을 확보하기보다는 합병 쪽으로 가는 게 아직까지 유력하다고 본다"면서 "이번 매각 대금이 정 부회장의 모비스 지분 상속 때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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