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VC의 실력자들]⑤ 마크 테토 더벤처스 파트너

조선비즈
  • 박원익 기자
    입력 2014.11.15 07:12

    마크 테토 더벤처스 대표 파트너
    “미국 실리콘밸리나 이스라엘처럼 한국은 아시아의 벤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벤처스는 한국 벤처기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돕는 브리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벤처기업을 ‘유니콘’이라고 하는데, 에어비앤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니콘은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졌죠. 한국 최초로 10억달러 컴퍼니를 만들어 내는 게 저희들의 꿈입니다.”

    지난 10월 31일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마크 테토(Mark Tetto) 더벤처스 대표 파트너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그는 벤처 투자를 하려면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냉철한 분석도 필요하지만 미래에 대한 낙관이 없다면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IB)인 모건 스탠리와 글로벌 IT기업 삼성전자에 머물지 않고 벤처 투자업계에 뛰어든 것은 이런 꿈 때문이었다.

    더벤처스는 관심사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빙글(Vingle)’의 창업자인 호창성·문지원 공동대표가 올해 1월 설립한 초기기업 전문 투자회사다. 국내외 여러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마크 테토 파트너는 4월부터 더벤처스에 합류해 활동하고 있다.

    더벤처스가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은 총 6곳. 공개되지 않은 기업까지 포함하면 12곳에 이른다. 작은 금액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 벤처캐피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을 키워내는 인큐베이팅에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벤처 보육공간인 ‘더벤처스 스타트업센터’를 따로 두고 있고 예비창업자를 직원으로 채용해 멘토링을 진행하기도 한다.
    사다리 모양을 형상화한 더벤처스 로고
    ◆ 가치를 높이는 투자

    더벤처스는 설립 첫해부터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주차장 안내 서비스 앱(애플리케이션) ‘파크히어’를 개발한 파킹스퀘어에 올해 초 투자했고, 중고 전자제품 거래 앱 ‘셀잇’, 원클릭 무료통화 솔루션 업체 ‘브릿지모바일’에도 투자했다. 가장 최근에 투자한 곳은 모바일 게임개발사 ‘노븐(NOVN)’이다.

    투자금액은 5000만원에서 2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다. 이른바 시드(seed) 스테이지라고 불리는 ‘초초기 기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인큐베이팅(육성)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특징이다. 현재 셀잇을 비롯한 여러 기업이 더벤처스 스타트업센터에 입주해 있다.

    “저희는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회사를 만드는 회사(컴퍼니 빌딩 컴퍼니)인 셈이죠. 벤처 스튜디오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옆에서 스타트업을 도와주며 성공 케이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벤처스는 호 대표와 문 대표의 창업 및 해외 진출 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회사를 창업해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잘 보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07년에 창업한 동영상 콘텐츠 업체 ‘비키(viki)’를 2013년 일본의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2억달러(약 2193억원) 수준. 외국인인 마크 테토 파트너를 영입한 것도 투자한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고 한다.

    “저희는 글로벌 시장 진출,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모건스탠리에 일하면서 쌓은 네트워크가 있어 스타트업에 도움을 줄 수 있죠. 시드 스테이지는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한 노하우가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도움이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마크 테토 파트너는 최근 한국에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 초기 투자에 대한 니즈(요구)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투자 수요도 많기 때문에 초기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 모든 항목이 100점인 스타트업은 없다

    더벤처스의 투자전략은 ‘컴퍼니 빌딩’으로 요약된다. 성공할 스타트업을 골라내기보다 키우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어떤 회사가 성공할지 예측하는 것은 다트를 던져 투자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는 좋은 주식을 골라주는 스탁 피커(stock picker)가 아닙니다.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잘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죠. 저희가 잘하는 것은 회사를 만드는 일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컴퍼니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고, 지금도 두 대표가 글로벌 서비스 업체인 빙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크 테토 파트너는 스타트업의 경우 어느 한 부분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점수판을 가지고 일률적으로 점수를 매겨 투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투자회사의 대표가 120점이라면, 기술력이나 다른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게 오히려 재미있죠. 모든 부분에서 100점인 스타트업은 없습니다.”

