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기준금리 인하)을 통해 앞으로 우리 경제 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지 아닌지는 (통화) 정책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재차 주문했다. 조동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의 진단과 경제구조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통화 당국은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해 시장 불안심리를 없애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KDI는 지난달 ‘일본의 19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통화 당국이 실질금리 하락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감지하지 못하고 금리정책을 수행하면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사실상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요구했었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대인플레이션이 크게 낮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명목 균형금리 역시 매우 낮은 수준이고 앞으로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실질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 대해 통화 당국이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은이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율 서베이 결과가 여전히 2%대 중반’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금리 정책에 경직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발표하는 이 서베이 결과는 실제 인플레이션에 후행한다. 제품을 판매하는 생산자에게 앞으로 제품 가격이 얼마나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지 혹은 임금근로자에 앞으로 임금이 얼마나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본다면 상품 가격이나 임금이 오를 것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실제로 돈을 쓰는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또 통화 당국이 완화적인 금리 정책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통화 당국이 금리 정책을 펴는 데 있어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가계부채 증가”라며 “금융당국이 이에 대해 철저한 감독 정책을 펼쳐 통화 당국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금융당국은 한은의 금리 인하를, 반대로 한은은 금융당국의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를 지적하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