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거들떠보질 않았지요. 우리보다 나은 점, 배울 점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몇 년 만에 다시 보니 제가 알던 GPIF(일본공적연금)가 맞나 싶더라고요. 괄목상대(刮目相對·눈을 비비고 다시 봄)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깜짝 놀랐습니다."(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출신 시장 전문가)
지난 10월 31일 일본 닛케이 증시가 4.8% 급등하며 7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이날 일본중앙은행이 추가 양적 완화 대책을 내놓은 영향이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더 중요한 이유로 GPIF가 발표한 새로운 자산 배분안을 꼽았다. 현재 12% 수준인 자국 내 주식 투자 비중을 내년 4월부터는 2배 이상인 25%로 늘리고,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은 60%에서 35%로 확 낮추는 게 골자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 투자 범위도 넓혔다. 이제까지 GPIF가 투자하는 해외 주식은 선진국에 국한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도 투자 대상에 넣기로 했다.
세계에서 가장 덩치 큰 연기금인 GPIF가 극도로 보수적인 운용 전략을 버리고 대대적인 방향 전환을 한 것이다.
자산 배분 전략 변경과 함께 GPIF를 관할하는 후생노동성의 투자 결정권과 예산 재량권을 확대하고,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주주권 행사도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조직 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돼 세계 연기금이 GPIF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