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소호(Soho) 지역에 위치한 구글 '런던오피스' 3층. 이곳엔 다른 나라의 구글 지사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회원들의 촬영을 돕기 위해 만든 전용 스튜디오 '유튜브 스페이스'다. 구글은 총 10개의 공간에 마련된 대형 스튜디오와 고급 촬영 장비, 조정 부스, 편집기 등을 무료로 빌려준다.
시설 이용 조건은 간단하다. '유튜브에서 5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갖고 있고, 계속 증가 추세일 것'. 동영상 촬영 교육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1만여명이 이곳을 이용했다.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런던 한복판에서 이 같은 무료 시설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료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구글도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돈 벌면 구글도 돈 번다
유튜브 스페이스 내의 한 방에는 거미줄이 드리워진 퀴퀴한 다락방 느낌의 공포영화 전용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었다. 다른 방에선 흰 비닐 가운을 입은 10여명이 전문가의 지도하에 연푸른색의 진득한 실리콘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실습을 하고 있었다. 교육 책임자 데이비드 리퍼트(Ripert)씨는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앞두고 현실적인 공포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가짜 상처와 피 만드는 것을 가르치는 중"이라며 "양질(良質)의 동영상이 많이 올라올수록 광고도 많이 붙고, 더불어 우리의 수익도 높아지기 때문에 무료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유튜브 동영상에 붙는 광고 수익의 45%를 수수료로 떼고, 55%는 제작자에게 준다. 구글은 런던에 이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일본 도쿄에도 유튜브 스페이스를 열었다.
유튜브가 강력한 '저작권 보호' 정책을 갖춘 것 역시 수익 극대화를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구글은 원제작자가 만든 원본(原本) 동영상의 특징을 기억해 뒀다가, 유사한 '표절 동영상'이 올라오면 컴퓨터가 이를 자동으로 비교해 표절 여부를 원저작자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대응 방법은 세 가지다. 해당 동영상을 차단하거나, 그냥 지켜보거나, 표절 영상에도 광고를 붙여 원제작자와 유튜브가 나눠 가지는 것이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이용자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구글의 수익도 극대화하는 '윈 윈(win-win)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한국도 독자적 플랫폼 갖춰야
구글이 런던에 꾸린 스타트업(초기 창업 기업) 육성 공간 '캠퍼스런던', 내년 초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짓는 '캠퍼스서울'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 런던오피스의 이본 아제이(Agyei) 부사장은 "스타트업과 창업자가 점점 많아질수록 인터넷 산업 전체가 커지고, 이것이 구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경영진의 생각"이라며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이들을 채용하기 위한 투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 중 하나란 뜻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전략을 쓴다. 앱(응용프로그램) 장터인 '구글 플레이'에 게임을 올리는 국내 중소 게임사들에 "한국 시장에 만족하지 말고 전 세계 190개국 이상의 국가와 10억명 이상의 사용자에게 게임을 동시에 선보이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통신망이 느린 동남아에선 무선통신이 잠시 끊겨도 게임이 계속 진행되게 하라', '일본에선 용(龍) 캐릭터, 대만에선 삼국지(三國志) 등장인물에 대한 호응이 높다', '주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미국에선 두 손으로 잡고 할 수 있는 가로모드 게임의 인기가 높다' 등 구체적인 조언도 해준다. 게임 제작자들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자신의 이익도 극대화하는 것이다. 구글은 현재 구글 플레이를 통해 배포된 게임에서 이뤄지는 유료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받는다. 창업 지원 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임정욱 센터장은 "구글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유튜브, 구글 플레이 같은 여러 글로벌 플랫폼을 키워냈기에 가능한 비즈니스이자 플랫폼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내에서도 장기적인 투자와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 등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