    투자할 때는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주로 본다고 한다.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회사의 어려운 부분을 공개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배제하고, 최대한 CEO의 재량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가 CEO를 대신해 CEO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로 매니징(micro managing)을 하지 않고 CEO에게 자유로운 공간을 주어야 하죠. 건물 8층과 10층이 인큐베이팅 공간인데, 초창기엔 입주 회사 대표들이 오너십을 느낄 수 있도록 더벤처스라는 표지판도 붙여 놓지 않았습니다.”
    더벤처스 사무실 회의공간
    ◆ 유니콘 클럽 10개 만드는 것이 목표

    더벤처스는 2주에 한번씩 투자한 회사들과 회의를 한다. 회의에는 더벤처스 대표들도 돌아가며 한 명 참석하는데, 어려운 것과 좋은 것, 도움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누는 자리다. 최근에는 일명 ‘5분대기조(SWAT)’를 운영하기 위해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도 채용했다. 입주 업체가 UX 디자인 인력이 필요할 때 빠르게 지원해 주기 위한 목적이다. 해외 투자자를 위한 컨퍼런스콜을 지원하기도 한다.

    “한국 스타트업과 미국 투자자를 연결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저희는 그 다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 중 해외 진출을 꿈꾸는 업체가 많이 있죠. 최근 실리콘밸리의 투자업체들도 많이 만나고 있는데 다들 반응이 긍정적입니다.”

    마크 테토 파트너는 10억달러 가치 회사(유니콘 클럽) 10개를 만드는 게 더벤처스의 최종 목표라고 했다.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벤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목표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그대로 해외에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시장 분석과 현지화를 통해 해외진출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더벤처스는 펀드를 따로 구성하지 않고, 회사 자체 자금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몇 년 안에 펀드 출자자(LP)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하는 의무 같은 것이 없어 운신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투자한 스타트업을 오래 키울 수 있고 보다 유연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게 마크 테토 파트너의 설명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미국을 세 번 다녀오고 일본도 다녀왔습니다. 실리콘밸리 샌드힐로드(Sand Hill Road)에 있는 벤처캐피털(VC)을 다 만나고 왔고, 계속 연락하고 있습니다. 셀잇은 최근 싱가폴 인재를 영입해 싱가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죠.”
    셀잇 홈페이지 첫화면
    ◆ 물이 차면 모든 배가 뜬다

    인수·합병(M&A) 업무 경력은 마크 테토 파트너가 벤처 투자 업계에서 일하게 된 배경이 됐다. 모건 스탠리에서 M&A를 담당했고,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도 M&A 업무를 맡았었다. 그러나 더 직접적인 계기는 호 대표, 문 대표와의 만남이었다. 작은 부분이라도 벤처 업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두 대표의 제의를 받게됐고 주저 없이 합류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인수할만한 스타트업을 많이 봤고 실제로 인수도 했습니다. 어떤 회사가 매력적인지 어떤 마음으로 인수하는 지 느껴졌죠. 하지만 무엇보다 저는 한국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좋은 경험을 많이했고, 정도 많이 들어서 한국에서 4년간 얻은 것을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혼자서 벤처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두 대표의 비전을 듣는 순간 제 생각과 너무 잘 맞았던 것이죠. 전 럭키 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및 마이크로 벤처캐피털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봤다.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하고, 정부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창업지원센터 ‘마루180’을 운영하는 아산나눔재단 등 민간 영역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최근 초기 투자 벤처캐피털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저는 이들을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한국 벤처 업계엔 리소스(자원)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구글이 한국에 벤처 육성 캠퍼스를 연다고 발표했을 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물이 차면 모든 배가 뜰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더 많은 시드 투자자가 생기면 공동 투자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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