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우빌딩, 미생 '장그래 빌딩'으로 불리며 재조명

조선비즈
  • 김참 기자
    입력 2014.11.20 06:00

    서울에 상경한 시골사람들이 서울역에 나와 처음 맞닥뜨리는 거대한 갈색 건물. 얼마나 위압적이었는지 시골사람이 이 빌딩을 보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으면 사기꾼들이 “이 빌딩은 25층짜리인데 한층 보는데 100원씩 2500원을 내야 한다”라고 말하고 돈을 뜯어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떠돌기도 했다.

    1970~80년대 서울의 랜드마크로 한국 산업화의 상징적인 건물인 대우빌딩(서울스퀘어)이 드라마 미생(未生) 덕분에 재조명 받고 있다. 드라마 미생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인 ‘미생’을 원작으로 하며, 프로 바둑 기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주인공 장그래가 냉혹한 현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미생은 케이블 드라마로는 매회 경이적인 시청률(10회 평균시청률 5.9%, 순간 최고 시청률 7.0%·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스타 배우도 출연하지 않고 케이블 프로그램인데다 흔한 사랑 이야기도 없는 드라마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직장 내 인물과 공간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서울스퀘어도 ‘장그래 빌딩’으로 불리며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tvN 홈페이지 캡쳐

    ◆ 서울의 상징적 관문…대우빌딩은 어떤 건물?

    대우빌딩은 지어진 지 40년 가까이 된 건물이다. 1977년 지상 23층, 지하 2층 대지면적 1만583㎡, 연면적 13만2560㎡ 규모다. 서울역 앞에 있다는 입지 특성상 서울의 상징적인 관문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대우빌딩은 그 시대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소설가 신경숙은 소설 ‘외딴방’에서 대우빌딩에 대해 ‘열여섯의 나, 모내기가 끝나던 마지막 날 밤기차를 타고 집을 떠난다. 그날 새벽에 봤던 대우빌딩을 잊지 못한다. 거대한 짐승으로 보이는 저만큼의 대우빌딩이 성큼성큼 걸어와 엄마와 외사촌과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다.’라고 표현했다.

    대다수 빌딩이 직사각형 형태를 띠는 반면 대우빌딩은 정사각형에 가깝다. 공교롭게 짙은 갈색 외벽과 자로 잰듯한 배치된 창문 때문에 바둑판과 닮아 바둑을 주제로 한 드라마 미생과 잘 어울린다. 이재문 미생 프로듀서는 공개 인터뷰에서 서울스퀘어에 대해 “치열하게 움직이는 대기업 직원군을 그리기 위해 상징적인 건물이 필요했다”며 “성처럼 보이면서 고독해 보이는 건물이기도 하다. 또 한국경제에 상징적인 건물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우그룹이 승승장구하던 시절, 이 건물은 한국 경제 고도성장의 상징으로도 불렸다. 대우빌딩은 준공되는 날부터 화제였다. 전국에서 구경꾼이 몰려 주변은 북새통이었다. 지금은 그다지 높지 않은 25층 빌딩이지만 당시에는 5층도 높은 빌딩이라 대우빌딩에서 청와대가 내려다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경호실이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겨 대우빌딩의 청와대 방향 창문을 모두 가렸다는 비화도 전해진다. 또 고층빌딩이라는 특성상 옥상에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방공포 4대가 설치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적도 있다.

    서울스퀘어 빌딩

    이 빌딩은 대우그룹의 전성기를 상징하기도 했다. 대우자동차, 대우건설, 대우전자,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 등 모든 계열사 입주해 있었다. 맨 꼭대기 층인 25층에는 김우중 회장 집무실이 있었다. 가장 먼저 불이 켜지고 가장 늦게 꺼지는 건물로 한때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쓰는 빌딩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 말 대우사태로 인해 대우 계열사들은 대우빌딩을 떠나 흩어졌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들였다. 이후 외국계인 모건스탠리가 대우빌딩을 인수하고 나서 리모델링해 현재 서울스퀘어로 이름을 바꿨다. 모건스탠리 역시 부동산경기 침체로 사무실 임대가 제대로 되지 않고 빌딩가치도 하락해 거액의 손실이 감수하고, 싱가포르계 투자회사에 다시 매각했다.

    ◆ 공실(空室)줄고, 미생 마케팅 진행

    리모델링 이후 재개장한 서울스퀘어는 서울의 프라임급 오피스빌딩 중에서 아직 공실률이 높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스퀘어의 공실률은 약 15%로 알려졌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보다는 많이 낮췄다.

    불과 지난해만 하더라도 서울스퀘어의 공실률은 40%에 육박했다. 서울스퀘어에 입주해있던 LG전자가 여의도 쌍둥이빌딩 리모델링이 완료돼 복귀하면서 공실률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당시에는 지하상가 임차인들이 공실이 많아 장사가 안된다며, 빌딩 자산관리를 맡은 케이알원리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행히 외국계 기업들을 대거 유치하면서 올 들어 공실률이 많이 내려갔다. 독일 마케팅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를 시작으로 주한독일대사관, 지맨스코리아, 독일계 제약회사 등 독일 관련 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업체들도 모여 들었다. 서울스퀘어측도 미생 덕분에 재조명받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서울스퀘어 블로그를 통해 미생 제작 관련 스토리를 올리고, 드라마에서 나온 빌딩 장소를 포스팅하는 등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오피스업계 한 관계자는 “드라마로 관심이 높아졌지만 실제 입주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다만 서울스퀘어가 최근 공실도 줄어들고 미생으로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일부 지하상가 식당은 주말에도 문을 열고 영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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