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코스닥시장에 새로 상장하는 메디아나는 의료기기 업체다. 달리기를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도록 전기 자극을 주는 심장 제세동기를 주로 만든다. 서울시 지하철 1~9호선 모든 역사에 심장 제세동기 1292대를 설치하는 계약을 따냈다.

메디아나 원주 공장 전경

서울 방배동 메디아나 본사에서 만난 길문종 대표는 심장 제세동기(AED –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는 어떻게 심장을 살리느냐는 질문에 “심장의 기능부터 알아야 잘 이해할 수 있다.”며 탁자 옆에 세워진 화이트보드에 심장을 그리기 시작했다. 심방과 심실의 역할부터 심장에 전해지는 일정한 전기 흐름까지 30분에 걸쳐 설명했다. “5분만 더 설명하겠다”라는 말을 세 번이나 들어야했을 만큼 꼼꼼했다. 심실이 가늘게 떨리는(細動) 악성 부정맥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환자의 심장 기능이 완전히 멈추기도 하는데, 일정한 전기 자극으로 이런 현상을 없애주는 장치를 만든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길문종 메디아나 대표이사

이 밖에 환자감시장치(Patient Monitors)도 제작하고 있다. 구급차나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맥박 등을 측정해 환자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기계를 말한다. 길 대표는 “환자를 감시한다는 어감이 좋지 않아서 최근에는 생체신호측정기(vital sign monitor)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생명을 잃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정밀하고 꼼꼼하게 기계를 만든다”고 했다.

작년 기준 메디아나의 매출액은 총 336억원, 영업이익은 37억원 수준이었다. 국내 제세동기와 생체신호측정기 분야에서 조달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종합병원의 67%와 상급 종합병원의 35%는 메디아나 생체신호측정기를 이용한다.

메디아나는 국내 의료기기시장에서 유통업체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1993년 문을 연 메디아나는 당시 의료기기 시장에서 세계 1위 수준이었던 휴렛팩커드(HP)사의 판권을 독점 계약해 한국에 의료기기를 수입해 팔았다. 길 대표는 “90년대 말 이 사업으로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미국 상무성에서 대체 메디아나는 어떤 회사냐고 조회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연세대학교와 산학 협력 사업을 벌여 생체신호측정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해외 의료기기 업체인 코비디언사를 비롯해 지멘스, 필립스 등의 주문을 받아 의료기기를 대신 제작해 생산하는 ODM 사업까지 확장했다. 현재는 전세계 80여개 국가에 메디아나의 기술력으로 개발한 독자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을 갖추고 있다. 자체 개발한 생체신호측정기는 미국 식품의약청(FDA), 제품안전인증기관(UL), 일본 후생성의 인증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메디아나 제품마다 검사서가 부착돼 상자에 보관된다.

이런 제품을 납품하기하려면 약 100가지 검사를 거쳐야한다. 길 대표는 “코비디언 미국 본사에서 지켜 본 드롭테스트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100kg 가량 되는 철판 위에 직육면체 모양의 제품을 묶어서 올려놓고 2~3미터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시험이다. 전원을 켠 상태에서 각 면당 3번씩 총 18번을 떨어뜨리는데, 기기가 끝가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만 통과할 수 있다. 길 대표는 “철판이 떨어지는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며 “저 실험에서 무사할 수 있는 제품은 없을 것이라고 낙담하기도 했는데 무사히 통과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메디아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성능 생체신호측정기 제품도 선보였다. 제세동 기능과 환자의 생체신호측정 기능을 결합한 상품이다. 무선인터넷(3G) 기능을 더해 환자의 상태를 멀리 떨어져 있는 의사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강원도에서 이용하는 119 구급차에는 이런 고성능 병원용 심장 제세동기가 실려 있다. 구급차에 탄 환자의 생체 신호가 실시간으로 인근 병원 의사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응급환자의 경우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의사가 멀리서 조언할 수도 있다.

이런 제품은 강원도 원주의 메디아나 공장에서 제작된다. 국내외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인원 90여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은 약 180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제작 인원은 약 4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연간 약 4만대의 의료기기를 생산한다. 연구개발인력이 50명에 달한다.

10월 2일 강원도 원주의 메디아나 공장 생산 현장을 찾았을 때 비교적 한가해 보였는데, 김응석 공동대표는 “분기 초에는 주문량이 적고 생산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들어갈 때는 정전기 방지 가운을 걸치고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했다. 김 대표는 “공장 바닥 전체에도 정전기를 막는 타일이 깔려있는데,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제품 검사 현장은 오히려 분주했다. 김 대표는 “의료기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검사하는데, 제품 한 개당 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메디아나의 제품 불량률은 1% 내외 수준이다. 김 대표는 “세계적인 의료기기업체와 10년 이상 계약을 이어올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메디아나 직원이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작은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메디아나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에서는 모든 경찰차에 제세동기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규가 있을 만큼 보급이 일반화 돼있다. 큰 건물이나 공공장소에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규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의 경우 제세동기 배치를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장소에도 설치된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심장마비 사고의 60%는 집안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개인 소비자들이 구매를 늘릴 가능성도 크다. 김 대표는 “이번 상장에서 모인 자금으로 새로운 공장을 짓고, 더 넓은 공간에서 제품 개발과 제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것”이라며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해 향후 5년 안에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4일과 25일에 진행한 개인투자자 공모청약 경쟁률은 12.88대1 수준이었다. 청약증거금으로는 114억8643만원이 몰렸다. 9월 17~18일에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경쟁률은 86대 1이었다. 공모가는 6200원이다. 희망공모가(5500~6500원) 수준이다. 총 144만주(89억2800만원)를 모집할 예정이다. 최대주주인 길문종 대표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52.84% 수준이다.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은 733만780주의 41.32%인 298만3372주다.

◆ 액면가: 500원
◆ 자본금: 28억6800만원
◆ 주요주주: 길문종(44.39%), 김응석(5.75%), 강동원(0.80%) 등 주요주주 지분율(52.84%)
◆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722만780주의 41.32%인 298만3372주
◆ 주관사(KB투자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국내외 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의료기기 시장이 침체하거나 관련 산업 시장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전세계 시장의 1.6% 수준으로 규모가 작은 편임. 향후 자본이 많은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타격을 받을 수 있음

메디아나는 생체신호측정기의 매출이 50%를 넘는 등 특정 제품군으로 매출이 편중돼 있음, 해당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경우 매출이 감소할 수 있음.

메디아나는 작년 기준 매출의 77%를 수출로 올렸는데, 해외 주요시장이 경기불황이 오거나, ODM 계약 업체들의 실적이 나빠지면 메디아나도 타격을 받을 수 있음.

세계적인 의료기기 업체 가운데 코비디언사와의 거래로 올리는 매출 비중이 30%를 웃도는 것도 다소 주의점으로 지적됨.