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단독 인터뷰] 안전관리 전문가 시드니 데커 교수 "세월호 사고, 접근 방법이 잘못됐다"

  • 이재은 기자
  • 입력 : 2014.12.07 17:00 | 수정 : 2014.12.07 17:48

    시드니 데커(Sidney Dekker) 호주 그리피스대 교수는 5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시드니 데커(Sidney Dekker) 호주 그리피스대 교수는 5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기술과 시스템은 안전 관리에 부분적으로 관여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제공
    “직원들의 지적을 끊임없이 수용하는 기업만이 안전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시드니 데커(Sidney Dekker) 호주 그리피스대 교수는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요즘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는 조직원이 수시로 시스템의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와 독일 티유브이슈드그룹(TÜV SÜD)가 주최한 ‘2014 국제산업안전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데커 교수는 네덜란드 출신 안전관리 전문가다.

    데커 교수는 대부분 기업과 정부의 경우 안전사고에 접근하는 방법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과 같은 대형 사고가 났을 때 정부나 기업은 누가 사고를 일으켰는지, 사고 관계자들이 어떤 법을 어겼는지, 이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 집중하지만 이는 미래에 비슷한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회와 조직, 시스템 간 복잡다단한 관계와 비리, 오류 등에 따라 발생한 사고를 단순히 관계자 몇 명을 처벌하고 해양경찰을 없앤다고 해서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대신 이번 사고에서 누가 다쳤는지,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사고 피해자를 도울 의무를 지닌 주체가 누구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하향식(top-bottom)이 아닌 상향식(bottom-up) 접근을 해야 정의를 실현하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게 가능합니다.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는 데 매몰되면 오히려 피해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데커 교수는 과거 덴마크에서 보잉 항공기 조종사로 활동하면서 겪은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비행기가 이·착륙에 필요한 고양력장치(flap)과 기어(gear)를 가동시키는 손잡이 2개가 양옆으로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며 “평소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조종사도 피로가 쌓이면 고양력장치를 가동시켜야 하는데 실수로 기어 손잡이를 내려 사고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종사들은 헷갈리지 않기 위해 커피를 마신 종이컵을 한쪽 손잡이 위에 걸쳐놓는 방식으로 손잡이를 구분했습니다. 회사에 ‘첨단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2개 손잡이가 헷갈린다’고 이의 제기하면 되지만 대부분 기업은 ‘당신 제정신이야? 오른쪽 손잡이가 기어라는 걸 교육받았잖아!’라며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더 이상의 소통을 어렵게 합니다. 사실 시스템에 수많은 오류가 존재하는데도 말입니다.”
    시드니 데커(Sidney Dekker) 호주 그리피스대 교수는 5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시드니 데커(Sidney Dekker) 호주 그리피스대 교수는 5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오늘날 사고는 기술과 시스템, 조직의 문제가 쌓여 일어나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제공
    데커 교수는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데커 교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은 안전관리 시스템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추가로 계속 도입하고 이로 인해 복잡성은 더해지고 관리는 어려워진다”며 “영국 석유회사 BP는 2010년 멕시코만 원유 시추 시설 폭발 사고가 난 후 안전 관리 시스템이 너무 많아 일일이 관리하고 확인할 수 없는 단계까지 갔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스템이 정교하고 복잡해도 사고는 생기기 때문에 안전 관리에 접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사고는 평소에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불편함이 쌓여 불시에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 수시로 일상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종사와 같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에게 일상의 업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어볼 것을 권했다. 데커 교수는 “조종사가 ‘손잡이를 구분하기 위해 한쪽에 종이컵을 올려놓는다’고 답하면 기업은 손잡이 구분이 어렵다는 걸 깨닫고 손잡이 위치를 바꾸던가 디자인을 바꾸는 방식으로 문제를 수정할 수 있다”며 “안전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도 안전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데커 교수는 “안전 수칙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직원들에게 지킬 것을 강요하는 관료제는 오히려 안전과 생산성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실제 대형 사고에서는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빨리 대피하는데, 이는 관계자들이 시스템의 오류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료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한국과 아시아 기업들의 경우 “당장 수직적인 기업 문화를 바꾸려 하지 말고 3개월, 6개월 단위의 프로젝트성 실험을 통해 조직의 크고 작은 문제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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