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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그룹 장남 배제, 삼성과 닮은 꼴되나

  • 박지환 기자

  • 입력 : 2015.01.09 14:19 | 수정 : 2015.01.09 19:17

    - 장남 신동주 日 롯데 부회장, 모든 이사직에서 해임
    - 재계, 승계구도서 밀린 이맹희씨와 닮은 꼴 되나 관심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DB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DB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장남이 경질된 셈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롯데홀딩스가 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신동주 부회장을 해임 했다고 9일 보도했다.

    신동주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일본 롯데그룹의 주요 자회사인 롯데상사, 롯데, 롯데아이스 임원직에서도 해임됐다. 한 달도 안돼 일본 롯데그룹 이사직에서 모두 해임된 것이다.

    한·일 재계에서는 신동주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승계구도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신문은 이번 인사로 일본 신동주 부회장과 한국 신동빈 회장으로 역할을 분담해 온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체제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모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의 아들이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어머니가 다르지만,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재계에서는 신동주 부회장이 이사직에서 해임되면서 후계구도에서 배제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로 ‘실적’을 꼽았다. 일본 롯데의 성장이 한국 롯데보다 더뎌 신격호 회장의 눈 밖에 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한국 롯데의 매출은 일본 롯데보다 13배 이상 많다. 한국 롯데는 1980년대 말에 일본 롯데의 매출을 뛰어넘었다. 일본 롯데그룹은 연간 매출이 지난해(3월 결산법인) 5조7000억원이지만, 한국 롯데그룹은 지난해 8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게다가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국에 주로 머무는 것도 차남인 신동빈 회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는 롯데그룹의 승계구도 변화가 삼성그룹이 승계구도와 비슷하다고 분석한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도 한때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거론됐지만,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 후계구도를 내주고 야인이 됐다. 이맹희 전 회장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의 3남5녀 중 장남이다. 이 전 회장은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지자 이병철 전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총지휘했다.

    이 전 회장은 한 때 삼성전자·중앙일보·삼성물산 등 주력 계열사의 부사장·전무·상무 등 17개 직책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이 전 회장의 경영 능력을 불신했고, 다시 경영에 복귀하고 나서 삼남인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했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장남 맹희에게 그룹 일부 경영을 맡겨보았지만 6개월도 채 못 돼 맡겼던 기업체는 물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고 적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마음에 들지 않았고, 후계구도를 바꿀 만큼 큰 실수를 해 일본 롯데그룹 승계가 어렵게 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 내에서 신격호 회장 일가와 밀접한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에서는 해임이 퇴출을 의미하지만 일본은 조금 다르다”면서 “신동주 회장이 해임의사를 밝혀 수용한 것이지 오너 일가로서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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