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을 통해 치킨을 주문해봤다. 앱으로 주문해 치킨을 받기까지 꼭 1시간이 걸렸다. 전화 주문할 때보다 20~30분 더 걸렸다. 맛과 양은 비슷했다. 콜라와 쿠폰은 없었다. A매장에 전화 걸어 항의하자 “배달앱 수수료를 메우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매장 주인은 “다음부터는 배달앱 말고 전화로 주문해달라”고도 했다.
배달앱 시장이 연간 1조원 수준으로 커질 만큼 배달앱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클릭만 하면 배달음식을 받아볼 수 있어서다. 이용자들이 편리함을 이유로 배달앱을 찾는 사이 영세사업주들은 배달앱 수수료, 광고비에 허덕이고 있다. 사업주들은 서비스를 줄이는 식으로 손실을 메우려 한다. 결국 배달앱 사용자들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만난 B프랜차이즈 치킨집(서울 종로구 소재) 점주 곽모씨는 배달앱 때문에 분통을 터뜨렸다. 곽씨는 “1만5000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3750원 정도 남는데, 여기에 배달앱 수수료를 떼고 나면 1350원이 남는다”며 “중소업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했다.
실제 프랜차이즈 치킨매장 업주가 치킨을 팔아서 손에 쥐는 돈은 치킨값의 4분의 1 정도다. 재료값, 임대료, 인건비, 프랜차이즈 가맹비 등을 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달앱 수수료는 매장주에게 돌아가는 순익을 갉아먹는다. 현재 결제수수료를 포함한 배달앱 3개사 수수료는 요기요가 16%, 배달의민족과 배달통이 각각 9~12.5%, 6%다. 요기요를 통해 1만5000원짜리 치킨을 팔았을 경우 수수료는 2400원이 나간다. 매장주가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치킨값의 10분의 1 남짓으로 떨어진다.
배달의민족과 배달통이 시행중인 광고에 대해서도 업주들은 불만을 표시한다. 업주들은 배달앱 광고를 키워드·지역별로 여러개씩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씨는 “한달에 5만원짜리 광고를 10개 넘게 한다”며 “한 달에 50만~60만원을 훌쩍 넘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에서 C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광고상품을 구매했을 때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된다”며 “다른 업체들은 다 하는데 우리만 안 하면 매출이 줄어들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치킨 창업 커뮤니티 ‘치킨전문점 사장되기&닭집닷컴’의 정창수 매니저는 “중소 치킨업체 대부분이 월 매출 1500만원, 월 순익 300만~400만원 수준의 영세 자영업체”라며 “일부 치킨업체들이 가격을 올리고 서비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배달앱 수수료를 만회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정구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중소 사업자 입장에서 봤을 때 배달앱은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기 때문에 배달앱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중소 사업자들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