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영농조합을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8일 "엔저 때문에 1년 만에 10억원의 손실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양배추 등 농산물을 매년 3000t씩 일본 시장에 수출하는데, 일본 수출 비중이 90%에 이른다. 하지만 1년 전 100엔당 1300원으로 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최근 엔화환율이 1000원 밑으로 급락하는 바람에 적자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씨는 "물류비·농산물 수출 단가는 올라가고 있는데 엔화는 떨어져, 매년 30억원 정도의 매출이 올해는 20억원 미만으로 확 줄 것 같다"고 했다.
극심한 엔저로 인해 일본에 물건을 파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키코(kiko) 트라우마' 때문에 '환(換)변동 보험' 같은 환헤지 상품 가입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 은행들이 파는 키코에 가입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값이 폭등(환율 상승)해 막대한 손실을 본 악몽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수출 중소기업들의 엔저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환변동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등의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환변동 보험료 깎아준다
중소기업이 무역보험공사에 가입할 때 내는 환변동 보험의 보험료가 50% 싸진다. 일본 수출비중이 20%가 넘는 4000여개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환변동 보험은 일반형의 경우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1000원일 때 가입하면 환율이 1000원으로 고정된다. 환율이 1100원으로 오르면 이익을 본 보험 가입 기업이 환차익을 무역보험공사에 주고, 900원으로 떨어지면 반대로 무역보험공사가 기업에 차액을 주는 구조이다. 1억원어치를 수출하면 평균 2만5000원 정도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데, 올 연말까지는 1만2500원 수준으로 내린다. 환율이 올라도 무역보험공사에 돈을 낼 필요가 없는 옵션형 환변동 보험은 일반형보다 보험료가 비싼데, 옵션형도 보험료가 절반으로 준다. 현재 1억원 수출 때 20만원 정도인 보험료가 10만원으로 싸진다. 다만 옵션형은 농수산물을 수출하는 679개 중소업체에 대해서만 보험료 인하 혜택을 준다.
◇엔저 피해 기업에 대출금리 인하
정부는 이번에 각종 금융지원책도 함께 내놨다. 엔저로 손해를 본 중소·중견기업이 수출입은행을 찾아가면 대출금리를 0.3%포인트 깎아준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서 수출대금을 보증받는 경우 보증수수료를 0.3%포인트 할인받는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45개 중소 여행업체는 최대 100억원까지 연 2.25%의 싼 금리로 돈을 빌려 쓸 수 있다. 일본산 기계류를 수입하는 기업들도 지원대상이다. 일본산 기계장비를 수입하는 기업에 대해 수출입은행은 연 4%대인 대출금리를 0.5%포인트 낮춰준다. 자동차·기계·철강 등 일본과 경합하는 업종의 수출 중소기업이 일본에서 설비를 들여올 경우에도 신보와 기보에서 보증수수료를 0.3%씩 깎아준다. 자동화 설비를 일본에서 수입할 경우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도 관세 50% 감면 혜택을 받는다.
☞키코(KIKO·Knock-In Knock- out option trading)
달러 등 외화의 가치가 특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수출 기업들이 환율변동에 따른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해주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영향으로 달러값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 폭등하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크게 올라 수출 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