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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勞使협상… 7개월만에 합의

  • 호경업 기자

  • 신은진 기자

  • 입력 : 2015.01.01 03:02

    ["회사 위기는 勞組의 위기" 공감대… 극적 합의]

    20년만에 부분 파업 벌이며 7개월 동안 70차례 교섭
    결국 노사가 한발씩 양보… 7일 조합원 찬반투표 관건

    현대중공업 노사(勞使)가 2014년 마지막 날인 31일, 임금·단체협상 잠정 합의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작년 5월 임단협 첫 상견례 이후 7개월 만이다. 지난해 임단협은 현대중공업이 세계 조선(造船) 경기 불황과 해양 플랜트 분야의 공사 손실 등으로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유례없는 난항을 겪어 왔다. 노조는 '19년 무분규' 전통을 깨고 11월 27일 20년 만에 첫 파업을 벌였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31일 낮 울산 본사에서 열린 제70차 교섭을 통해 '2014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노조가 회사의 위기 극복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사측 제시안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내리고, 회사가 이를 뒷받침하는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7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 임단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양측은 앞으로 임금 체계 개선을 위한 '노사 합동 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원들의 임금 개선에 노력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그동안의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나 회사의 위기 상황에 공감하고 앞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는 등 재도약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1월 7일 찬반 투표가 최종 고비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임단협 합의에 대해 "노조가 위기 극복을 호소하는 회사의 진정성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막판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이 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을 더 큰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관론이 많았다.

    실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14일 첫 상견례 이후, 임금 등의 부문에서 상당한 이견(異見)을 보여왔다. 7개월 동안 69차례 만났지만, 양측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노조는 4차례 부분 파업을 강행했다. 이런 진통 끝에 나온 잠정 합의안은 기본급 3만7000원(2%) 인상, 통상임금의 150% 격려금(주식으로)+200만원 지급, 직무환경수당 1만원 인상, 상품권(20만원) 지급, 특별휴무(2월 23일) 실시 등이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한 내용이다.

    극적인 합의안 성사에는 작년 9월 현대중공업의 '구원투수'로 부임한 권오갑 사장과 그의 협상 파트너인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권 사장은 부임 직후부터 줄곧 공장 구내식당에서 일반 직원들과 아침·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스킨십 경영'과 특유의 '뚝심'으로 소통에 정성을 쏟았다. 그는 12월 31일에도 엔진사업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떡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고 저녁에는 청소부 100여명을 초청해 영빈관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

    연내 타결 가능성이 희박해지던 지난 12월 18일 권 사장과 정 위원장이 만나 "반드시 올해 안에 끝내자"는 공감대를 이룬 게 반전(反轉)의 계기가 됐다. 양측은 이후 실무진 교섭을 통해 31일 막판 타협을 이뤘다. 재계 관계자들은 "2014년을 10시간여 남겨놓고 극적 타결이 이뤄진 데는 현대중공업 사태 장기화로 울산 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 데 대한 지역 내 비판 여론과 '노사가 공멸(共滅)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勞使 한발씩 양보

    노조는 1월 7일 전체 조합원 1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잠정 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贊反) 투표를 실시한다. 여기에서 재적 과반수 찬성이 나오면 잠정 합의안이 최종 가결돼 2015년 흑자 전환 및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 활동이 탄력을 받게 되지만, 부결될 경우 권오갑 사장의 개인 입지는 물론 회사 전체가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번 합의안이 상호 양보해 회사를 살리자는 뜻에서 나왔기 때문에 찬반 투표 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권오갑 사장은 이날 "2015년 말에는 꼭 흑자를 낼 것"이라며 "노조원들에게도 '내년 말까지는 반드시 흑자를 내서 여러분에게 기쁨을 주는 사장이 되겠다. 만약 그렇게 못 한다면 내가 스스로 집에 갈 테니 나를 믿어달라'고 약속했고 노조원들이 이에 신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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