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모바일 광고 업체 탭조이가 한국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파이브락스'를 약 400억원에 인수했다. 파이브락스는 모바일 게임 사용자들을 그룹으로 나눠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이 기술력이 높이 평가된 것이다. 탭조이가 파이브락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벤처캐피털 업체인 스톤브릿지캐피탈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 2011년 파이브락스에 투자한 후 3년여 만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2008년 설립된 벤처기업 전문 투자 업체로, 출범 초부터 초기 기업에 포커스를 맞춰 크지 않은 액수를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여러 초기 기업에 소액을 투자하는 마이크로 벤처캐피털이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초기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진행되며, 예상보다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들은 창업할 때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 없게 된 것도 마이크로 벤처캐피털이 늘어난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살아나는 초기 기업 투자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이후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투자한 자금에서 초기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5월까지 비중이 25.3%였으나 8월에는 31.4%까지 늘어났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올해 마이크로 벤처캐피털의 투자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부터 꾸준히 초기 기업 전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비롯해 지난 2012년 설립된 케이큐브벤처스,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대형 벤처캐피털 업체들과 달리 이들은 5억원 내외 소액 투자를 선호하는데 소액으로 여러 기업에 투자해 투자 위험을 낮추고, 잘되는 기업에는 추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펀프레소를 시작으로 모바일 오디션 개발 업체인 요쿠스에 이르기까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4개 업체에 투자했다. 대부분 1억원에서 5억원 수준의 소액 투자다. 케이큐브벤처스 역시 설립 2년여 만에 3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중 설립된 지 1년이 안 되는 업체가 19곳이며, 서비스가 출시되기도 전에 투자한 업체가 17곳에 이른다. DSC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IDG벤처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등 다른 마이크로 벤처캐피털 역시 펀드 규모를 늘려가며 적극적으로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M&A 통한 회수 증가… 소액 투자로도 창업 가능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벤처 생태계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다음과 합병한 카카오처럼 성공한 스타트업 사례가 줄을 잇고 있는 점도 관련 투자가 늘어난 배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초기 기업의 경우 투자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이 통상 10년 이상 걸렸는데 최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예상보다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엔젤스의 경우 지난 2012년 투자한 그래픽소프트웨어 개발사 위트스튜디오가 올해 7월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플러스에 인수되면서 2년이 채 안 되어 투자금을 회수했다. 모바일 중고 거래 장터 개발사인 퀵켓 역시 2013년 11월 네이버에 인수돼 투자한 돈을 거둬들였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인 매드스마트는 2012년 SK플래닛에 인수돼 투자 1년여 만에 15배가량 성과를 내기도 했다.

기술 발달과 산업 형태의 변화로 설비투자가 필요 없는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이 많이 생겨난 것도 초기 투자 증가의 배경 중 하나다. 창업 시 필요한 자금의 규모가 줄었기 때문에 벤처캐피털이 소액으로 다양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모바일 벤처 창업은 창업 비용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며 "벤처 생태계가 살아나며 초기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이 15~20개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