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짝퉁 '엣지(삼성 갤럭시노트 엣지)'? 샤오미의'베끼기 무한도전'

조선일보
  • 김지섭 기자
    입력 2014.12.30 03:03

    애플 아이폰 대놓고 모방, 스마트폰 세계 3위 올라
    기술도 마음대로 갖다 써… 인도서 특허침해 소송당해
    "기술혁신보다 가격혁신 초점… 중국外 시장에선 역부족"

    29일 중국의 IT 전문매체 '기즈모차이나'는 스마트폰의 좌우 측면에 곡면(曲面)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시제품 사진을 공개했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小米·좁쌀이라는 뜻)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아치(Arch)'라는 제품이다. 아치의 디자인은 올 9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엣지'와 거의 흡사하다. 갤럭시노트 엣지는 한쪽 측면에 디스플레이를 넣어 전화걸기, 문자메시지, 메신저 등을 쓸 수 있게 한 혁신적 디자인으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샤오미의 아치는 한쪽이 아니라 양쪽 측면에 화면을 넣은 것만 다를 뿐이다.

    애플 제품을 줄곧 모방해 '짝퉁 애플'로 불리던 샤오미가 이제는 삼성의 스마트폰까지 베끼기 시작했다. 샤오미는 최근 기술특허 침해 소송에 휘말린 상태인데 디자인 논란까지 불거질 경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장애가 될 전망이다.

    도 넘은 샤오미의 베끼기

    2011년 8월 첫 스마트폰을 내놓은 샤오미는 그동안 애플 아이폰을 대놓고 베껴왔다. 샤오미는 아이폰의 느낌과 성능을 모방한 스마트폰을 절반 이하 가격인 30만원대에 판매하면서 점유율을 늘려왔다. 급기야 올 3분기엔 삼성·애플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3위 업체로 성장했다. 이 회사 레이쥔(雷軍)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제품 설명회에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샤오미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스마트폰 ‘아치(Arch)’. 측면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디자인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엣지’와 흡사하다
    중국 샤오미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스마트폰 ‘아치(Arch)’. 측면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디자인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엣지’와 흡사하다. /기즈모차이나 캡처

    샤오미의 따라하기는 디자인에만 그치지 않는다. 경쟁 업체들이 등록해 놓은 특허를 라이선스 없이 마음대로 갖다 쓰다가 발목을 잡히는 예가 속출했다. 이달 초 세계 1위의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은 인도 시장에 진출한 샤오미에 특허 소송을 걸었다. 에릭슨은 "샤오미 스마트폰이 우리의 3세대(3G) 이동통신 관련 기술 특허 8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중국 업체 화웨이·ZTE도 최근 샤오미에 자사의 기술 특허를 침해하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 8월에 독자 개발했다며 공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OS) 'MIUI 6'는 "애플 'iOS 7'과 판박이나 다름없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샤오미는 애플을 베끼는 일에 더이상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샤오미가 삼성 스마트폰까지 따라 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회사에 과연 '혁신 DNA'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구심마저 나오고 있다. KAIST 문송천 교수는 "샤오미는 기술 선도적인 기업의 뒤를 밟으며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전형적인 '패스트 팔로어'"라며 "모방에 그치지 않고 독자 기술을 개발해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는 청출어람(靑出於藍) 정신이 없으면 이미 죽은 기업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샤오미의 한계는 어디일까

    샤오미는 베끼기 논란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레이쥔 CEO는 최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허 문제는 성숙기로 접어드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애플도 서로 특허를 침해했다며 법정 공방을 벌인다"며 "샤오미는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된 신생기업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특허를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했던 휴고 바라 샤오미 부사장은 한 술 더 떴다. 그는 샤오미가 애플 아이폰을 베꼈다는 지적에 대해 "업계 제품 중 유일무이한 디자인은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샤오미의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삼성과 애플처럼 세계적 영향력을 갖는 업체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다른 업체의 기술·디자인을 베끼면서도 정부의 보호 아래 성장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 맨몸으로 부딪쳐 싸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샤오미는 현재 전체 매출의 95% 정도를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연구개발(R&D) 비용을 최소화해 가격을 낮추는 전략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현중 연구원은 "샤오미는 삼성·애플 스마트폰과 비슷한 스펙의 제품을 만들어 최대한 싸게 판매하는 데 최적화된 기업"이라며 "기술 혁신보다는 가격 혁신에 초점을 맞춘 기업이기 때문에 삼성과 애플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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