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성장동력이 꿈틀댄다] 계좌번호 몰라도 송금하는 '금융 IT 新기술' 국내선 투자자 난색… 美선 100만달러 투자

조선일보
  • 박순찬 기자
    입력 2014.11.22 03:10

    복잡한 금융 규제가 성장 막아
    美선 활발한 '크라우드 펀딩'… 국내선 투자 막는 규제만 잔뜩

    벤처업체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한 이승건(32) 대표는 상대방 계좌번호를 몰라도, 금액·수신자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스마트폰으로 간편 송금(送金)이 가능한 서비스 '토스'를 지난해 선보였다. 시범 서비스를 한 지 4시간 만에 2000명이 모였다. '정말 편리하다' '유료라도 쓰고 싶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16개 국내 벤처투자사에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지만 결국에 실제로 투자한 회사는 한 곳도 없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 투자회사는 금융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는 이유였다. 이 대표는 "우리는 엄밀하게 말하면 금융업이 아니라 금융 관련 IT서비스업을 하는 회사라 직접 해당되지 않지만, 정부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사들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사는 달랐다. 미국계 벤처투자사 '알토스벤처스'는 이 대표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즉석에서 100만달러(약 11억원)가 넘는 금액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지금처럼 규제로 얽매인 한국의 금융 상황에선 핀테크(금융 관련 기술) 스타트업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창업자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금융 규제가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의 창업을 막고, 관련 기업의 성장도 억누른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투자자 보호'에 집중하다 보니 '창업 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등 외국에서 벤처기업의 초기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활발히 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도 비슷한 예다. 자금 유치가 어려운 벤처캐피털 대신 일반인에게 신기술·서비스를 소개하고 십시일반 투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현재 정부·국회가 '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벤처업계는 여기에도 온갖 규제 조항이 담겨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1인당 개별 기업에는 200만원, 연간 총 투자액은 100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주식을 산 지 1년 이내에는 다시 팔지 못하도록 한 것 등이다. 벤처업계는 "마음대로 투자할 수도 없고, 투자금조차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규정을 두면 어떻게 활성화가 되겠느냐"는 입장이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국가의 신(新)성장 동력을 키워 나가야 하는데, 부작용을 지나치게 우려해 과감한 혁신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한국 금융 규제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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